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 자체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 버튼 누르고, 키보드 좀 따가닥거리다가 '발행' 누르면 그만이다. 이 간단한 일에 제동이 걸리는 건 거의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바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
페이스북에서 본 누군가의 글에선 이를 '타자성'이라 고급지게 표현하기도 하더라. 요컨대 독자의 존재를 의식하고 나면, 쉽게 여길 수 있는 글쓰기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간다. 일기장에 남몰래 적듯 쓸 수가 없게 되니 말이다.
타인의 시선, 독자를 의식하는 글쓰기는 장단점이 명확히 갈린다. 단점은 위에 적은 것처럼 글쓰기 난이도가 갑자기 높아진다는 것, 장점은 글쓰기가 '콘텐츠'로 승화할 여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두 개념을 단순 비교해보자면, 글쓰기와 책 출판을 예로 들면 적절할까 싶다. 글이 책이 되어가는 과정엔 기획과 편집, 감수, 퇴고 등 일련의 추가 작업들이 투입된다. 원석을 다듬어 보석으로 가공하는 것이다.
글쓰기가 개인의 기록에 집중하는 거라면, 콘텐츠는 위 '타자성'에 방점이 찍힌다. 상업적 목적으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블로그 글쓰기는 콘텐츠 제작이 되는 셈이다. 그러니 숱한 블로그 강사들이 "블로그에 일기 쓰지 마세요" 하는 것이다.
때로는 개인의 기록이 타인에게 콘텐츠로 소비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안네의 일기>처럼 특수한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거나,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영향력이 커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 써놓고 보니 글쓰기네.
콘텐츠의 길은 멀고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