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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Feb 24. 2024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귀정을 다녀와서

포항과 맞닿은 경주의 행정구역 강동면. 안강읍과 포항시 사이에 있어 소속은 경주이지만 생활권은 포항에 속한다. 이곳엔 안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동마을이 있고 동강서원과 함께 가을이면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자태를 뽐내는 운곡서원, 조선시대 재실들이 다수 남아 있는 다산마을까지. 경주에서 조선의 시간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 바로 강동면이다. 


마을을 다니다 보면 재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곳에는 만귀정이라는 옛 정자가 하나 남아 있다. 경주 지역의 재실을 답사하던 중 이곳도 역시나 들르게 되었는데 유금 1리 경로당 뒤편에 자리한 이곳은 현재 한눈에 봐도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유지다 보니 주인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드나드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고, 처음 갔을 땐 멀리서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찾았을 땐 반갑게도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계셨다. 역시나 지난번처럼 사진을 찍고 있는데 다가오셔서는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리고 이곳 만귀정의 내력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런 관심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누군가는 보전하길 원하지만 누군가는 그냥 처분을 해서 금전적 이익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개인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바라보는 시선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소수의견 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깜빡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서로에게 접점이 있다면 그걸 맞춰나가는 성의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다음번에 다시 찾게 된다면 말씀이라도 드려봐야겠다. 


만귀정의 내력이 궁금한데 혹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느 봄에 찾았던 만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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