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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혜 Dec 31. 2020

2010년의 내가 묻어둔 타임캡슐 발굴기

10년 전의 내가 고르고 읽은 책들을 보는 2020년의 나의 복잡한 심경


2020년에 읽은 책들을 소개하려던 게 일이 커져버렸다. 올해 이전엔 책을 별로 안 읽은 것 같은데 하면서 그 전엔 뭐 읽었지 되새기다 20세기와 21세기에 걸친 나의 책 취향이 한 편의 글이 되었고, 그 와중에 또 블로그에 적어둔 10년 전의 "올해 읽은 책" 목록이 발굴되어 열어보니 이건 뭐 타임캡슐이 따로 없다.



심지어 2010년의 책들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읽은 책들 중 기억나는 것도 써놨다. 몇 개 되지는 않지만, 기특해라 과거의 나. 그럼 대학생 때 읽었다는 건가? 어쩌다 보니 타임캡슐을 묻어둔 셈이 되었네. 이 책들은 나의 얕은 기억에는 전혀 없던 아이들이라 앞에 글을 쓰면서 떠오르지 않았는데, 목록을 봐도 여전히 전혀 생각이 안 나서 신기한 책들도 있고.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이 반가운 책들도 있다.


*과 **과 ***과 ****표시는 추천 정도로, 별이 많을수록 추천 강도가 올라감! 작품성과 책을 읽을 당시의 기준과 상관없이, 오롯이 "현재" 내가 남들에게 권하고 싶은 정도! 기억이 안나면 안타깝게도 별이 없음..


2010년 이전의 책들


<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봤다고 쓰여 있는데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책 설명을 읽어보니 들어본 내용이긴 한데 안 읽고 그냥 들어만 봤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10년 전의 내가 너무나 분명하게 "읽은 책"이라고 써 놨다.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너무 슬플 것 같아서 선뜻 안 내키기고 하고. 영화도 있다는데 영화는 안 본 듯.


<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 &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내가 소설을 잘 안 읽긴 하지만 일본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늘 같이 다니던 친구들 중에 소설을 많이 읽던 둘이 있었다. 아마도 그중 미국인 친구가 이 책들을 빌려준 게 아닌가 싶은데. 줄거리를 언뜻 보니 둘 다 알듯 말 듯 하나 아마도 굉장히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 바람의 그림자 줄거리를 보다 보니 나 왠지 남미 환상 문학도 조금 읽어본 것 같은 기억이 흘러들어오는데.. 책모임에서 읽은걸 지도. 하고 써 놓고 아래 글을 쓰다 보니 생각났다. 읽긴 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읽었던 거 같아 왜지? 했더니 학부 때 남미 문학 교양 수업을 들었던 것 같아!!!!! 세상에… 앞에 글에서 분명 교양 수업에서 읽은 책 <총 균 쇠> 밖에 없다고 썼는데. 팟캐스트와 나의 역사 글 쓸 때도 느꼈지만 나의 기억력이란 정말… 믿을 게 못 된다.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윌). 이건 완전 기억난다!! 사실 1만 시간의 법칙만 기억이 남. 그래 나는 뭔가 1만 시간을 한 게 있나. 채식으로 즐겁게 잘 살아남기 이런 거..? 이건 그냥 숨만 쉬어도 채식 연차가 쌓이던데 그것 외에는? 지금 꽤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아 친구들은 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가는데 나는 이것저것 어느 것도 깊이 있게 아직 모르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종종 들곤 한다.  


