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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혜 Nov 25. 2020

코로나시대 플라스틱과 아크릴 가림막은 다 어디로 가나?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There is no throw "away"

얼마 전에 동생이 한 문장 이상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일단 남동생과 메시지를 자주 하지 않고, 한다면 생존신고나 근황 보고도 아니고 주로 가족행사 관련 문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내가 먼저 뭘 물어보면 그쪽에서 주로 ㅇㅇ ㅇㅋ ㄱㅅ ㅅㄱ로 답이 오는데... 그래서 신기해서 자세히 봤더니 뭔가 질문이 있는데 본인이 궁금한 건 아니고, 친구가 대신 물어봐달라고 해서 전달하는 거였다. 그러면 그렇지.

코로나로 카페나 식당 등지에서 아크릴 가림막을 엄청 많이 사용하는데, 결국 이것도 플라스틱인데 어떻게 해결을 할까? 혹시 버려지는 걸 모아서 구청에 갖다 주면 이걸로 뭔가를 제작해 준다거나 할 수는 없을지, 혹은 아크릴을 대신할 무언가가 없을까?

라는 질문이었다. 아 안 그래도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가 코로나 때문에 더 심각해지겠다는 걱정은 종종 듣고 있지만 내 주변의 환경보전과 기후변화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개인적으로 일회용품을 안 받고 배달음식을 안 먹는 것 외에는 딱히 대책으로 논의되는 것이 없었고 가림막의 처리에 대한 논의는 더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얼마 전에 단톡 방에서 수능 이후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가림막이 엄청날 거라는 기사를 제목만 본 기억이 나서, 찾아서 전달하는 김에 읽어도 봤다. (이 글을 시작해 놓고 묵혀둔 몇 주 사이에 수능이 끝났을 거라고 생각해서 검색해보니 요새는 수능이 12월인가 충격)

일단 이 기사는 제목에서의 예상과 살짝 달리

1. 칸막이가 시험 보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어서 반발이 있다, 로 시작을 하고
2. 마스크를 이미 다 쓰는데 칸막이가 감염 차단에 도움이 되는지 확실하지 않다 라며
3. 어마어마한 양이 단 하루를 위해 생산되고 폐기되는데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로 마무리.

가림막도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라는 뉘앙스는 있지만 당장 이번 달인 수능에서 쓰는 가림막부터 안 쓰게 하거나 플라스틱이 아닌 옵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아크릴 등 플라스틱 가림막을 유난히 더 많이 사용하는 듯하다. 마스크를 상시 쓸 수는 없는 식음료 업소에서는 확실히 비말 차단 효과가 있다고 하고, 수능장에서도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해도 더 확실하게 하고자 가림막을 설치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위 기사에서는 시험에 방해될까 봐 불안하다는 학생들 이야기만 나오지만, 감염될까 봐 불안한 학생들과 가족들도 당연히 있지 않겠나. 유럽에서는 이런 가림막이 아예 사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여름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몇몇 도시에 다니면서 전혀 본 적이 없고 뉴스에서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식당과 카페에 가림막 설치는커녕 평소처럼 다들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다가 하루 확진자 수만 명을 찍고 두 번째 봉쇄에 들어간 프랑스에 사는 나로서는 한국처럼 이런 가림막을 쓰는 게 낫다!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이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떻게 하지? 꼭 플라스틱이어야 하나?


물론 식당이나 카페에 가지 않는 게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데에는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외식은 안 하고, 그렇다고 배달음식을 시키면 또 배달용기가 나오니 배달도 안 시킨다. 물론 나는 외식은 물론이고 배달 음식도 비싼 프랑스에 살고, 돈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더 있는 학생이고, 채식도 하고 (툴루즈는 비건 식당도 많이 없어서 배달 옵션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니까 코로나 사태 전에도 배달음식 안 먹고 외식은 아주 가끔 하며 살던 특수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외식도 하지 말고 배달도 시키지 말라고 하기 어렵다는 것 정도는 안다. 식당 카페들은 다 닫고 정부가 소득만큼 보전해 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책적으로 그러기도 어려울 테고, 한국에서 봉쇄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 지침을 잘 지키는 것 만으로 이 정도로 감염 경로 차단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 이대로가 더 나은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플라스틱이다. 코로나로 인해 카페 음료 용기 등 식음료 업소에서의 일회용품 사용량이 늘었고, 외식 대신 배달이 늘면서 배달용기 쓰레기도 엄청나게 늘어났으며 이제 가림막 문제까지 있다. 가림막은 그래도 보통 한 번 쓰고 버리지는 않지만 수능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경우도 생길 테고, 업소의 가림막도 몇 년씩 쓰지는 않고 교체를 할 텐데 이 사태가 얼마나 계속될지 모르니 결국 버려지는 쓰레기 양이 엄청나게 늘게 될 것이다. 


