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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경화 May 10. 2024

솥밥

어버이날

“아빠, 내일 아침에 몇 시에 출발하실 거예요?”

아이가 아빠의 아침 출근 시간을 물었다.

남편은 친구들과 2박 3일 여행 일정이 있다.




새벽 일찍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모른 척을 하고 좀 더 누워있기로 한다.

어제 저녁 불려 놓은 쌀을 냄비에 안치고 또한 미리 불린 표고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작년에 비싼 무쇠솥을 사달라고 졸랐던 아이다.

아이들이 크면 생각지 못한 물건을 들일 때가 있다. 가령 종아리링 이라던지….. 나로서는 한 번도 사야겠다 멈 먹지 못한 물건들이다.  무쇠솥도 그런 품목 중의 하나였다.




잠시 후 아이가 부른다.

“엄마, 뭐가 잘못된 거 같아… 밥이 안되고 리조또가 된 거 같은데? ”

불조절이 잘못된 모양이다. 

그렇지, 어쩌다 하는 솥밥이 어디 쉬운 일인가.


밥을 잘 섞어 작은 불로 뜸을 들여보라고 했다.




화동리 이장님 댁의 유정란으로 구운 달걀말이와 형님이 직접 농사지은 야채 나눔과 선교원 원장님이 나눠주신 친정엄마표 매실장아찌와. 부모님이 물려주신 산속에서 은퇴 후 농사짓는 남편 친구표 표고버섯과….

새벽부터 일어나 솥밥 짓는 둘째 아이의 수고와!




밥 한끼를 먹어도

저 혼자되는 일은 없다.



어디는 밥이고 어디는 리조또다.








어버이날 다음 날 아침 풍경

(어버이날 아침 늦잠 전 딸의 재수한 솥밥 이야기)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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