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쓰고 '브런치_태기'라고 읽는다.
'당분간 제가 하는 일에 집중하고자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쉬어가겠습니다. 다만, 번아웃이 온 것은 아니에요!'
어젯밤, 드디어 고민하던 일을 실행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 업로드와 잠시 안녕하기. 마음이 헛헛할 줄 알았는데 아침에 개운함으로 눈을 떴다. '그래, 나 쉬고 싶었나보다.' 글을 올리고 난 후에 스마트폰을 과감히 뒤집어놓고,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마치고 잠이 들었는데, 괜시리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약간의 찜찜함이 남아있다면 '브런치'였다. 사실, 나는 글쓰기에도 약간의 태기가 왔는데, 이를 글태기라고 하기엔 글쓰기가 좋고, 브런치 +태기(편의상, 브+태기)라고 하기엔 지금까지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선배 작가님들에 비해서는 태기에 'ㅌ'자도 꺼내지 못할 글의 양이었다. 아무튼, 나는 브태기가 왔고, 이러다가는 또 지난 번처럼 거의 1년 가까이 이 공간을 찾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제, 처음보는 분들과 <2024년 상반기 결산>이라는 주제로 합평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의 글의 주된 주제는 '보상과 인정'이었는데, 브런치 또한 일종의 보상과 인정을 바라는 마음이 필요했던 걸까? 말로는 글을 사랑하기에 글을 쓴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당근이 필요했다. 그 당근은 조회수와 좋아요 수, 그러니까, 중단 선언을 했던 인스타그램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부터 브런치에서는 소위 말하는 떡상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2020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종종 조회수가 몇 천, 만 이상을 찍은(?) 나의 글이 뜨곤 하는데. 별 일 아닌듯 지나가려고 했음에도 그 짜릿함을 나도 모르게 바라고 있었다. 그 떡상의 텀이 더 길어질 수록, '아무 글'이나 쓰게 되는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아닐까 되돌아보았다.
합평에서는 '쓸 수 있음에 감사하자'로 글맺음을 하기 보다, 그 내면의 깊은 곳을 돌아보는 것이 어떨지에 대한 코멘트가 나왔다. 기왕에 글을 쓰는데 높은 조회수를 얻거나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이런 생각과 함께 묵묵히 글을 써오신 작가분들이 얼굴이 떠올랐다. 마치 만화에서 천사와 악마 영상이 동시에 나오듯이.
조금 더 힘을 빼 본다면, 브태기는 이 곳에 계시는 누구나가 겪을 수 있는 경험이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쓰고, 또 잠시 쉬어가다가 쓰고. 누군가는 잠시 쉬었다가, 잊혀졌다가, 나처럼 다시 이 곳을 찾아오면서. 여러 순환구조가 잠재되어 있는 곳이 이 플랫폼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떡상의 경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던 경험'의 그 도파민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는 그게 보상이자 포상이 되었던 거구나. 올 상반기는 브런치 공간에서 딱히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브태기가 더 쉽게 찾아왔던 것으로.
나는 아직 누군가 나의 글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글을 꾸준히 쓰는 근육이 부족하다. 이를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로 글을 마무리하기엔 비양심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글을 쓰려고 한다. 브태기 극복 비결이 있으시다면, 선배 작가님들께 지혜를 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