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플레이어(2)
요즘 MZ세대 플레이어들은 리더, 선배의 가르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직접 스스로 배우고 해 보기를 선호하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술, 스킬 등은 사내 교육이 아니라 외부 플랫폼을 통해 학습한다. 정말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내용도 아니고, 크게 공감되거나 논리적이지 않는 이유로 이들의 성과물을 지적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근시일 내에 ‘꼰대’로 불리게 될 것이다(어쩌면 이미 그렇게 불리고 있을 것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그렇다고 리더, 선배가 실망할 이유는 없다. 플레이어들은 스스로 리더를 찾아온다. 만약 당신이 그 혹은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면 귀찮을 정도로 찾아와 질문을 하고, 원하는 것을 받아낼 것이다. 플레이어들에게 리더와 선배, 동료들은 나와 팀 성과를 만드는데 필요한 조력자이다. 이와 동시에 플레이어 역시 팀, 조직 성과에 도움을 준다. 이들은 이제 무조건 상명하복하는 수직적 관계에 메여있다거나, 거리두기 해제로 모처럼 상무님이 추진하신 저녁 회식 때 불참했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사실 이러한 플레이어들은 꽤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시간”의 가치를 스스로 만든다. 실제 인터뷰를 통해 S사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A는 언제나 출근 시간이 빠르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 속에서 새벽같이 출근하는 경영진에 대응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어설프게 일찍 출근하기보다, 항상 첫 출근할 수 있는 시간에 회사에 나와 그녀의 리더, 동료가 오기 전 경영진의 긴급 오더를 미리 끝내 놓는다. 그녀의 출근 시간은 독보적이다. 이러한 루틴이 지속될수록 그녀에 대한 리더, 동료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진다. 사실 그녀는 단점이 많다. 다른 동료와 협업과 소통이 어려운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시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러한 단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조직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사례는 어디까지나 지시받기 전에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이미 모두가 새벽같이 출근하는 조직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혹은 충분한 여유시간이 있으며, 중요도가 높은 업무를 최대한 일찍 착수하여 나만의 스케줄, 페이스에 맞춰 업무를 리딩할 수 있는 시간 활용 능력도 플레이어의 고급 스킬 중 하나이다.
플레이어는 “전략”을 활용하는데도 능숙하다. 영업부서 과장 B는 거래처와의 미팅에 앞서 회의록을 미리 작성한다. 그리고 해당 회의록에 맞춰서 실제 회의를 리드해 나아간다. 그는 2박 3일의 전체 일정에서 단 1일 만에 모든 합의와 결과물(회의록)까지 모두 만들어 낸다. 그리고 남은 2일은 자신의 다른 업무나 개인 일정으로 활용한다.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일정 내에 기대했던 성과를 모두 달성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직접 겪어본 후배 C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러 대안이 존재하는 업무는 보통 어떤 안으로 진행할지를 리더에게 의사결정받고 그다음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C는 플레이어였다. 이미 후속 작업까지 모두 마친 상태에서 고집스럽기 유명한 리더의 결정과 피드백을 거의 대부분 자신의 결과물과 일치시킨다(물론 간혹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했지만, 신속히 대응해내고는 했다).
플레이어는 협상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업무, 일하는 방식부터 나의 가치(연봉), 조직 내 성장(CDP), 교육의 기회까지도 말이다. 흔히 협상 이론에서는 내 패를 먼저 보여주는 것을 지양하라고 말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휴대폰을 사러 간 매장에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는 점원의 말에 “얼마까지 해주실 수 있는데요?”라고 되물어야 하는 이유와 같다. 현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전통적인 팔로워는 내 생각을 최대한 정돈, 정리해서 먼저 이야기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먼저 내 것을 보여주고 상대방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상대를 절대 넘어설 수 없다. 단지 얼마만큼 만족시키는 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애초에 협상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진정한 고객은 리더가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리더의 의사결정은 나 자신의 최고의 성과를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협상한다. 1가지 업무를 정말 잘하는 사람이 10가지 업무를 모두 못하는 사람보다 훨씬 유능하다는 말에는 어느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일의 범위, 권한, 프로세스, 결과물까지 지배할 수 있어야 진짜 플레이어다. 또한 스스로의 성장, 가치(평가, 보상 등)를 위해 끊임없이 협상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