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 누구의 선택입니까?

소설 '끝난 사람'을 읽고

"월급쟁이는 인생 카드를 타인이 쥐고 있다. 어디로 배속되느냐 하는 것도 타인이 결정하고, 출세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도 타인의 손에 달려 있다."
- 소설 '끝난 사람' 중에서

오늘은 제가 최근에 읽은 소설 '끝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책을 추천해준 후배 덕분에 단숨에 읽을 수 있었는데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끝난 사람'은 정년퇴직을 맞이한 엘리트 은행원 오노 다쓰오의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던 그가 퇴직 후 겪게 되는 상실감, 소외감,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향한 도전까지! 읽는 내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일단 읽기가 쉬었습니다. 주인공 시점에서 글을 풀어가서 쉽게 읽히는 구조라 부담스럽지는 않았죠. 그런 이유로 '끝난 사람'을 읽자마자 작가 우치다테 마키오의 다른 소설인 '곧 죽을 거니까'도 읽었습니다.(다음 기회에서 읽은 소감을.)

'끝난 사람'은 정년퇴직을 맞이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오노 다쓰오는 동경대 법대를 졸업하고 메이저 은행에서 엘리트 생활을 했지만, 출세 코스에서 밀려나 은행 자회사로 전출되어 정년을 맞이하게 된다. 퇴직 후,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무료함과 상실감, 그리고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소외감에 시달린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원과 도서관을 찾지만, 그곳에서 만난 노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되고 두려움을 느낀다.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화려한 스펙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다쓰오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문화센터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문화센터에서 만난 데스크 아가씨와 썸을 타고, IT 중소기업 사장의 스카웃 제의를 받으면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아가씨에게 어장관리를 당하고, 사장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난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의 해외 거래처 사장이 횡령으로 인해 구속되면서, 다쓰오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된다. 그동안 모아둔 재산으로 부채를 정리하고 도쿄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명문대 출신으로 좋은 직장을 다닌 주인공이 삶의 전부였던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뒤 벌어지는 상황들과 감정선이 궁금했습니다. 한국도 소위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 시작되었고 인구수가 가장 많다는 70년대 초 태어난 이들의 퇴직도 가까워졌기 때문이죠. 사회생활에 올인한 그들에게 회사를 떠난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주변에 이미 퇴직한 선배들을 보며 열심히 살았던 그들의 허탈함과 방황은 단순히 개인이 담당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막상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 따로 있었어습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 인생의 주인공일까? 아니면 사회와 타인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는 엑스트라에 불과한 걸까?

대학 입학부터 직장 선택까지, 우리는 온전히 '나'의 선택을 한 적이 있었나요? 아니면 부모님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안정적인' 길을 선택한 건 아닐까요?

월급쟁이의 삶도 마찬가지예요. 매달 들어오는 월급과 약간의 성취감에 속아 회사에 생사여탈권을 맡겨버린 건 아닐까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겐 선택의 기회가 있습니다. 비록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다 할지라도, 진정 '나'를 위한 길을 고민해볼 때입니다. 소설 '끝난 사람'의 주인공처럼 말이죠. 물론 월급쟁이를 부정하자는 건 아니에요. 다만, 직장을 '나의 미래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보는 거죠.

소설 '끝난 사람'처럼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미리미리 준비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