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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경화 May 14. 2024

메밀 전병



"엄마, 안 뜨거워?"

"네가 한 번 해봐라. 안 뜨거운지 ㅎㅎ"

엄마는 그 뜨거운 메밀을 맨 손으로 소를 넣고 누르고 굴리면서 전병을 부쳐 주셨었다. 




가족이 다 같이 둘러앉아 반 자른 전병을 손으로 들고 먹었던 기억들.... 

그 기억 때문인지, 

지방에 갈 일이 있을 때 시장에서 전병 부치는 것을 보면 꼭 사들고 돌아오곤 한다. 


얼마 전 봉평시장에서 전병을 사 왔었다. 

여기 전병집이 진짜 메밀을 맷돌로 갈아 반죽을 한다고 누군가 귀띔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솥뚜껑에 얇게 메밀을 펴고 소를 넣어 또르르 감아 낸다. 

그런데 메밀은 맛있는데, 소가 무와 양배추가 들어가 있어 내 기호에는 맞지 않았다. 


엄마가 해 주시던 

신 김치를 종종종 썰어서 두부를 으깨어 넣은 소가 나는 가장 맛있다. 

숙주나 잡채가 들어간 전병은 두 번째다. 

애호박이 한창일 계절에는 애호박을 살짝 데쳐 양념을 해서 전병을 말아주시기도 했는데 애호박이 들어간 전병은 전국 어디에서도 만나 볼 수가 없다. 


맛있는 엄마표 전병을 이제는 맛보기가 어렵다. 

이젠 엄마가 전병을 만드시고 나면 다음 날은 몸살이 나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릉 도깨비 시장에서 엄마표 전병과 얼추 비슷한 전병을 만났다. 

배추김치를 다져 양념한 소는 씹는 맛이 살아있었다. 


사장님 고향이 정선이란다. 

전병의 고향이라고 배시시 웃으신다. 


시장에서 전병을 말기 시작한 지는 이제 일 년이 되었다고.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인이 박혀 견딜만하다고 하신다. 



동생과 전병을 두 개를 나누어 먹고는 이 집 전병은 사자... 하며 동생과 눈을 맞추었다. 

전병과 메밀 배추 전을 포장을 하니, 손님들이 갑자기 확 늘어난다. 




공릉 도깨비 시장을 가게 되면 꼭 들러보시라. 

동일로 입구에서 시장 안으로 쭉 가다 보면 언덕을 넘어 오른쪽으로 '도깨비 전병'이 있다. 


사장님의 전병 굽는 손이 좀 늦더라도 기다려 먹어도 좋을 맛이다. 






이 집이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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