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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n 18. 2024

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빛쓰다 글쓰기 인증 이어가기, 두 번째 글감 :: 지구소풍 이정희 작가님

새벽 5시 글감이 배달되었다

빛쓰다 인증 기간이 끝나고 다음 인증 시작일까지 기간이 길어 고민이었는데 얼마 전 반포 한강에서 모여 툭, 고민을 털어놓으니 릴레이로 글감을 전달해 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툭, 나왔다 덕분에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를 조금 더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글감은 '당신에게 여행은 무엇인가요?'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여행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여행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갔던 수학여행이다

아마 그전에도 여행은 갔을 테지만 보통 할머니댁으로 많이 갔고 그건 여행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여행'이라 하면 평소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한 발자국 내딛는 설렘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에게 최초의 여행은 '수학여행'이다

수학여행은

'버스에서 짝꿍은 누구랑 할지'

'반 아이들이랑 같이 한 방에서 머무는데 잠옷은 뭘 입을지'

'첫째 날, 둘째 날, 어떤 옷을 입어야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일 수 있을지'

모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 고민으로 가득했다

어떻게든 소외되지 않으려고 애썼고

딱 그만큼 소속감을 느끼면서 안도감을 느꼈던 여행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어린 시절의 나는 다른 사람을 많이 신경 쓰는 아이였다

나를 향하지 않고 있지만

오롯이 나에게만 향해있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져

속 시끄럽게 남을 신경 썼던 아이

그런 아이였기에 수학여행 또한 누군가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신경 쓰는

그런 여행이었으리라




가장 슬펐던 여행

아..... 저 애프터눈 티 세트를 꼭 먹고 싶었는데

아, 가장 슬펐던 여행은 두말할 것 없이 첫째 아이 돌 즈음

친정아버지 환갑 기념으로 갔던 대만 여행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출국 다음날 돌아왔으니

딱, 1박 2일 대만을 경험했다

정말 좋아하는 그랜드뷰리조트도 예약하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첫날 예류와 지우펀을 둘러보고

첫째 아이가 열이 나서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남편도 나도 여행은 썩, 반가운 단어가 아니었다

어딘가 가려고 하면 꼭 약속한 듯이 아픈 아이 때문에

그냥, 집에서 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여행'이 아득한 추억으로 느껴졌다

훌쩍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을 꾹꾹 눌러 담으며

그냥 먼 훗날, 언젠가의 일로 미뤄두었다




뼘 더 성장했던 여행

하지만 아이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커 나갔다

콧물만 조금 나도 벌벌 떨면서

집에 박혀있던 엄마였던 나도

아이가 커 나가는 만큼 내 담대함?! 도 조금씩 커졌다

살짝 있는 감기기운은

아이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몸으로 조금씩 익혀가고 있었다

첫째가 어느새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즈음이 되었고

아이의 7살 여름방학,

우리 가족은 고성으로 한 달 살기를 갔다

'한글 공부'를 해야 할까

'수 공부'를 해야 할까

'영어 공부'를 해야 할까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여름방학 기간 동안 아이와 채워야 할 것은 '공부'가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적응하기 버거울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을 수 있는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고성으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

고성에서 우리 가족은

오롯이 '나' 일 수 있었고 '우리' 일 수 있었다

서핑을 너무나 하고 싶었던 나는

여행 중 며칠 마음껏 서핑을 했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편도 새벽에 혼자 등산을 하고 오기도 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자신만의 에너지를 충전한 것이다

그동안 내가 아이들을 돌보았다

서핑을 했던 바다가 정말 좋았고,

등산을 했던 그 산이 정말 좋아서

가족들과 함께 그 바다를 다시 찾았고

그 산을 다시 찾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따로 또 같이

서로를 채우며 고성에서의 한 달을 보냈다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며 마음이 복닥거렸던

어린 시절의 여행과 달리

한 가정을 꾸리고 난 다음,

우리만의 기준을 세우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가치를 따라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누군가의 신경 쓰는 시선을

내 안으로 가지고 와 천천히 훑고 들여다보며 나답게, 우리답게 여행을 즐겼다




앞으로 내가 해보고 싶은 여행

앞으로 내가 해보고 싶은 여행은 가장 '나'다운 여행이다

'나'다운 여행이 뭘까

글쎄,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여행은 나에게

'나다움'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화롭고 편안한 호텔에서 호캉스를 지낼 것인지

소박하고 아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낼 것인지

시원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여유를 만끽할 것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길 위에 발자국을 한 땀 한 땀 새길 것인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 모든 과정이

'그래서 너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야?'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 거야?'를 묻고 있다

그래서 어디론가 훌쩍, 멀리 꼭 떠나지 않아도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 품고 산다면

일상이 여행이 되지 않을까


일상 속의 소소한 선택과 풍경, 경험들 속에서

충분히 그 답이 될만한 힌트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쓰다 보니 알겠다.

앞으로 내가 해보고 싶은 여행은

일상이 여행 같고

여행이 일상 같은 그런 여행이라는 것을!

여행이 내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길 속에서 만나는 질문들 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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