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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그릿 May 30. 2022

글밥 먹고 살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로 돈 벌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보다는 잘하는 일이 더 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좋아한다고 다 잘할 수도 없는 것이고, 좋아하는 일이 시장성이 없다면 그 또한 돈이 될 리 없다. 글쓰기는 솔직히 누구에게나 권장되는 필수 교양 같은 존재이지만 그 자체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글밥 먹고 살 수 있을까?



글쓰기를 꽤 진지하게 여기는 이들이 '작가'라는 '꿈'으로 숨긴 속내가 아닐까. 보통 어른이 된 뒤 꾸는 꿈은 돈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돈이 되지 않는 꿈은 말 그대로 그냥 꿈이다. 현실을 고민해야 하는 많은 생활인들 중에 돈 따위 필요 없으니 작가만 되게 해주십쇼, 할 수 있는 위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내가 그 몇 안 되는 위인 중 한 명 일리 없다. 사실 그렇게까지 글쓰기에 진심인지도 잘 모르겠다.



글쓰기는 내게 나름 오래된 습관이다. 아니, 글을 쓴다기보단 싼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스물셋인가 뒤늦게 찾아온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짤막짤막하게 감정을 토해냈다. 그것도 비밀글로. 그마저도 부끄러워져 다 지웠더라. 최근 미니홈피 복구 소식이 그닥 반갑지 않았던 까닭도 이 때문이다. 인싸들이 셀카 올리고 일촌 맺고 다닐 때 뼛속까지 아싸였던 난 감정 배설로 족했다. 허심탄회하게 속 터놓고 내 안의 음침하고 치졸한 욕망들까지 공유할 수 있는 건, 사람보다 글이 더 편했다.



일종의 수다본능이었던 셈이다. 이야기하고 싶은데 사람들과 나누기엔 좀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나하고만 나눌 수 있는 은밀하고 부끄러운 일그러진 감정과 망상들, 쏟아내고 나면 그나마 속이 좀 후련해졌다. 내가 늘 제일 첫 번째로 꼽는 글쓰기의 순기능이다. 감정 배설. 근데 이런 글은 대개 남 보이기 부끄러울 때가 많다.



숨어서만 써오다가 내 글을 '공개'한 건 2010년인가부터다. 페이스북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몇 글자 끄적거리다 또 부끄러워져 금세 그만뒀다. 당시까지도 대부분의 글들이 순간순간의 감정을 싸지르는 모양새다 보니 보기에 썩 좋지 않았다. 내면 깊숙한 우물에서 길어 올린 글들은 대부분 어둡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작가라니, 글밥이라니. 내보이는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이들 아닌가. 장강명 작가 칼럼에서 그러더라. 글쓰기가 어려운 건 문장이나 어휘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니라, 공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지 않아서 그렇다고.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글쓰기로 속풀이 해온, 내내 글을 싸온 입장에서 내보이는 글이 편할 리 없다. 뼛속까지 내려가 글 쓰라지 않나. 글쓰기는 내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쓴 글을 남들에게 내보이는 건 글쓰기 그 자체와는 또 다른 일이다. 



그러니 글밥 먹으려는 사람에게 제일 필요한 덕목은 용기가 아닐까 싶다. 자신의 가장 깊고 은밀한 내면의 어둠과 음흉한 마음들까지도 전부 내보일 수 있는 용기. 아름다운 어휘들로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글빨이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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