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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Oct 29. 2021

그걸 왜 지금까지 생각해? (토닥토닥)

-서현 2055-2056일, 서아 281-282일

지난 화요일은 참 힘든 날이었다. 서현이의 요구르트 테러로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사실 참을 수 있었는데, 못 참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읽은 책들 덕분인지 머리로는 참아야 함을, 아무것도 아님을 잘 알았지만 끝내 인내심이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몰려드는 죄책감.


물론 아이들을 샤워시키고 나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나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들 앞에서 수건을 던지고, 화를 낸 못난 모습을 보여서 너무 미안했다. 서현이가 무서워서 오히려 웃는 방어기제가 발동한 것을 보고도 화를 낸 나 자신이 너무나도 못나 보였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서 그런 행동을 한 나 자신을 꾸짖고 싶은 순간. 침대에 누워 서현이 옆에 잠자리에 들어서도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서현이에게 말했다.


"서현아, 이리 와봐. (아이를 꼭 껴안으며) 아빠가 아까 그렇게 화를 내서 미안해. 서현이가 잘못했다고 그렇게 화를 낸 아빠가 잘못했어. 다음부턴 그렇게 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조용히 나의 고해성사를 듣고 있던 서현이가 말했다.


"그걸 왜 안 자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어~."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내 등을 토닥거려준다. 뭔가 반대가 된 것 같지만 어쨌든 용서받았다는 생각에 단잠을 잘 수 있었던 하루. 


아이가 이제 겨우 6살이지만 많이 컸다. 그렇기에 나는 더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나의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에 가벼운 행동도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일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나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며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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