이 책 2020년인 지금,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이랑 같이 읽어보면 흥미로울 것 같기도 하다. 성공의 요인은 무엇인가? 정말 나의 노력과 능력의 산물인가? 하는 차원에서. 사실 책 내용은 구체적으로 잘 기억이 안 나고 1만 시간의 법칙만 기억이 나서 아웃라이어 책은 1만 시간 노오오력을 해야 성공한다는 얘기인가? 하고 찾아보니 성공의 기회에 있어서 개인의 '환경'이 개인의 동기와 노력과 맞물려 어떤 역할을 하는지..라고 하니 오히려 반대의 얘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1만 시간이라는 건 어쨌든 개인이 투자하는 시간인 거잖아. 암튼 노오력 부분만 기억을 하는 건, 그 시기의 나는 그런 세계관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그러고 보면 책은 덮으면 90%를 잊는다는데 (이 영상에서 고미숙 선생님이 한 말).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는 뭘까?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고 또 이렇게 내 멋대로 멋대로 해석해 버린다는 건 또 어떤 의미일까? 책을 읽는다는 것과 쓴다는 것과 남는다는 것.. 에 대한 글도 쓰려고 계획 중이긴 한데, 오늘 나의 오래된 책과 기억의 더미를 뒤져보면서 느끼는 괴리감에 더 고민이 생긴다.


<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이거 진짜 좋았다. 읽기도 술술 잘 읽히고 (이거랑 아웃라이어는 오디오북으로 들었던 것 같긴 하니 '들었다'가 맞을지도) 재밌고 나름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원제인 Predictably Irrational가 핵심을 짚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제학에서 얘기하듯이 합리적이고 이성적(rational)이지 않고 정말 거의 모든 면에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irrational)인데 그 비이성적인 면이 "예측 가능(predictable)"하다는 것. 그리고 경제학이 뭐라 얘기하든 이 예측 가능한 비이성적인 면을 이용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는 것. 여기 나온 예시들 아직도 기억난다. 이코노미스트 구독료 광고, 옷가게에서 가격정책(?).. 아니 경제학과 경영학이 서로 완전 반대의 세계관에 기반해 있고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우리의 비이성적인 면을 아주 쪽쪽 빨아먹고 있는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관에 기반한 경제학과 보이지 않는 손과 시장을 믿고 경제정책을 세우는 게 말이 되냐고.. 하지만 그때는 그런 모순적인 상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아 그럼 이걸 이렇게 마케팅에 쓰는 거구나 다들 똑똑하구나 이러고 말았던 것 같다.


2010년의 책들


2010년은 나에게 꽤 중요한 해였다. 오랜 기간 적을 두고 있던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앞에 글의 시기와 이 글의 시기가 조금 겹친다).. 채식도 시작을 했다! 블로그도 그때쯤 시작한 게 아닐까? 그리고 유일하게 읽은 책 목록이 남아있는 해이기도 하다.


2010년에 생각보다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읽었다고 나누기 조금 부끄러운(?) 책들도 있기는 하다. 책들 자체가 별로라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때 내 관심사가 그랬구나 싶어서. 지금은 덜 궁금한 자기 계발서나 영성 관련 책들 (지금도 커리어와 영적 성장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같은 카테고리에서도 초점이 다른 책들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이라던지.. 뭔가 지금은 안 읽을 것 같은데! 싶은 책들도 꽤 있는데 오히려 지금도 읽고 있는 책도 있다. 이때 비폭력 대화 책을 읽었다고? "읽고 있는 책" 카테고리에 있고 다 읽었다는 얘긴 없지만.


