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느린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by 말선생님
pexels-olia-danilevich-5088188.jpg

오늘도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고민에 빠지셨나요?


책 읽기가 아이의 문해력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왔지만, 일상에서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성장할 수록 기관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하루에 한 두개의 사교육(또는 치료)을 받다보면 어느덧 어둑한 저녁이 되어가지요. 아이도 엄마도 피곤함이 쌓여있는 가운데, "이제 책 읽자."라는 말이 아이에게도 반갑게 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마, 조심스레 추측해보건데 이 말을 하는 엄마에게도 피곤함이 묻어있을 거예요.




느린 아이에게 책 읽기는 문해력 성장에 발판이 됩니다. 믿음이 들음에서 나듯, 책을 읽는 시간은 많은 어휘와 문장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지요. 아이가 집중해서 읽어줄 수만 있다면, 일상에서 접하지 않는 다양한 어휘를 보고 듣고 글자에도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만큼 유익한 도구가 어디에 있을까요? 독서나 문해력에 대한 마케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상을 볼 때는 살짝 부담감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만큼 유익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jerry-wang-qBrF1yu5Wys-unsplash (1).jpg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볼까요? 아이는 책 읽기를 왜 어렵게 느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동안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았을 때, '재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으면 보고 또 보니까요. 아이 스스로 읽기보다 엄마가 읽어주는 말소리와 분위기, 함께 보고 있는 그림에 빠져드는 거지요.


어떤 아이는 책의 그림이 좋아서, 엄마아빠의 특정 목소리가 좋아서, 책을 넘기는 그 느낌이 좋아서 지속적으로 책을 봅니다. 느린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요. (느린 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편견일 수 있겠네요.)


느린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에는,


천천히 읽어주어야 합니다. 저 또한 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조급한 마음이 들 때가 많은데요. 왜 하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순간에 건조기 소리가 울리는지, 스마트폰 알림이 뜨는지, 집안의 가전제품 소리에 신경이 더 쓰이는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언젠가 영상을 찍어보았더니 제 말소리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더라고요. 부끄럽지만, 부모님들께 하지 말아주십사 했던 행동을 제가 그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빠른 말속도로 책을 넘기는데 더 힘을 실은 거지요.


천천히, 아이의 속도에 따라가며 읽어주세요. 아이가 책을 한번에 훅 넘긴다면, 그 속도 또한 따라가주시면 됩니다. 다만,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한번 더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세요. 천천히 읽으면 읽을 수록 아이는 책을 탐색하고 사유하게 됩니다. '느린 우리 아이에게 사유라는 말이 어울리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주실 수 있겠지만, 아이도 책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아이가 원할 경우에는 한 장에 오래 머물러보세요. 처음부터 스토리를 다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책 읽기는 속도전에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한 장이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는걸 읽어주시면서 더 느끼실 거예요. 작가가 어린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어른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편지를 읽는 느낌으로 추측해본다면, 한 페이지에 머무르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읽은 내용을 일상에 녹여내보세요. 책에서 보았던 그림과 글, 관련 단어를 일상에 그대로 적용시켜보세요. 눈 앞에 보여지는 자연, 집 안의 사물, 또래 관계, 아이의 경험들을 책과 연결해주세요. 그 순간이 모여서 일상에서도 책의 내용이 적용되고 나의 것으로 만들어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을 오랫동안 틀었던 날, 아이가 <달샤베트, 백희나>의 책 내용을 기억하며 이야기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수박씨를 삼켰어, 그렉피졸리> 책을 읽고난 후, 수박을 먹었더니 아이도 걱정을 하던 모습도 떠오르네요. 책이라고, 느린 아이가 읽는 책이라고 가정했을 때, 꼭 지식만을 전달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의 언어 역시 재미에서 배워야 하니까요.



KakaoTalk_20230317_105601019.jpg

'

천천히 배우는 아이이기 때문에, 때로는 1분 1초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시지요? 급할 수록 더 돌아가야 한다는 속담을요. 이 말은 저에게도 필요하겠네요. 늦지 않은 때인 오늘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볼까요?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문해력 이야기, 이 또한 천천히 들려드릴게요. '말쏭글쏭'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돕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어차피 gpt가 다 써줄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