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가는 프로그램과 이별을 고민 중인 커플들이 두근거림을 되찾기 위해 서로 상대를 바꿔가며 데이트를 하는 프로그램. <환승연애>와 <체인지 데이즈>는 공개 전부터 지금까지 한국 예능에선 보기 힘들었던 소위 '마라 맛' 설정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두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티빙의 오리지널 웹 예능 <환승연애>는 '환승'이라는 단어가 주는 자극적인 첫인상과는 달리 과몰입되어 슬프다는 반응이 많다. 이와 달리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웹 예능인 <체인지 데이즈>는 설레기보다 답답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출연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시청자들이 다수다. 반응으로만 봐서는 <환승연애>에 감정 이입을 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아 보인다.
현재, 혹은 과거의 애인의 눈앞에서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한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의 포맷은 매우 비슷하다. 똑같이 자극적인 설정을 한 두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갈리게 되었을까.
현재의 연인 vs 과거의 연인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환승연애>의 출연자들은 이미 이별을 한 커플이지만, <체인지 데이즈>의 출연자들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체인지 데이즈>의 커플들은 이별을 고민 중이라고 해도 지금 만나고 있는 연인이다. 그래서 제작진이 아무리 이 데이트의 이유를 잘 포장한다고 해도 서로 연인을 바꿔 만나는 데이트가 부적절한 관계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연인의 체인지 데이트에 기분 나빠하고 질투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이 부적절한 느낌을 더 강화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데이트에 설렘을 느끼기 어렵다.
자유로운 썸 vs 눈치싸움
<환승연애>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연인, 'X'의 정체를 시청자들에게도 출연자들에게도 서로 밝히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언뜻 보기에 매우 사소한 설정 같지만, 이 설정은 <환승연애>의 기획 의도를 실현하고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X를 밝히지 않는 것은 출연자들에겐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호감을 표현하는 자유로운 썸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달리, <체인지 데이즈>에서는 현 연인의 존재감이 너무 강하다. 지금 연인의 눈치도 보이고, 데이트를 하고 있는 상대의 연인의 눈치도 보게 된다. 이건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현 연인의 존재는 데이트 자체의 설렘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게 만들어 어딘가 불편하다.
<환승연애>는 누가 누구의 애인이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출연자들의 썸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서로의 X가 누구였을지 시청자들이 계속 추리하게 만들어 예능적인 재미를 더한 것 역시 <환승연애>만의 경쟁력이다.
긍정적 감정 vs 부정적 감정
제작진의 편집과 연출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환승연애>는 출연자들 사이의 설렘, 호감 등 긍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반면에 <체인지 데이즈>는 부정적인 감정과 갈등에 더 집중한다. 특히 <체인지 데이즈>의 인터뷰에선 커플들이 이별을 고민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커플의 문제점만 계속 조명되고, 서로의 험담에 가까운 공격적인 대화가 계속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왜 이 사람들이 이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초기 기획 의도였던 두근거림을 되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반면에 <환승연애>는 서로의 애틋한 감정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이미 이별한 연인이라도, 혹은 새로운 연인이라도 이 관계를 응원하게 되고 몰입하게 된다.
<하트시그널>의 성공 이후 함께 거주하며 데이트를 하는 연애 프로그램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거주지를 공유하는 관찰 예능의 가장 큰 강점은 출연자들이 느끼는 감정선을 세밀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관계의 발전이나 오해, 틀어짐의 과정을 보다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고 이 감정에 시청자들이 더 많이 동화될수록 프로그램은 더 흥행하게 된다. 비슷한 마라 맛 설정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두 프로그램의 반응이 갈리게 된 이유는 바로 이 감정이입과 몰입의 성공과 실패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