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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n 24. 2024

나를 단단하게 지켜주는 소소한 루틴

빛쓰다 릴레이 글감 #7 - 행복한김티처 작가님


오늘의 글감을 선물받고 조금 뜨끔했다. '자기 전에 생각이라는 걸 했던가?' 싶어서다. 보통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함과 거의 동시에 잠이 든다. 새벽기상을 해서 고단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한 침대에서 자다보니 조용히 어떤 생각을 할 겨를이 별로 없다. 침대에 옹기종기 모여 누워있는 네 가족이 두런두런 잠들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일요일 저녁 아이들고  함께 누워서 잠자리에 들었다. 더 늦기전에 아이들을 재워야 내일 또 일찍 일어나 학교까지 걸어갈 수 있기 때문에,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한편으로는 조급해졌다. 그리고 그 끝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이들이 분명 잠자리 독립을 할텐데, 나 괜찮을까?' 잠자리 독립을 아직 못한 아이들을 데리고 자면서 '아휴, 좀 편하게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이들이 없는 허전함이 꽤나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아이가 9살이니 거의 9년 가까이 남편과 단 둘이 침대에 누워본 적이 '거의' 없는 것이다. 


'어린선'이라는 유전질환으로 태어났을 때 부터 피부가 건조했던 첫째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항상 엄마가 곁에 있어야 했고 조금이라도 잠이 깰 것 같으면 다독여주는 손이 필요했다. 그바람에 태교를 하며 계획했던 태어나자 마자 잠자리 독립을 하는 것은 몇 번 시도하다 말았으니, 신혼의 짧은 기간 이후에는 거의 침대를 둘만 쓴 적이 없다. 아이를 낳고 나서 '잠'이라는 것은 하루를 마무리 하는 여유로운 시간이라기 보다는 우는 아이를 달래기 바쁘고, 잠들지 않는 아이들을 재우는데 바쁜 일과 중 하나였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 아쉬워 시작된 것이 하루를 마무리 하는 기도다. 우리 가족의 기도는, 


우리 가족 건강하고 좋은 인연 맺게 해주세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하고 서로 꼭 안아준 다음에 침대에 눕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오늘 어떤 감사한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내일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우리의 뇌는 처음 있었던 일과 마지막에 있었던 일로 경험을 기억한다고 한다. 잠들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하다 잠이 드는지 떠올려 글을 쓰다가 문득, 나를 지켜주는 루틴을 알게 되었다. 하루를 끝내며 그날 있었던 중에서 감사한 일로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하는 일, 그리고 다음날 하루를 시작하며 감사한 일을 적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일. 이 두 가지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를 단단하게 지켜주는 소소한 루틴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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