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패션-디자이너, 그리고 브랜드
내가 취재로 만났던 브랜드들은 각자 강점이 달랐지만, 디자이너브랜드의 공통 핵심 차별화포인트는 역시 디자인이다. 창의적인 디자인부터 웨어러블하면서도 한끗이 있는 디자인까지 다양하고, 거기에 소재까지 차별화를 두기도 한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온라인채널을 메인으로 전개하며, 오프라인은 사용하지 않거나 부수적인 수단으로 활용한다. 혹은 정말 소재나 핏에 장점이 있어서, 그걸 더 극대화하기 위해 오프라인을 메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이 온라인을 메인으로 두며, 오프라인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테리어비용이나 월세 등에 쓸 비용을 생산이나 홍보비로 사용하곤 한다. 또, 신진브랜드로 갈수록 강점을 가진 한두가지 아이템을 중심 전개하는 전략을 볼 수 있었다. 기존 브랜드가 원피스면 원피스, 아우터면 아우터에 무게중심을 두고 나머지 아이템을 보조적으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보조적으로 활용할 아이템보다도 '원피스 전문 브랜드' 라는 타이틀로 원피스를 중심 전개하는 기조가 보인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건 아니다, 내가 기자를 그만둔지 2년이 흘렀고 현장에 없던 2년동안 무언가 더 변화가 있었을 테니.
아무튼 이렇게 본인 브랜드 전개가 보다 간편해지고, 컴팩트하게 전개할 수 있어진 현재이다보니 앞장에서 말한 '좋은 브랜드'를 가리기가 더욱 어려워진것은 사실이다.
만약 당신이 국내의 신진디자이너에 관심이 있거나, 신규브랜드를 발굴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서울패션위크의 트레이드페어 제너레이션넥스트서울 혹은 콘텐츠진흥원이 전개하는 패션코드 (22SS시즌은 합쳐서 진행했더라) 를 참고해도 좋다. 대구의 패션페어에도 훌륭한 브랜드가 많다고 들었지만 직접 내려가본 적이 없어서 추천하기 다소 애매하고, 직접 가본 페어중에서 꼭 국내브랜드를 발굴해야 한다면 저 두가지를 추천하는 바다. 신진부터 전개한지 오래된 브랜드까지, 한국에서 전개하는 케이패션브랜드를 대부분 만나볼 수 있어서다. 두서너시즌만 방문한다면 내 글을 읽지 않아도 금방, 현재의 한국 디자이너브랜드에 대해 파악하기 쉬워질 것이다. 꾸준히 참가하는 수준높은 브랜드가 생각보다 많다.
또는 앞 글에서 말한 무신사, W컨셉, 29CM, 네이버 디자이너윈도우 등도 들수 있겠다. 심지어 쿠팡이나 에이블리에서도 디자이너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는 29CM 플랫폼을 더 좋아하고, 브랜드 전개자 입장에서 수수료가 타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현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 그래서 디자이너들의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네이버 디자이너윈도우를 좋아하는데, 아무튼. 이런 유명 플랫폼들이 있지만 이 곳들이야말로 브랜드가 너무 많고 입점 기준도 낮은편이다보니 변별력이 낮아 좋은 브랜드를 가리기가 어렵다. 그 많은 브랜드스토리를 읽는 것도 힘든 일이라 나는 차라리, 좋은 브랜드를 다른 채널로 먼저 안 뒤 위의 채널들을 활용해 구매하는걸 추천하고 싶다.
이런 변별력 때문에 디자이너브랜드 편집샵을 선호하기도 한다. 국내에 있는 편집숍은 비이커나 분더샵 등인데 국내브랜드보다는 해외브랜드를 취급한다는 인상을 받다보니 차라리 국내 디자이너브랜드를 만나기에는 리리스토어같은 소규모 편집샵이나, 백화점 내 편집브랜드매장을 추천하고 싶다. 백화점 편집숍은 특히, 국내 백화점업계가 기자시절의 내겐 꽤나 보수적인 인상으로 받아들여져서인지 바이어들이 컨펌받은 브랜드라면 최소한의 퀄리티는 보장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시장조사차 나왔을때 만났던 브랜드들이 그랬다. 적어도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브랜드라면 바이어의 눈에도 상품성이 좋게 평가된 것으로 보여서, 좋은 브랜드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오프라인은 그렇고, 온라인의 경우 대기업 자사몰에서도 편집샵을 만나볼 수 있다. 삼성물산 SSF샵 내의 '어나더샵', 신세계인터내셔날 'S.I.빌리지' 등이 있는데, 두 곳 다 대기업에서 상품성을 인정한 국내 디자이너브랜드가 입점되어 있어서 추천하는 바다. 특히 'S.I.빌리지'의 경우 여성복 강자인 신세계에서 셀렉한 브랜드들로 시작한 점을 높게 보고, 개인적으로 국내 여성복시장에서 상품성 있을것으로 판단되었던 '문제이(Moon J)'나 실제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잉크(EENK)' 등이 입점되어 있는걸 보아 실제 매출은 몰라도 입점브랜드 구성만큼은 좋다는 생각이 든다. SSF샵은 국내 디자이너브랜드 입점보다도 자사브랜드를 보여주는 부분이나 해외브랜드 입점부분을 더 높게 사고싶고, 아무튼. 요새 핫해보이는건 한섬의 EQL이다. '모이아'등 실질적으로 인기많은 디자이너브랜드부터 다양하게 입점되어있어서 눈여겨보는 중.
외에도 더 다양한 채널이 있을 수 있다. 요새는 꼭 플랫폼만이 아니라, SNS에서 인지도를 올린 뒤 자사몰로 유입시키기도 하고, 혹은 더 많은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쿠팡에 입점하기도 하는데 그건 각자의 브랜드 색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그래서 이 채널들 중에서 어디서 좋은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느냐 - 인데, 좋은 브랜드는 여기들 모두 입점해 있다는 대답밖에 못할 것 같다.
좋은브랜드를 취재했을때 대부분 '여기 입점했어요'라고 말하는 채널은 전부 언급했으니까. 그나마 가장 직설적으로, 선별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제너레이션넥스트서울이지만 제품을 바로 구입할 일반 소비자에게 적합한 채널은 아니고, 업계 관계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채널이다. 대부분 아는 브랜드겠지만.
내가 좋은 브랜드를 찾을때는 보통 주변에 물어본다. 기자때는 직설적으로 이렇게 물어보기도 했다. '해외에서 활동하신다고 들었는데, 바이어들이 자주 언급하는 한국 브랜드가 어디냐'고. 그들도 내게 물어왔지만 나도 그들에게 꼭 묻는다. '누가 잘하냐'고. 그리고 보통 잘하는 브랜드는 입소문이 나게 되어 있다. '기자님. 000브랜드가 잘한다던데 거기는 만나 보셨어요?' 그런식으로 정보를 얻었다. 기자가 아닌 근 2년동안은 거의 인스타그램으로만 만나왔던 것 같고, 신진브랜드가 너무 많이 나왔지만 주목할 곳은 얼추 비슷한 것 같고 곧 여기서 언급할 예정이다.
아, 한가지 팁 아닌 팁이 있다. 나는 비이커 청담점을 연말에 꼭 들르는데, 삼성의 디자이너브랜드 육성 프로그램 'SFDF(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브랜드 팝업을 비이커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SFDF'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보니 다음 글에서 다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