얼마나 많냐고? 이미 이렇게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쌓여왔던, 2018년 초에 이미 한 번 터진 문제인데 잠시 카페에서 일회용 컵 안 쓰고 빨대 좀 줄이고 했을 뿐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가 오히려 코로나 사태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더 높게 쌓이고 있다.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영상을 보고 생각보다 더 아득했다. 막연히, 중국이 2018년 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이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웠는데, 코로나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으니 상황이 심각하겠네 싶긴 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그리고 아직 크게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 2018년 처럼 가시적으로 아파트 단지들에 쓰레기가 쌓이는 것)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아파트 단지에 안 쌓여 있을 뿐 전국 여기저기에 저런 플라스틱 산들이 방치되어 있어서 (영상에 나오는 영업 중단한 처리 업체들 등) 여기서 나오는 오염도 있을 수 있고.. 게다가 '잘 처리'가 되어서 이를 태우거나(소각) 매립을 해도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들이 발생하고, 무엇보다 애초에 이 많은 플라스틱들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한 오염과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엄청난 것이다. 검색을 해 보니 이미 올해 여름부터 플라스틱 대란우려하는 기사들이  많이 있었다. 2018년 플라스틱/비닐 대란 이후에 잠잠하게 일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해서 일단 수거를 하고 소각이나 매립을 하고 있는 임시방편 덕분일 뿐이었다. 


그럼 이걸 어째야 하나?


일단 원론적인 부분으로 돌아가보자. 쓰레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무엇이 쓰레기인가? 분리배출을 잘 하면 다 재활용이 되는거 아닌가? 뭐가 재활용이 되고 뭐가 안되나? 재활용이 안 되는 것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제로 웨이스트 (쓰레기 제로)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는 피라미드가 있다. 아래 책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진 그림으로, 쓰레기 없는 삶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5가지 R의 개념을 담은 역 피라미드로 소개하고 있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에 소개된 쓰레기 제로 실천의 5R(왼쪽)과 저자 소개(오른쪽)

거절하기 Refuse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해야 할, 역 피라미드의 가장 위에 있는 일은 재활용이 아니라 거절하기다! 즉 필요 없는 물건은 아예 사지도 받지도 만들지도 말자는 것이다.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해서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의 사용을 거절하고, 페트병에 든 물을 사지 않고 물을 정수해 먹거나 끓여 먹거나 수돗물을 그대로 먹어서 페트병 사용 자체를 하지 않는 것처럼.


줄이기 Reduce

그다음,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물건이라면 사용빈도를 줄이거나 해서 쓰레기를 줄이기. 


재사용하기 Reuse

이마저도 안된다면 물건을 재사용하기. 쓰레기가 될 법한 것을 형태가 바뀌지 않은 상태로 계속 재사용하는 것으로 유리병에 든 잼이나 피클을 샀다면 그 병을 버리지 말고 집에서 음식을 담는 용기로 계속 사용하는 것, 혹은 큰 생수병을 위에 꽂는 형태의 정수기라면 물을 다 마시면 업체에서 생수병을 가져가서 새로 물을 채워 가져다주는 것. 


재활용하기 Recycle

그다음에서야 고려할 옵션이 재활용이다. 거절 하지도, 줄이지도 , 재사용하지도 못했다면 재활용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회용 컵, 비닐봉지, 페트병, 유리병, 폐지 등 "재활용 쓰레기" 들을 분리 배출하면 높은 비율로 재활용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재활용이란 과연 뭘까? 내가 버린 플라스틱 컵이 다시 다른 플라스틱 컵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일단 결론은, 그렇지 않다!!!


재활용은 재사용과는 달리 현재 있는 그대로의 형태로 다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소재는 살리되 형태를 분해하는 (자르고 녹이는 등) 과정을 거쳐 다른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유리와 금속류는 거의 원래의 제품과 같은 종류와 품질로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플라스틱이나 종이는 그렇지 않다. 폐지로 다시 같은 품질의 새하얀 A4용지를 만들 수는 없다. 재생용지를 썼다는 A4용지나 갱지 휴지 등을 보았을 것이다. 즉 종이는 재활용을 하면 기존 제품보다는 품질이 낮은 제품만 만들 수 있고 원래의 품질과 같은 제품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인데 종이는 그래도 일괄적으로 다 재활용이라도 되는 편이지 플라스틱은 일단 재활용이 되지 않는 종류가 더 많다. 얼마전에 지인이 잡지를 내면서 거의 모든 플라스틱류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유했더니 많은 분들이 충격을 받았는데, 새삼스레 생각해보니 그러면 재활용 마크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분리배출만 하면 재활용이 되는게 아니다. 이 잡지 온라인 버전이 나오면 꼭 챙겨 봐야겠다! 


