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쳐라이즈 Oct 12. 2021

네 새끼 잘 먹으니까 좋지?

서현 1962-2038일, 서아 188-264일

꽤 오랫동안 정신없다. 아니 사실 지금도 정신없다. 이사하기 전에는 갑작스러운 이사 준비로 정신없었고, 이사해서는 집을 다시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다. 조금 정신을 차린 요즘은 얼마 전 읽은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를 읽고 깨달은 바를 실천하기 위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느라 정신이 없다. 덕분에 휴가 와서 놀러 다니는 느낌을 만끽하는 요즘 주말.(수도권에 있을 땐 코로나 때문에 집콕만 했는데 요즘은 돌아다녀도 크게 걱정이 안된다. 요 주변은 확진자가 없기에. 시골 아닌 시골의 장점이랄까? 아직 실내는 걱정되기에 야외만 주로 다니는데 사람도 없고, 코로나도 없다는 게 참 좋다.)


시간이 많이 흐른 시간만큼 아이들도 많이 자랐다. 서현이는 키가 115cm를 넘어간지 오래고, 몸무게는 20kg을 유지하고 있다. 몇 년째 20kg인 듯... 서아는 키가 70cm를 넘어 80cm를 바라보고 있고, 몸무게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3개월 동안 10.2-10.5kg을 유지하고 있다. 어제 드디어 초우량아에서 정상 범주 몸무게로 들어왔다는...ㅠㅠ 참 뿌듯하다. 


지난 추석 때에는 시골집에 방문했다. 아이들을 못 보여드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시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자란 시골이 코로나 청정구역이었기에 잠시 피신하고자 방문했다. 


시골집에 가니 엄마가 이것저것 요리를 많이 해서 내놨다. 그래서일까? 평소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서현이가 잘 먹는다.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습이 날 닮기는 했지만, 신기하게도 먹기 시작하면 크게 가리는 음식이 별로 없는 서현이가 잘 먹으니 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한 마디 했다.


"이야~. 우리 서현이 잘 먹네? 서현이가 그렇게 잘 먹으니까 아빠 기분이 좋다~."


흐뭇한 미소로 서현이를 바라보며 저렇게 말하니, 먹지 않고 식탁에 앉아있기만 한 날 보며 엄마가 한 마디 날린다.


"너도 네 새끼 잘 먹으니까 기분 좋지? 엄마도 그래. 그런데 넌 왜 그렇게 안 먹냐?"


30대 중반을 넘어가 이제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아들도 애로 보이나 보다. 아직도 내가 먹는 것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시다니... 마지못해 한 숟갈 떠보지만 역시 먹을 것에는 흥미가 없다. 이래저래 내리사랑을 느끼게 된 명절.




작가의 이전글 기쁜 소식과 나쁜 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