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헬스의 어플 '인사이드'
*업체로부터 서비스만 제공받았으며 광고나 원고료 받은 바 없이, 솔직하게 작성하는 후기입니다.
2년 전,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과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브런치북을 만든 적 있다. 이십대 중반무렵에 작성한, 사적인 이야기가 가득 담긴 부끄러운 글이라 언젠가 비공개로 돌려야지- 생각만 하고 방치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이 브런치북을 통해 한 스타트업의 제안을 받았다.
비대면 심리상담 어플 ‘인사이드’를 운영하는 회사, 오웰헬스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내용이었다. 업체 설명 중, 모든 사람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편견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해당 어플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에서 내 브런치북과 결을 같이한다는 느낌을 받아 수락하게 됐다.
오웰헬스의 어플 ‘인사이드’는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 심리상담을 중심으로, 간단한 감정 기록과 정신건강 자가검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대면 심리상담서비스는 유료지만 간단한 감정기록이나 정신건강 자가검사서비스는 무료고, 우울 / 불안 / 스트레스 / 수면처럼 있을 법한 부분 외에도 성인 ADHD, 번아웃 , 자존감 부족까지도 체크해 볼 수 있다. 정말 간단한 자가검사기때문에 의학적인 진단은 아니니까 가볍게 체크해볼 수 있는 장치로 생각하면 된다.
비대면 심리상담은 선생님마다 다르지만 60,000원에서 100,000원대의 가격대이며 필터를 통해 선생님의 성별 및 다양한 전문분야(인간관계, 가족/연인, 우울, 불안, 스트레스, 자존감, 학교, 직장, 중독, 정체성, 섭식문제)를 선택할 수 있다. 선생님 프로필을 선택하면 간단한 선생님의 경력 및 많이 한 상담 분야가 나온다. 읽어 보고 원하는 선생님을 골라,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신청한 시간이 되면 영상통화를 위한 상담방이 열리고, 들어가서 약 50분 동안 상담을 진행하면 된다.
상담을 신청하기 앞서 내 정신건강상태를 돌아봤다. 상담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평소 기분은 좋았지만, 걸리는 점이 있었다. 정신과 진료에서 주로 묻는 부분인 ‘식사는 잘 하는지’, ‘잠은 잘 자는지’ 이 부분 중, 식사는 나쁘지 않은데 잠이 비정상적으로 늘어 있었던 점. 그리고 내색하고 있진 않지만, 퇴사 후 생활비나 재취업 관련 문제로 스트레스가 많다는 점. 그래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상담사분을 찾게 됐다. 성별은 무관, ‘스트레스’ 및 ‘직장’ 필터를 걸고, 목록에 계신 상담사분들 중 그럭저럭 경력이 긴 선생님을 선택해 신청했다. 인기 많은 선생님이신지 대부분 시간대에 상담이 차 있었고, 늦은 밤 시간에 상담을 받게 됐다.
정해진 50분 안에 모든 내용을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을 최대한 자세히 썼지만, 상담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가다 보니 배경설명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50분도 꽤 짧게 느껴졌다. 다년간의 정신건강의학과 내원경험으로 내 상황설명을 빠르게 할 수 있었고, 운좋게 상담을 통해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거의 찾게 됐다. 심리상담은 처음이었는데, 정신과 진료때 하는 상담과는 확실히 달랐다. 뭐랄까, 진료가 맞는 사람이 있고 상담이 맞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기얘기를 길게 하기 싫고 약물처방만 원한다면 정신과 진료를, 상담에서 대화를 통해 본인 심리의 원인을 찾아가길 원한다면 심리상담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아무래도 진료가 익숙했다보니 상담도 진료처럼 대답했던 것 같다. 언제 조증과 울중이 있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은 어떻고. 어쩌면 그렇게 간결하게 설명드렸기 때문에 원인 파악도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거나 힘들면 심리상담이든 정신과든 필요한 상황이 오는데, 솔직히 겪어 본 입장에서는 그걸 찾을 여력이 안 난다. 검색하고, 정보를 찾아볼 에너지가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인사이드가 꽤 유용할 것 같다. 이 부분은 직접 이용해보진 않았지만 선생님 찾기 탭에 ‘의사’ 도 있는데, 정신과 선생님들의 정보와 운영하시는 병원 정보가 나와있다. 심리상담이 필요하면 상담사선생님을 선택해 상담하고, 진료가 필요하면 정신과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심리상담은 처음 경험해봐서 찾아보는 과정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지만, 정신과 병원의 경우 찾아볼 때 약간의 제약이 있다. 예를들어 물리적으로 가까워야 한다거나. 내 경우 처음 다니게된 병원은 퇴근 후 가야했어서 야간진료 가능한 병원을 검색해 찾아갔었고, 이후 다시 병원이 필요할 때는 워낙 바빴을 때라 회사에서 제일 가까웠던 다른 병원을 갔었다. 당시 불쾌성 조증이 심해서 화가 많았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맞지 않았던건지 선생님과 맞지 않아 예전에 다니던 병원을 다시 찾아가게 됐다. 다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정신과는 맞는 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는데, 보통은 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다 보니 이 선생님이 나랑 맞을지 아닐지는 복불복이 될 때가 많다. 다른 과는 그냥 가까운 병원 가도 치료가 가능한데 정신과는 간판 보인다고 들어갔다가 역효과만 나서 나오는 경우가 있고 또 그걸 겪었다보니, 인사이드에서 정신과선생님과 병원 정보를 볼 수 있어, 병원을 손쉽게 고를 수 있다는 부분이 긍정적으로 보였다.
경험해 본 비대면 심리상담도 꽤 편리하게 느꼈던 게, 앞서 말했다시피 정신과든 심리상담이든 그게 필요한 시점은 사람이 워낙 힘들고 지쳐있기 때문에 방 밖으로 나가기조차 힘든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비대면은 꽤 매력적으로 보였고, 또 지난 2년동안 비대면, 줌 등에 익숙했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함 느끼지 않고 영상통화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 영상통화라는 단어만 봤을 때는 전화번호로 연락이 오는건가? 의아했는데 별다른 개인정보 걱정 없이 어플 내에서 영상통화가 가능했다. 하나 아쉬웠던건 아무래도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서 하던 줌미팅에 익숙해져있어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이야기해야하는 점. 50분이 상담하기에는 적절한 길이였지만 50분 내내 폰을 들고있기는 힘들었다 그러니까 거치대를 이용하면 좋습니다.
어플의 디자인부터 접근 방법, 상담과 서비스 모두 다 만족스러웠는데 하나 아쉬웠던건 ‘접근성’이다. 네이버에 ‘인사이드’를 검색했을 때 인사이드아웃부터 뷰티인사이드, 디시인사이드 등이 먼저 나온다. 혹시나해서 코리안매니아(정신과에 다니는 환자들 및 그들의 가족, 지인들이 많이 가입해 있는 네이버카페), 정신의학신문 등에도 검색해봤는데 별달리 나오지 않더라. 앞서 언급한 장점들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아마 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나처럼 하꼬 작가(내 브런치 구독자 수는 20명 남짓이다)에게도 제안을 주신 것 같은데, 내 브런치 후기글로 조금이나마 더 알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