시작해보자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시작부터 의외의 책이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책이다. 아마도 감동적인 책이었을 테지만 기억이 안 나니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아 이거 대체 무슨 책이야 제목이 왜 이래 소설인가 했는데 이 문장을 쓰면서 기억이 났다. 그때 당시 엄청나게 핫했던 작가이자 강사로 책도 재밌었고 (저 제목은 사실 책 내용과 별 상관이 없다. 그냥 에세이의 한 구절이었을 뿐) 굉장히 흥미로운 사람이었다는 기억이 있다. 회사 입사연수 때 강연 오셨는데 자기 강연료도 알려주시고 (한 번에 수천만 원 대라고 했였던 것 같다) 뭔가 여러 가지 면에서 틀을 깨는 유쾌한 분이었다. 이후 교수를 때려치우고 만화를 공부하러 유학 가셨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까 전공을 일본화로 바꾸었다고 하고 안식년 중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 충동적으로 교수직에 사표를 냈다고 하네. "문화심리학자"이고 "중년 남성들의 심리를 다룬" 책을 쓴 거라고 하는데 뭔가 "잘 노는 것"에 대한 열풍을 불러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왜 한국 사회는 잘 놀고 쉬고 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지. 우리는 이것도 그냥 하나의 트렌드로 소비해 버리고 말았던 것인가.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와 신기하다. 여행의 기술 책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표지는 아주 익숙하다 (2004년도 판). 아마도 휴가를 가면서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샀던 것 같다. 그리고 앞 글을 쓸 때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알랭 드 보통의 책을 꽤 좋아했다는 기억이 난다. 다만 소설은 조금 읽다 말거나 안 읽고 주로 에세이를 읽었다. 내가 기억하기에 내가 읽은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들은 <일의 기쁨과 슬픔>*, <공항에서 일주일을> 이건 뒤에 '읽고 있는 책' 목록에 있던데 다 읽은 것 같다. 그때는 공항을 좋아했었는데 이젠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불안>* 빨간 표지의 하드커버 책이 책장에 있긴 했는데 다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인생학교 시리즈>*, 그리고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의 경우 핵심 내용 유튜브로 봤는지 기사로 봤는지 책으로 봤는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서 여기저기서 얘기하고 다니는 내용이다. 강추.


<지금 사랑하지 않는 , 모두 유죄> 노희경. 책의 내용은 정말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표지는 익숙해 보인다. 노희경 작가 글인데 좋은 내용이었겠지..  리디셀렉트 구독 서비스에 있다. 심지어 대본집들도 있어. 바로 다운로드!!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이제 와서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분이고, 오랫동안 잊고 있어서인지 앞에 글에서 까먹고 놓쳤지만 한비야의 책들도 정말 재밌게 읽었었다. 한비야의 책들도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만큼 나의 많은 부분을 형성하지 않았을까?  


<멈추지  꿈부터 써봐> 김수영.   블로그인가 팔로하고 있었는데 흥미로운 분이었다는 기억이 있다. 그때는 해외취업에 관심이 많았어서 부럽기도 하고 그렇게 열심히 산다는  대단하기도 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아니 석유회사의 제품을 마케팅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부러워했었구나 (물론 그게 아니라 해외에서 하고 싶은 일 즐겁게 하는 모습이 대단해보이고 부러워했던 거겠지만) 하는 생각부터 드니 그래, 내가 변한 거지.....


<미안해 쿠온, 엄마 아빠는 히피야!> 박은경. 이건 내용은 기억 안 나지만 표지를 보니까 눈에 익다.


<쿠션> 조신영. 책이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사회생활 1년 차. 힘들었나 보구나 싶은 (책 부제가 "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이길래).


채식 관련 책들은 나의 관심이 건강에서 시작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회사원이 되자 곧 생겨버린 만성적 피로와 어깨 결림 외에는 크게 아픈 곳은 없었지만 그런 사소한(?) 불편함 때문에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현미밥 채식>* 황성수, 쉽고 좋은 책이었던 듯

<스키니 비치>** 로리 프리드먼 & 킴 바누인, 건강뿐 아니라 음식 산업과 윤리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조엘 펄먼, 기억 안 남


