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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규 Oct 31. 2020

혼자 여행 심심하지 않을까?

혼자의 묘미

구엘공원은 아침 일찍 오니 사람들도 많지 않아 여유롭게 사진 찍기 좋았다.
내 앞으로는 일본 잡지에 나올 것 같은 멋진 일본인 여성 네 명이 번갈아가며 포즈를 잡고 있었고,
친구들끼리 여행 온 분들께 사진 좀 찍어달라는 부탁이 도통 입에서 안 떨어져서... 결국 혼자 구석진 곳에서 핸드폰용 삼각대를 주섬주섬 펼치고 있었다.
새로 사 온 삼각대는 생각보다 굉장히 구렸고 자꾸 삐걱거려 더욱 뻘쭘해지려던 찰나에
“우리 사진을 찍어줄래?” 하며 귀엽고 밝은 동양인 두 명이 나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자연스레 내 사진도 부탁했는데 진짜 기갈나게 찍어주셨다.
나는 부끄러움이 많아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차마 물어보지 못했지만, 정말 고마운 그분 덕에 인생 샷을 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원엔 점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10시가 되자 여행사 단체들로 바글바글 가득 찼다, 나도 이 정도 산책했으면 됐다 싶어 슬슬 빠져나왔다.


혼자 여행 심심하지 않을까?


내가 여행 오기 전 가장 걱정한 게 바로 이 부분이지 않을까, 솔직히 위험하지 않을까 보다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혼자 가서 뭐해? 어차피 재미없을 텐데..”
아니 뭐해봤어야 알지.. 근데 막상 공원 산책을 끝내고 시내로 가는길에 묘한 후련함이 들었다.
뭐야, 혼자 여행 이렇게 편한 거였어?
어디 갈지 물어보지 않고 의논하지 않아도 되고, 나 편한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느낌 오는 대로!
상대방에 대한 걱정이나 배려 없이, 내 시간에 맞춰 늦은 아침을 먹으러 도넛 카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귀여운 라즈베리 도넛과 플랫 화이트를 선택했다.
프레디 머큐리를 닮은 사장님 혼자 운영하는 카페인데 친절하고 커피도 정말 맛있게 잘하신다.
도넛도 물론 찰지고 맛있었다! 좌석이 없어 조금 아쉬울 뿐.
그래도 주민들이 계속해서 찾는 도넛 집이었다.


lukumás
Carrer del Torrent de l'Olla, 169, 08012 Barcelona, 스페인
+34 932 18 23 75





나는 여태껏 해온 여행 중 처음으로 계획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골목골목 걸으며 만난 스페인 디자인숍. 특히나 아파트 건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정말 tv에서 보던 스페인 골목 그대로였다.
테라스에 의자는 필수며, 나무 화분도 보였다. 간혹 카탈루냐 국기도 보였다.
앗, 내가 너무 테라스에 심취해서 걸었는지 지나가는 스페인 사람들도 함께 테라스를 두리번거렸다.

오는 길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선 빵집.
빵은 파리 가서 먹을 계획으로 참으려고 했는데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나도 그 사이에 줄을 섰다.
이번 여행은 혼자니까 욕심부리지 않고 크루아상 딱 한 개만 사서 나왔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마트 구경을하러 들어갔는데, 친환경적인 매대 디피가 눈을 사로잡았다.
오마이갓..
채소코너에는 떼어 버리는 양배추의 겉껍데기, 혹은 솎아버리는 채소 잎을 깔개로 사용해 채소가 더욱 신선해 보였다,.
요리 욕구가 차오르는 스페인이다.
또 로드숍에 들어가 영어를 못하지만 친절한 스페인 직원이 골라준 샴푸와 샤워젤도 구매하고,
마지막으로 사진 인화 숍에 들어가 오늘 건진 인생 샷을 사진으로 출력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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