아무튼, 소위 '플라스틱'은 일부 분쇄되어서 건물 단열의 충전재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보통은 분쇄하고 고형으로 만들어 '연료'로 써 왔는데 이렇게 태워서 일부나마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상 "재활용"으로 분류가 된다. 하지만 이처럼 플라스틱을 태워서 이를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는 플라스틱을 만들 때 들어가는 에너지의 1/5도 안된다. 그래서 이렇게 "재활용" 단계를 거쳐 품질이 낮아지는 것을 다운사이클 (downcycl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우리가 재활용 = re(다시) cycle(순환)된다고 생각한 것들은 주로 낮은 (down) 순환(cycle)의 단계로 내려갈 뿐이란 것이다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도 없으니 사실 온전한 cycle도 아니다.. 내려가는 나선일 뿐..).


종이의 다운사이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다!! 출처: https://technologystudent.com
출처: (왼) Story of Stuff 물건 이야기, (오) https://www.rutinasustentable.cl


그래도 요즘 '업사이클upcycle' 이라며 플라스틱으로 옷이나 가방이나 귀여운 아이템들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위 오른쪽 그림처럼). 즉 이건 재활용을 하는데 재활용된 제품이 앞의 제품보다 가치가 높아(up)졌기에 upcycle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럼 해결이 된게 아닐까?


(1) 일단, 이렇게 상품성이 있는 제품으로 재사용될 수 있는 기술과 수요가 있는 소재는 아주 한정적이다. 플라스틱은 단일한 종류의 소재가 아니라 엄청 많은 종류를 통칭하는 말인데.. PP, PET, PPSDFSDFD 등의 문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진이나 표). 옷 (특히 운동용 셔츠 등)으로 만들어 지기 쉽고 재활용이 잘 되는 편인 소재는 PET, 하얀색 음료수 페트병이다. 그 외에는 거의... 다른 비닐이나 여러 혼합 재질의 플라스틱은 위 영상에서 얘기한 것처럼 주로 소각되거나 매립되게 된다.


(2) 더불어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에 비해서 이렇게 업사이클 되는 양은 지극히 미미하다. 그나마 큰 규모로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 투명 PET인데 이것도 일부분이고 업사이클양은 더 미미하다. 다른 업사이클링은 한 회사가 한 소재를 가지고 한 물건을 만드는 정도면 그나마 규모가 큰 정도이고 (프라이탁이나 터치포굿 처럼 산업용 천이나 현수막을 이용해서 가방을 만드는 회사들 등) 그냥 이벤트나 일부 매장에서 작은 규모로, 혹은 예술적 관점에서 시도될 뿐인 규모다. 


(3) 그리고 이것 또한 궁극적으로 '순환'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게, PET병에서 옷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옷은 다시 또 페트병이 될 수는 없다. 그나마 페트병은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라 옷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그렇게 활용되는 비율은 극히 일부분이다. 결국 업사이클링은 '아주 적은 비율'의 플라스틱의 수명을 '일시적으로' 늘릴 수 있을 뿐이지, 마지막엔 어떻게든 처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똑같다. 

결국 재활용은 답이 될 수 없다. 출처: The Story of Stuff 물건 이야기


썩히기 Rot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썩힌다는 건데 사실 현대인이 사용하고 버리는 물건들 중에 애초에 썩어서 분해가 되는 물질이 많지 않고, 썩어서 없어질 물건이라면 재활용 가능 여부를 따질 필요가 별로 없기도 하다. 종이처럼 bio-based인 경우에는 결국 재활용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썩어 분해될 수 있고, 요즘엔 생분해가 된다는 플라스틱도 나오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고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기사와 이 영상을 참고하시길. 



그래서 이 5R 개념을 코로나 사태로 발생하는 플라스틱에 적용할 수 있나?

일단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는 식당, 카페에서의 일회용 식음료 용기, 배달용기, 택배 등 배달 포장, 아크릴 가림막 이 세 가지에 적용해 보자. 이는 다음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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