책으로 채식 배운 사람 치고는 채식 관련 책들이 생각보다 적어서 놀랐다. 이때 일찍이 읽었으리라 생각했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도 2013년 책모임에서야 읽었다고 하고, <음식혁명>은 사 두고 전시만 해 뒀다는 거 기억하고, <동물해방>은 사 보지도 않았으며,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는 10년째 읽고 싶은 책 목록에서 읽은 책 목록으로 넘어오지 못했으니 놀랄 일이 아닌가. 찾아보니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와 <우리는 왜..> 책의 번역본은 둘 다 2011년에 출간되었다고 하니 2010년 목록엔 없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원서는 각각 2009년, 2010년 출간). 2010년에는 채식과 동물권 관련 책 중에서 위 두 책만큼 흥미롭게 쓰인 책이 없었나? 고전 중의 고전인 <동물해방>이 있긴 했지만 왠지 나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목이었다. 다큐로는 그 유명하지만 나는 영원히 안 볼지도 모르는 Earthings 지구 생명체 (Wikipedia, 왓챠, 유튜브 링크)가 2005년에 나왔었다고 하는데.. 그때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시대는 아니었지.


비거니즘 관련 미디어에서 다큐멘터리 목록을 보면 흥미로운 게 앞부분은 전부 동물권과 윤리, 그 이후로 영양/건강, 그리고 환경 관련 주제가 나온다. 환경과 채식의 상관관계를 얘기하는 책이나 다큐는 2010년에는 나의 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았었는데 카우스피라시 (넷플릭스 링크)가 2014년에 나오면서 그 이후에 많이 나오게 된 건가 싶다. 아무튼 요즘은 다들 책보다는 영상을 통해 채식 관련 콘텐츠를 먼저 접하는 것 같은데.. 책의 시대는 간 것인가 싶다가도, 영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처음 정보를 접할 수는 있어도, 이를 통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책이 더 깊은 내용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큰 것 같다.


2010년 이후의 책들


2010년의 "읽고 있는 책" 목록. 과연 다 읽었을까?


<행복한 이기주의자> 이거 언젠가  읽은  같다.


<비폭력 대화>**** 이거 지금도 읽고 있는데..  번이라도 끝까지  보긴 했나? 지금은 8장에서 교착상태


<넛지> 이거 영상이나 아이디어에 비해  자체는 생각보다 되게 재미없고  읽히던데..  년에 걸쳐  읽었을지도, 혹은  읽었을지도.


<안나 카레니나> 내가 러시아 문학을 시작했다고? 전혀 기억이  나는데? 분명 끝내지 않았다. 아마  챕터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뜬금없지만 (안나 카레니나와 '고전'이라는  외에 접점 없음 주의) <동물농장>**  옛날에    읽었는데.. 언제였을까.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읽은 기억과 함께 작가의 딸인 위녕이 부럽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유명 소설가의 소설은  읽고 에세이만 읽은 ..


<완벽의 추구> 부제가 "하버드대 최고의 행복 강의"라는데 다 읽었을까. 역시나 기억이 잘 안 난다.


2010년의  "읽고 싶은 책" 목록. 과연 읽기 시작했을까?


<무소유> (법정 스님). 다는 몰라도 일부 읽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 아직도 '읽고 싶은 ' 목록에 읽으며 전혀 읽지 않았다..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이건 언젠가  읽었다. 내가 읽은   되는 소설  하나. 한번 읽으니 단숨에 읽을  있었던  같다. 진짜 눈물 콧물  나오는 시대적 아픔..이랄까.


<개념어 사전> (남경태)  나는 이걸 읽고 최소한의 인문학 교양을 쌓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기억  .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여러분 이거 다들 집에  권씩 있으시죠? 샀는지  샀는지 기억은  나지만 읽지는 않았다. 뭔가 그런  없는 딜레마 같은  책으로까지 읽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과 그래도.. 하는 마음이 공존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공정하다는 착각> 주제가  흥미로워서  읽고 싶다.

-> 2021년에 <정의란 무엇인가> 드디어 읽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히고 정말 정말 흥미롭다.


<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읽고 2 읽은  같다.  검색해보니까 한국어판 100  돌파 기념 특별판이 2018년에 나왔다고요? 대단하네. 과연 100 명의 사람들이 명상을 하거나  마음의 자유에 조금  다가갔을까. 책이 별로라는  전혀 아니고, 이런 책들을 나도 좋아하는데,  우린 이걸 읽어도 자유로워지기 쉽지 않은 걸까. 하긴 책을 읽기만 한다고 체화되는  아니겠지만..


