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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리로 인생핥기 Feb 21. 2023

가족 독서시간의 시작

다수결과 만장일치,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얼마 전부터 우리 가족은 독서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일단 주말 30분 동안은 핸드폰 등등 다른 것 금지! 오직 30분간 책만 읽는 시간이죠.


얼마 전 편식보다 안 좋은 게 편독이라는 글을 읽고는 아이에게 여러 책들을 읽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철학 동화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아이는 소리 내어 읽고 아이가 이해 못 하는 단어는 뜻을 알려주는 식으로 말이죠.


책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100마리 쥐들이 사는 마을과 50마리 쥐들이 사는 마을에 고양이가 나타났어요. 일단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찬성했어요. 그리고 100마리 마을 쥐 시장 퉁퉁이는 다수결로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정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50마리 마을 쥐 시장 찍찍이는 다수결은 50마리 쥐 마을에는 불리하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투표는 강행되었고 결국 찍찍이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게 되었습니다.


다수결 VS 만장일치.


민주주의에 대한 자유주의적인 해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다수결이 항상 옳지는 않을 수 있다는, 공리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인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책 자유론의 이야기를 동화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공리주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장하기에 다수결을 항상 옹호할 것 같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다수가 옳은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최대행복이니까요.

따라서 다수의 생각이 최대행복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다수의 생각대로 따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동화는 다수결보다 만장일치가 더 중요하다는 자유주의적 사고를 대변합니다. 다수의 의견에 의해 소수의 의견이 묵살당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아이도 다수결과 만장일치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물었을 때 만장일치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역시 우리 아들!


그런데, 아이가 답이 뻔히 보이는 한 질문에 예상외의 답변을 합니다.


질문: 여러분이 찍찍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예상 답변: 다시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회의를 진행한다.


뭐 이런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우리 아이의 답변

: 내가 찍찍이라면 그냥 내가 가서 방울 달게요. 그게 쥐들한테 필요하잖아요.


아니, 이런 생각을?


자유주의를 묻는 책의 질문에 공화주의로 답합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합니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가 의무나 책무, 즉 공동선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이기주의로 빠지기 쉽습니다.


반면 공화주의는 공동선을 강조합니다.

우리 개인은 모두 공동체에 속해 있고 공동체로부터 혜택을 받기 때문에 개인의 선은 공동선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수업시간에는 이런 예시를 듭니다. 만약 우리가 북한이라면 지금과 같은 권리와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공동선이 무너진다면 개인의 선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강력한 예시라 생각되는데요.


100마리 쥐 마을이든 50마리 쥐 마을이든 두 마을 모두 고양이를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운명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해내려고자 하는 마음가짐.

이것이 공화주의에서 강조하는 시민적 덕성입니다.

이는 공동체만을 우선시하는 전체주의와도 다른 점입니다.

전체주의는 공동선을 위한 희생을 강요합니다.

반면 공화주의적 시민은 공동선을 위해 스스로 행동합니다.


물론 아이도 막상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무섭고 두려워할 것이 분명합니다.

침술 장면을 보고 엉엉 울 정도로 어린 아이니 까요.

그렇지만 제 아이가 이기심을 버리고 이와 같은 마음을 가졌다는 점에서 뭔가 감동 같은 걸 느꼈습니다.


폭풍 칭찬을 해준 뒤 자유 독서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포X몬 책을 그림만 봅니다.

귀엽습니다.


이상 아이 자랑하는 팔불출 아빠였습니다.



오늘의 다짐


지금 아이가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부터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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