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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 번째 재생목록 Oct 30. 2020

[문명특급 재재] 재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재재를 통해 바라본 진행자의 자격

  SBS의 웹 예능인 <문명특급>은 2030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콘텐츠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초기에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문물'을 탐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컴백 맛집', '개봉 맛집' 등 연예인 게스트와 함께 토크를 하는 내용으로 새롭게 자리 잡았다. 얼마 전 추석 연휴엔 <문명특급>의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인 숨듣명 콘서트가 인기에 힘입어 TV 방송 편성을 받았고, 10월 1주 차 TV 화제성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숨듣명 콘텐츠는 2030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문명특급>의 인기에는 특히 재재의 역할이 눈에 띈다. 이 콘텐츠의 메인 MC이자 유일한 고정 출연진인 재재는 매우 드물게도 디지털 콘텐츠와 TV 프로그램의 성공 공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문명특급>의 특급 인기, 재재가 특별한 이유


  디지털 콘텐츠는 단시간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재미를 보장할 개성 강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대부분 원맨쇼에 가깝다. <와썹맨>과 <워크맨>의 성공, 최근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네고왕>과 <발명왕>을 살펴보면 역시 소수의 출연진이 등장하고, 이들의 확실하고 독특한 캐릭터성을 내세운 포맷이다.

  이와 달리, TV 프로그램에는 출연자들 간의 조화, 일명 '케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관계성이 필요하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아기자기(유재석-조세호)의 조합이 주목받고, 요즘 유재석과 제시 조합이 방송가를 휩쓸고 있으며, <라디오 스타>의 게스트였던 안영미가 김구라와의 케미로 인해 고정 패널이 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TV 프로그램의 메인 MC는 보통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관계성을 구축한다. 유재석은 조세호를 타박하고 놀리며 그의 부족하고 맹한 부분을 예능적 캐릭터로 만들었고, 김구라의 구박과 질색은 안영미의 방송 심의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매력을 더 돋보이게 했다.

  재재가 특별한 이유는 본인 자체의 개성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게스트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재재는 확실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혼자보단 여럿일 때 더 빛난다. 거의 매회 단발성으로 출연하는 게스트들에게 짧은 시간 동안 캐릭터를 만들어 준다. 대표적으로 유키스의 수현은 <문명특급>의 '숨듣명' 코너에 출연한 이후 '수현 OPPA'라는 캐릭터로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냥 제가 웃길게요


  <문명특급>에 출연한 게스트들에겐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 인터뷰 동안 행복하고 즐거워 보인다는 점이다. 재재는 본인 자체만으로도 분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게스트의 의사를 존중하고 부담을 주지 않는다. 몇몇 토크 방송이 게스트를 자판기 취급하며 애교나 성대모사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평가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일례로 그는 민망해하는 티아라 지연을 대신해 드라마 <공부의 신>의 장면을 재연한다(EP.91). 이 과정에서 그의 진행 가치관이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바로 '못하겠으면 하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 식의 진행이다. 영화 <반도>의 인터뷰에서도 재재는 <늑대의 유혹>에 나온 그 유명한 강동원의 우산 장면의 재연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여준다(EP.128).

  인터뷰의 질도 수준 높다. 과거의 논란, 열애설, 이상형, 외모 평가 등 자극적이고 손쉬운 소재에 집중해 하이에나처럼 게스트를 물어뜯지 않는다. 온전히 게스트에게 집중된 토크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모든 활동을 분석하고, 사소한 것까지 긁어모으는 방대한 양의 정보수집으로부터 온다. 다른 인터뷰가 짚지 못하고 넘어갔던 것까지 다루는 토크에선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진다. 재재와 <문명특급> 팀은 게으르지 않다. 손쉬운 자극을 노리기보다는 부지런하게 정보를 모으며 신선함을 추구한다.

  이러한 재재만의 '그냥 제가 웃길게요' 식의 진행은 게스트의 재발견으로 이어진다. 온전히 본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이는 다른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요소가 된다. 유독 <문명특급>에는 조용하고 소극적이었던 방송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들이 잘 웃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영화 <반도>의 인터뷰만 봐도, 기존 이미지와 다르게 강동원이 많이 웃고 편하게 농담하는 모습이 신선하다며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인터뷰어, 인터뷰이, 그리고 그 인터뷰를 시청하는 시청자 중 그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편안한 방송인 것이다.

  이러한 재재식 진행은 콘텐츠 제작의 측면에서 봐도 굉장한 장점이다. 게스트에게 분량을 기대는 방송은 게스트가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재미가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명특급>은 콘텐츠의 예능적 재미 여부가 게스트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고정 출연진인 재재의 역할이 강하기 때문에 회차마다 재미에 대한 기복이 없다. 매우 안정적이다.


  재재는 특유의 '불편하지 않은 진행'으로 다른 인물들과 조화롭게 융합하면서도 자신 고유의 톡톡 튀는 개성을 잘 살린다. 재재를 두고 '유튜브계의 유재석', '뉴미디어계의 임성훈'이라고 칭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제2의 누구'로 정의되기보다는 그 자체로 이미 새로운 정체성이다. 재재의 특별함에 방송 관계자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연자들의 불편함은 화면 밖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는 법이다.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진행, 이런 게 진행자의 진정한 미덕이 아닐까. 자극적인 소재를 물고 뜯어 화제성을 노리기보다는 방송가에 '제2의 재재', '제3의 재재'가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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