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면서 그래도 더위가 조금 가시는 듯 합니다.
경주 중심부는 지형이 분지라 여름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덥다는 대구만큼 엄청난 더위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8월 들어서도 최고기온을 38.9도를 찍기도 했죠.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입추가 지나면서는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고 한낮에도 32도(...) 정도까지만 오르고 있습니다.
8월에 가기 전에 다시 이곳을 가보려 합니다.
사진은 2021년에 촬영한 사진이에요. 혼자서 경주의 이곳저곳을 버스타고 다니다보니 1년에 모든 곳을 다 가보기도 조금 벅찬감이 있지만 그래도 경지정은 8월엔 다녀와보려고 합니다.
경주에서 포항가는 길, 7번 국도변에 있는 호명마을에 자리한 이곳은 마을 남쪽 언덕위에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냥 산이라 이런 곳에 재실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죠. 게다가 입구는 높은 계단을 지나야 만날 수 있기에 경지정까지 이르는 동안 마음을 비우고 정갈하게 하라는 의미가 담긴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옆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어 내부로 들어가 봅니다.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이곳은 1885년 안교현이라는 인물이 조상을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건립한 곳이라고 합니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라서 따로 안내문이 있진 않았습니다.
곳곳에 퇴락한 흔적이 보였지만 그래도 주변엔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어 꾸준히 관리가 되는 듯 했습니다. 140여년 전 이곳에 들어와 터를 닦고 남은 여생을 보냈을 안교현. 그에 관한 자세한 내력은 전하지가 않아서 알 수는 없었지만 시대적으로 외세가 조선으로 물밀듯 들어오고 400년 동안 국가의 중심사상이었던 성리학이 흔들리던 시기, 뜻이 있는 선비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보단 오히려 조용히 은거하는 삶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거세게 밀려오는 물결 앞에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나마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 것은 아니었을지. 140년 전의 시간과 만나는 경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