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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Feb 17. 2024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신라건국의 숨은 주역을 모신 육부전

육부전

신라 건국의 주축이었던 여섯 촌장을 기리는 재실. 원래 이름은 양산재였다가 지금은 육부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우리에게 신라 건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건국시조인 박혁거세지만 그가 신라의 임금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리고 신라를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경주 지역에 토착세력으로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여섯 촌장의 협력 덕분에 가능했다. 




흰 말과 알로 표현되는 박혁거세의 탄강설화는 그가 경주에서 나고 자란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이주해 온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마 이곳에 여섯 촌장을 기리는 공간이 세워진 것도 인근에 탄강설화의 장소인 나정이 있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곳은 1970년에 세워진 곳으로 50년이 넘기는 했지만,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덧 반백 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앞으로 50년 뒤면 이곳 역시도 유서 깊은 장소로, 문화재가 되지 않을까?


여섯 촌장을 기리는 공간이다 보니 평소 출입은 불가능하다. 문은 굳게 잠겨 있고 돌담 사이로 내부 구조를 볼 수 있는 정도. 서남산 일대는 신라 건국과 관련된 곳들이 많아 이곳 육부전에서 관련된 내용을 전시하거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참 좋을 텐데, 굳게 닫혀 있어 아쉽다.


처음 경주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계획을 세웠을 땐 사진으로만 보았던 문화재를 직접 보고 싶은 이유가 컸다. 경주와 그래도 10년 가까이 인연을 맺었는데 떠나기 전에 경주를 한 번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그러다 관심은 비지정문화재로 이어졌고, 비지정문화재까지 둘러보고 난 뒤엔 한옥 형태를 한 건물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디를 가든 경주는 과거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곳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국 그 어디서도, 그리고 일부러 만든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경주라는 도시가 가진 고유성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옛것을 둘러보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시간들이 남아있는 곳들을 통해서 지금 나의 삶에 의미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능력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자 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시작한 것이 스냅촬영을 이런 장소들, 시간과 이야기가 있는 장소. 그러면서도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오는 곳을 나름대로 선정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촬영하는 산책스냅을 테마로 사진을 촬영하는 스냅촬영 걷다, 경주.


그리고 올해는 조금 더 욕심을 내어서 다른 방식으로도 시도해보려 한다. 각각의 문화유산에 각자의 스토리를 담아보는 것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곳들도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방치되기 시작한다. 물론 최근 경복궁 돌담 낙서사건처럼 문화유산의 원형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지금 이 시대는 문화유산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니까. 


벚꽃 피는 봄이 오면 육부전 앞은 아름다운 벚꽃길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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