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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셋 Nov 24. 2019

 기회의 신은 누가 잡는 것일까.

왜 안 되는 사람은 계속 안 되는 것일까.


 엘리베이터와 계단


 때때로는 살아가다 보면, 그런 사람을 볼 때가 있다. 뭘 해도 잘되고, 손만 되면 잘되고, 나보다 노력을 덜 하는 데도 결국은 목표한 바를 쉽게 이루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때로는 얄밉다가도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에서 엘리베이터라도 달아 놓은 것 같았다. 나는 계단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올라가야, 그렇게 노력해도 겨우 한 계단을 올라갈까 말까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원하는 층수만 누르는 것만 하면 힘들이지 않고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그렇게 성공하는 사람들은 계속 성공하고, 한두 번 실패해서 그 한 계단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말 때로는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화가 나는 적도 있었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는데 그 엘리베이터 이용권자는 쉽게 얻으니 말이다.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타고난 재능 혹은 경제력 혹은 직관력 혹은 재능 뺨치는 운. 그렇지 않은가? 내가 준비했던 시험에도 그런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기출문제 한 번만 보고 가도 만점을 받는 사람도 있었고 같이 낮은 점수였지만 잘 찍어서 점수를 잘 받는 사람들.


 세상이 원래 불공평한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궁금증이 생겼다. 왜 잘 되는 사람은 계속 잘 되고, 안 되는 사람은 계속 안 되는 경우가 많은지에 대해서 말이다.



 기회의 신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rancesco_Salviati_-_Time_as_Occasion_(Kairos)


 기회의 신이라고 불리는 카이로스는 기회나 특별한 시간을 뜻하는 그리스어라고 한다.


 카이로스는 남성 신으로 묘사되는데, 앞머리는 머리카락이 풍성하지만, 뒤에는 머리카락이 없다. 그리고 등 뒤에는 날개가 달려있고, 발에는 날개가, 왼손에는 저울과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기회'라는 것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 앞머리를 잡아내야 한다는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뒤에는 머리카락이 없기 때문에 그 기회가 과거가 되면 그저 그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기회의 신이 날개가 달렸으니 여기저기 누구에게도 쉽게 잡히지 않게 잘 돌아다닐 것이다.


 편파적으로 누구의 면전에서만 왔다 갔다 할리는 없을 텐데 왜 그 기회는 늘 잘되는 사람들이 잡을 확률이 높은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안다. 재능이니, 경제력이니, 직관적이니, 운이니 하는 것들이 있으면 좀 더 하늘에서 가까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경비행기를 타고 다닐 정도면 카이로스를 더 가까이 볼 기회도, 빨리 볼 기회도, 멀리서 발견해도 빨리 접근할 수 있는 것도 더 손쉬울 것이다.


 암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의 수는 적을뿐더러, 애초에 저런 모든 것들이 비행기와 땅과의 차이만큼 크지 않은 정도에서는 왜 차이가 나는 걸까.  


 계단을 아무리 빨리 올라간다고 해도 논스톱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잡기는 힘들듯이, 경비행기와 땅에서 기회의 신을 잡아보려고 하는 것이 차이가 크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왜 같이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에서는 차이가 생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땅을 보느냐, 하늘을 보느냐



 어떤 사람은 높은 계단을 차근차근 계단을 쌓아서 잘 올라가는 데, 어떤 사람은 쌓아도 또 무너지고 그래서 다시 쌓느라 계단을 잘 쌓은 사람들과의 차이가 생긴다. 같은 계단을 올라가는 데도.


 그 이유는 아마도 한 번 실패에 넘어진 사람들이 두 번, 세 번 넘어지다 보면 또 장애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땅만 바라보고 다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랬다. 사람이라는 게 작은 성취감이라도 있거나 어디 소속감이라도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백수'라는 신분 하에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연달아 쉽게 얻지 못하다 보니, 새로운 것을 도전할 때 또 넘어질까 봐 두려웠고, 하늘을 쳐다보거나 멀리 내다볼 여유는 없었다.


 그저 내 발이 한 걸음 나아가는 그 범위에 돌부리가 있나 없나를 살피는데 급급했다. 그러니, 카이로스를 발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날개가 달렸으니 잠깐 땅에 닿는다고 해도 금방 날아가버릴 테니 하늘을 주시하고 멀리 보지 않으면 그 기회가 적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계단 한 칸을 올라가기 위해 벽돌을 쌓다가 그것이 무너져 버리면, 거기에 화가 나고 두렵고 옆 사람은 빨리 쌓는데 하는 조급함이 생겨서 멀리 보지 못하고, 조급한 마음에 탄탄하게 쌓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속도가 좀 느리더라고 차근차근 쌓는 사람은 얼마나 남았는지 멀리 보고 계획도 더 세세하게 세울 수 있다. 다시 쌓는 일이 적어진다는 것이고 이것은 기회의 신을 만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아.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 당장 옆 사람과 비교한다고 눈앞에 놓인 것을 급하게 처리하다가 그것이 무너져서 다시 쌓는 것보다, 당장은 천천히 하더라도 제대로 쌓아간다면 나중에는 속도가 더 붙게 될 것이고, 그러면 조급하게 해 나가는 것보다 낫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회의 신만 있으면 보는 족족 앞머리를 낚아채는 사람들도 의식하지 마라. 물론, 엘리베이터를 타고 손쉽게 가는 인생이 좋아보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그 결과까지 그 과정까지 계단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계단을 올라가면서 결국에는 얻게 되는 풍경이 더 좋을 수 있다. 그건 끝까지 올라가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나이에는 뭘 해야 하고,  남들은 뭘 이루었고, 그런 것은 접어두고 조금 당장은 늦어지는 것 같아도 차근차근 나아가고 멀리 봐야 기회가 왔을 때 낚아챌 수 있다. " 기회가 다가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다소 진부하고 틀에 박힌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이게 정답일 것이다.


 예전에 친구랑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과거를 생각해보면 그때는 나중에 뭘 하려는 걸까 하면서 '걱정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더 잘 되었다고. 당장은 차근차근하는 사람이 남들 눈에는 걱정이 되지만, 결국 무너지지 않는 과정을 밟으려고 조급해하지 않는 사람이 결과를 더 빨리 이룬 것이다.


 걱정했던 사람이 잘 되고, 잘 되는 사람이 잘 되는 이유. 안 되는 사람이 잘 안 되는 이유. 그 이유는 남들이 짜 놓은 그 잣대에 나를 욱여넣으려고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래서 눈 앞의 것만 보느라 기회를 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이게 유일한 정답일지 아닐 수는 있지만 이건 확실하다. 비교하지 말고 조급한 마음을 덜 가져야 덜 무너지는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보다 계단을 걷는 사람이 더 좋은 풍경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러니깐 당장 늦었다고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세상의 잣대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하루하루를 차근차근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루하루를 너무 조급해할지 말고, 작은 성취를 이루면서 나아가 보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다. 오늘 하루는 건강한 한 끼를 먹었다던가, 산책을 했다던가, 핸드폰을 덜 했다던가. 그런 작은 성취감을 느끼면서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나아가면 결국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 그런 사람이 기회의 신을 완벽하게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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