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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Jun 22. 2024

육아를 행복이라 부르지 않는 시대.

우리는 육아를 행복이라 부르기 조심스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7살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7년차 초보 엄마에게도, 육아는 행복으로 정의하기엔 많은 희생과 고된 노고가 있음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임신을 큰 마음을 먹고 한 것도 아니었고, 2017년의 봄, 내가 보아왔던 그 여느 직장 선배처럼, 아이는 우리 부부에게 찾아와주었습니다.


최근 스레드에서 육아를 정말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지, 누군가가 올린 글을 보았습니다. 각양각색의 경험과 댓글이 달렸더군요. 나에게는 육아가 행복이었을까? 행복일까? 앞으로도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yes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물론, 저희 부부에게도 마냥 행복한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신랑은 뇌 수술을 받기 전까지 언제 나올지 모르는 두통과 시저로 인해 고생을 했고, 온 가족이 불안에 떨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완치에 가깝게 되었다는 소견을 들었지만, 마음 속에 늘 '불안이'를 데리고 살아가고 있지요. 


'아이가 없었더라면' 헤어짐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앞서 88년생에 대해 썼던 글처럼, 희생을 배우지 않았던 저로서는 더더욱 이러한 생각이 빠지곤 했습니다. 심리상담을 받았을 때에도, 결혼을 먼저한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에도 부부 사이의 문제는 누군가의 질병이 아니었어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각자의 짐이 더 힘겹게 느껴지는 그 생각의 무게가 더 컸기 때문이지요.



육아, 육아가 한 개인의 사상과 습관, 쓴 뿌리까지 건드리는 것은 '사실'이라 여겨집니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파워 t였던 남편은 f가 될 수 없었을 거예요. 남을 위해 내 시간을 쓰는 과정을 가장 아깝게 여기는 저로서도 늘 이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 이 시간을 견딜 수 없었을 거고요. '저 사람이 연애 때 어떤 모습이었더라?' 생각조차 희미해지는데는 아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정답이다, 아니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다만,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이 마냥 괴롭지만은 않다고, 그 이상의 행복이 있다고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간혹, 브런치에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보다 자극적인 키워드의 글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평범함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아시나요? 각자의 가정의 모습을 지켜보면, 그 평범함을 위해 서로 다듬어지는 과정을 겪고 있을 거예요. 그 과정이 글이나 이미지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 가운데 부부간의 돈독함이 쌓인다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경험이라고 말하는 글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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