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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춘희 Feb 02.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심

나는 브런치 식탁을 바라만 보고 있다.

서랍에 미완성된 글을 몇개 넣어 놓고는 맛을 보고 간을 맞추며 데크레이션을 하며 오랜시간  브런치 식탁에 올릴까 말까 망설임으로 서성거렸다. 브런치 식탁에 차려진 수많은 글들을 보며 나는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 왜 나는 글을 쓰려고 하는가?'

' 글 요리가 넘쳐나는 식탁에 내 이야기 요리를 보태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건 아닐까?'

'브런치 식탁에  올려놓은 내 글 요리에 타인의 시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 내 글 요리를 맛보러 오는 이가 없으면 어쩌지?'

인생 한바퀴 돌고 5년이 지나니 생각이 많아진건 조심성일까? 아직도 내가 세상에 중요한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착각속에 있는건 아닌가? 아니면 아직도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미숙한 존재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결론은 하늘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을지도 모른다. 나의 글 요리는 세상에 아주 조그마한 그저 그런 수제소스를 이미 차려진 브런치 식탁 샐러드 요리에 얹어 보탬이 되게 하는 것 뿐일 것이다.


내가 대단한 글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그냥 한번 열려진 문으로  끝이 어딘지 깃발 꽂을 곳을 찾지 않고 그냥 가보자이다.

.

나에게 글쓰기는 바쁘고 소란한  삶의 잡음을 끄고 앞만보고 달리던 나의 행보에 브레이크를 밟게 해주는 일단 멈춤이다.  종종 글 요리는  나의 낡은 마음에  밝은 미소를 건네기도한다.


나는 되는 대로 쉬엄쉬엄 장르상관 없이 다양한 글 요리를 서랍에서 꺼내 브런치 식탁에 올려  볼까한다. 짠맛 쓴만 ,신맛, 매운 맛,  달콤한듯 쌉사롬한 어떤 맛 될지 나도 모르겠다. 나의 투박한 접시에 발칙하지만 격이있게 담아 내고는 싶다.


나는 2020년 2월 40년의 직장생활을 은퇴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나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일단 쉬고 보자였다. 먹고, 자고, 누고, 씻고 , 밥하며 빨래하고 청소로 루틴한 일상을 보냈다.


평강이 넘쳐나 신나야 할 판에 얼마되지 않아 나는 불안했다. 은퇴 후 다음 코스는 홈쇼핑이라던데 그 코스에 입문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루틴한 일상을 전투적으로 해 내며 여전히 시간에 쫓기고 , 늙어가는 내 몸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거듭나는 시간을 브런치 식탁에서 가질 수 있을런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당히 욕심을 통제하면서 자유의지로 글 요리를 올려보고 싶다. 겸손한 마음으로.....


눈동자 가득 4월이 빛나다 (6호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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