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일하는 걸까? 일하기 위해 사는 걸까?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나랑은 거리가 먼 말이라고 늘 생각했어. 그렇잖아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기업 총수의 자녀도 아니고 반장 같은 타이틀 나서서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못 되는 데. 난 정말 대표나 리더 같은 건 그릇이 안돼서 못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류거든. 감투 쓰고 싶은 용기는 없으면서 내 일은 정말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다 보니 어느새 월급도, 책임도 그만큼 쌓여있더라.
언제부터였을까. 매일 설레며 기다리던 월급날이 왔는데 마음이 슬퍼진 건.
사회에서 내 몫을 해내는 어른이 되었구나 하며 두근거리던 마음이 사라진 건.
밀려오는 이상한 감정을 피하려고 퇴근 길에 온갖 쇼핑앱에 들어갔지.
지하철로만 한 시간 거리인데 장바구니를 채웠다 비우기를 반복하다 결제는 못하고 또 다시 비웠어.
결국엔 편의점에 들어갔지. 편의점은 그런 곳이잖아. 마음이 공허할 때나 어쩐지 그냥 집에 가기 허할 때 괜히 들어가 한 바뀌 돌며 별 것 아닌 것들을 열심히 구경하게 되는 곳. 질량보존의 법칙이 이럴 때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마음이 허전한 만큼 양손을 무겁게 사서 나오게 되는 곳. 외로운 우리들의 등대 같은 곳.
이 닿지 않는 숫자들을 채우기 위해 나는 매일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렇게 계속 숫자를 비워내고, 다시 채워내면서 나는 살아가는 걸까?
살기 위해 일하는 걸까? 일하기 위해 사는 걸까?
월급날이 통장에 남겨준 숫자가 자 이제 새로운 한 달을 또 일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쭈욱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내가 막막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