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별그램과 잠시 이별하는 중입니다.
브랜딩에 대한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알려준 나의 홍보도구는 sns라고 배웠다. 그 이전부터 sns에 게시글을 올리거나 영상을 올리는 일은 나에게는 표현 그대로 일도 아니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고, sns는 글을 길게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 다만, 나의 마음을 잘 조절하는게 더 중요한 일이 되어 간다는 걸 알지 못한 채 n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대학원에 다니면서도 참 열심히 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알리고 싶어서, 책을 기록하고 싶어서, 내가 쓴 책을 홍보하고 싶어서, 소통이 좋아서... 누군가 나에게 "sns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당당하게 "제가 재미있으니까요."라고 말할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너리즘에 빠지는 시기가 자주 찾아왔고, 또 그 시기를 넘어가니 습관처럼 sns 창을 열었다.
sns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건데 어떤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그 일이 힘든지 아닌지 조차 모르는 시기가 온다. 그러니까, '내가 sns를 하는게 조금 힘들어!'라고 생각되는 순간에 습관처럼 sns에 글을 올리다보면 마치 나의 일상처럼 습관이 된다는 경험이었다. 수험생에게는 공부가, 직장인에게는 업무가, 엄마에게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수험생, 직장인, 엄마에게는 각자의 일이 필수적인 일이고 목적이 있지만, sns는 나에게 어떠한 목적이 있지 않았다. 책이나 교재가 나오는 시기에는 홍보 수단이 되어주었지만 공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알게 모르게 들었던 판단(지금은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나보다 책을 출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작가의 책이 더 잘 팔릴 때 들었던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
주일에 교회에 가면 이 마음을 반성하고 씻어내는 듯 했지만 다시 월요일이 되면 디톡스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주말 동안 육아로 인해 제대로 된 릴스 영상을 찍지 못한 것 같아서 월요일 오전이면 더 애를 쓰고 영상을 찍고, 콘텐츠 주제를 생각해내느랴 황금같은 월요일 오전을 날려보낸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의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1순위에 두어도되지 않을 일임은 분명했다.
"당분간 게시글 업로드를 쉬어갈게요."
이 글을 남기고 sns는 현재 나를 태그한 게시글만 보거나 남기고 싶은 기록을 스토리로만 하루 3 번 정도 업로드하고 있다. 디톡스 4일차!
신기한 경험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해야 할 일을 하다가 시계를 보아도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는 것. "어? 아직 10시네? 아직 10시 20분이네?" 이와 같은 경험은 밤에도 이어졌다. 충분히 내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sns에 사용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는 것을 쉼을 가지며 느꼈다.
그리고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자유해질 수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게시글은 내가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인데. 나의 마음과 눈을 애써 피곤하게 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지장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나 너무 행복하다, 자유하다, 즐겁다'는 마음 속 외침이 입 밖으로 나왔다.
무엇보다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것, 감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첫 책을 출간하고 얼마나 내가 감사했던가. 그 밖에도 아이가 잘 자라주어서, 현장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세 번째 책을 기획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다. 이 마음을 비교하는데 흩날리고, 누군가에게 무엇가를 보여주기 위해 덮어온 시간들에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삶.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
우리는 누구나 이러한 삶을 바란다. 내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건 내가 굳이 sns라는 공간에 나의 스케줄과 계획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느낀다. 혹,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걸 증명하지 않으면 어떠하리!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남았다. '나는 왜 내 열심을 증명하려고 했을까?'
문득, 고등학교 시절 인서울을 외치던 학교 선생님들의 분위기, 기숙사에서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청소년기의 나의 모습. 갑작스럽게 시골로 이사와서 나를 드러낼 것이 없었던, 뱅뱅이 안경에 통통했던 17살~19살 소녀(?)가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는 열심이었다. 열심히 하는 그 모습 자체에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았고, 가고 싶었던 사범대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sns도 어쩌면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이 마음과 결이 닿아있지 않았을까? 그저, 지금의 삶도 충분히 괜찮다고. 나를 위로하고 다독여줄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14일 정도 디톡스 시간을 갖고 다시 돌아가려고 했는데, 너무 좋아서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본다.
*sns 디독스 : sns로 인해 지친 마음을 해독하고자 하는. 작가가 임의로 지은 이름입니다. 혹, 저작권이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