<문숙의 자연치유> (문숙)  읽은  같음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이거 읽은 것 같다, 표지 보니까 익숙해라고 썼는데 안에 책 본문 올려준 거 조금 보니까 전혀 안 본 것 같다. 이런 강렬한 그림들을 봤는데 기억하지 못할 리 없어.


위에 자연 치유 책을 보니 루이스 헤이의 **<치유>를 읽었고 굉장히 좋았었다는 기억이 있다. 다시 읽어볼까.


2020년이 되어 돌아보니


2010년의 나는 사랑, 꿈, 자유, 행복, 치유, 기적, 채식/건강에 관심이 많았나 보다. 물론 이들은 다 지금도 관심 있는 주제들이긴 한데..  올해의 책 목록을 쓱 살펴보기만 해도 나의 관심사는 2010년의 책들과 확실히 다르다. 다음 글을 쓰면서 더 분명하게 정리가 되겠다 싶지만, 보다.. 뭐랄까.. 2010년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정치적이다? (특히 2020년의 논픽션. 2020년의 소설과 에세이는 덜하지만)


그리고 2010년에 나는 어떻게 이렇게 지금 내 취향이랑 다른, 재미없어 보이는 책들, 혹은 재미있을 것 같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을 봤지?? 지금 내 기준에서 인상적이지 않은 건가? 하지만 앞 글에서 다룬 책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고 지금에서야 좋든 싫든 내 인생의 책들이 된 꽤 재미있는 책들이었는데.... 물론 그 책들은 적어둔 글 없이도 기억을 한 책들이고, 이 책들은 지금의 나는 기억을 못 한 책들이니 그 차이가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어쩜 하필 지난 10년간 기록을 남긴 유일한 해의 책들이 다 이렇게 인상적이지 못하고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 신기하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 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고 궁금한 책들은  "아웃라이어"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빼고는 오히려 소설들. 하지만 지금 이미 있는 읽고 싶은 책 목록에서는 뒤로 밀리겠지..


또 다른 궁금점은, 왜 2010년의 책 목록을 만든 글에 왜 "올해의 책"을 하나 꼽지 않았지? 하나가 어려우면 Top 2든 3든.. 지금의 나는 그것부터 꼽아놨는데. 그걸 골라놓지 않았으니 어떤 책 표지를 이 글의 이미지로 써야 할지 모르겠다. 2010년의 나는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다, 어쩜 이렇게 기억이 안 날까 하는 신기함과, 그래도 조금씩 새로운 기억들이 떠오르는 재미로 글을 쓰다 보니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긴 글을 썼는데 추천할 책도 표지로 마땅히 삼을 책도 없다는 게 아쉽다. 좋았던 것 같긴 하지만 분명히 기억이 안 나는 책이 더 많고... 앞 글에선 진짜 많은데 아티스트 웨이로 할까.


아무튼 의도치 않게 묻어둔 타임캡슐을 열어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펴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때 어떤 생각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10년 전에 쓴 다른 블로그 글들도 있지만 읽으려니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 용기도 안 나고, 오히려 글 없이 단순한 책 "목록"만 남아 있는 것을 발굴해보니 정말 과거의 모르는 사람들이 묻어둔 타임캡슐 같다. 무슨 생각으로 이걸 여기 넣었을까 궁금해서 답답한 것도 있지만 하나하나 유추해 나가는 신선한 맛이 있기도 했다. 에세이 쓰는 작가들은 자기 옛날 책들을 보면 소름이 돋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을 내공이 쌓여야 책을 내는 건가. 아무튼 올해 쓰는 이 글들은 조금 길고 장황하지만 또 10년 뒤에 열어보면 새롭겠지. 글을 열어볼 용기가 안 날 때를 대비해 책들 제목만 적은 목록도 따로 저장해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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