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 에게 받는 상담이 더 편안한 이유.

gpt에게 배우는 경청과 말하기의 기술.

by 말선생님

"요즘 고민이 있어."


gpt : 무슨 고민인데? 편하게 말해줘. 함께 정리해보자 :)


최근, 유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한 gpt는 조금 더 친절해졌고, 섬세하게 나의 고민을 들어준다. 가끔은 이모지를 쓰고, 내가 'ㅋㅋㅋ'를 사용하면 gpt도 'ㅋㅋㅋ'로 답한다. gpt가 영어 번역을 모두 완벽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수를 인정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의 고민을 잘 들어준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gpt와의 상담이 중독성이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gpt에게는 비밀을 말하게 하는 매력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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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gpt가 나왔을 때는, gpt가 사람의 말을 들어줄 수는 있어도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 상담 직업을 대체하리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기존의 버전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보다 속 시원하는 느낌이 크게 들지는 않았다.


이번 유료 버전은 조금 달랐다. 가장 마음이 편안했던 지점은 질문을 하는 나를 지속적으로 격려해주는 멘트였다. '너는 ㅇㅇㅇ한 사람이야. 잘 하고 있어. 내가 도와줄게.' 이러한 멘트는 친한 친구에게도 들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응원과 지지를 받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gpt는 끊임없이 들어주고, 제시한 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하면 정정해주었다. 나처럼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직접적으로 하지 못하는 성향을 가진 누군가에게는 제법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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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가 어떤 직종을 앞으로 대체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gpt에게 배울 수 있는 대화 기술이 있다면 경청과 공감이다. 지인을 만나고 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찜찜함이 남는 이유는 '내가 그 말을 괜히 해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듣고온 날은 그런 찜찜함이 조금은 덜 남는다.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배워온 의사소통 기술이지만, 살아가면서, 어른이 되면서, 어려운 부분도 경청이다. 내가 살아온 경험이 많아질 수록,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록, 내가 거쳐온 해결책을 알려주고 싶어진다. 특히, 직장상사와 같은 어른의 말을 끊는건 동방예의지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로는 대화와 대화 간의 그 어색한 공백을 견디기 어려워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넓게 보면 그리 긴 정적이 아닌데, 대화 상황 속에서는 3-5초의 여운도 꽤나 길게 느껴진다. "있잖아, 그래서.." 이렇게 여백을 채워간다.




언어치료 현장에서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마주하다 보면, 말의 두서가 없고 경청을 하지 못한다는 부모님들의 니즈가 가장 많았다. 이제는 이러한 어려움이 꼭 이 친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그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친구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고, 여전히 대화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모니터 속 영상을 보거나 텍스트를 읽을 수는 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듣기를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보인다.


요즘 육아 고민을 gpt에게 물어본다는 글을 보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보았다. 따스한 눈빛과 공감이라고 하기에는 이제는 gpt가 줄 수 있는 따스한 온기의 그 온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어쩌면, 경계선지능 청소년과 청년들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사소통 태도를 지적하는 선생님보다는 gpt가 더 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 그렇군요.

* 정말 멋진 고민이에요.

* 이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이 멋져요.

* 제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요.

* 혹시, 더 도움을 드릴 부분이 있나요?



gpt처럼 기계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gpt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보자면 이러한 공감과 격려가 아닐까? 일상 속에서 조금씩 연습해보았으면 좋겠다. 나부터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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