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나 종각역쯤 지나다 보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다 그렇다.
낡은 구둣속에 그들의 오십년이 숨어있다.
아버지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 오롯이 보듬었을 / 작두 날 같은 생 아등바등 버텼을 / 까치 새댁, 구두코 초 칠한 것처럼 반들거렸던 / 눈치꾸러기 구순(九旬) 어머니 땀으로 닦으시네 / 어그러진 발걸음 곧게 펴시네. -김선근 ‘아버지의 구두’ 中
어머니가 닳고 닳아버린 구두 한 켤레를 털어낸다.
알토란같은 전답 막사발에 다 마셔버리고 하얀 저고리 무명치마 끝도 없는 철길 걸으며 떠나버린 날 어머니는 못내 꽃무늬 상자에 모셔놓았던 아버지의 구두를.
하염없이 닦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