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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리 Oct 18. 2021

패션브랜드 하기 참 쉬워진 세상

한국의 패션-디자이너, 그리고 브랜드

많은 패션디자이너들 혹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한다. 내 주변도 다르지 않았다보니 벌써 본인브랜드를 만드는 선배나 친구가 종종 보인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 밖에 나온 2018년은 본인 브랜드를 전개하기 한층 용이한 환경이 되어 있었다. 좋은 옷이 있어도 팔 수 있는 유통채널이 없었던 건 옛말이 되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건 오프라인보다도 아무래도 온라인. 본인의 홈페이지로 팔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무신사나 더블유컨셉, 29CM이나 네이버 스토어팜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좋은 예로 들고 싶다. 본인이 인플루언서라면 블로그마켓이나 인스타그램 공구 등 더 선택지가 다양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캡슐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한다.


비전공자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충분히 자기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고 브랜드를 낼 수 있다. 커스텀 프린팅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마플'같은 사이트를 이용한다면 본인 디자인을 충분히 제품화할수 있다. 이처럼 개인이 브랜드를 만들기 쉬워진 세상이다보니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나오고 사라진다. 패션브랜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신진 패션브랜드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정말 거래를 오래 할 수 있는 브랜드일까? 한두 시즌 전개하다 사라지진 않을까? 여기까지는 바이어의 시선이고, 바이어 뿐 아니라 소비자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 과연 아이템 퀄리티는 가격값을 할까? 과연 이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게 합리적 소비인가? 이 브랜드는 뭐하는 곳이지?


다른 기자들은 몰라도 나는 처음 보는 브랜드에게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정말 할수있는게 패션디자인뿐이라 먹고살려고 브랜드를 낸, 그저 잘 팔고싶어서 기자를 만나는 브랜드도 있었지만, 내가 만났던 대부분은 자기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브랜드를 전개했다. 그런 곳은 보통 패션에 진심이었다보니 그들의 열정이 느껴져서 더욱 좋게 보았을수도 있다. 혹은 내가 기자와 동시에 디자이너를 꿈꿨었고 그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패턴이나 디테일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브랜드가치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본인의 디자인 의도까지 간파하진 못해도 최소한 이 디자인의 값어치를 알아봐줄 수 있는 기자를 만났다는 점에서 날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저조해서 아직 기자를 만날때가 아니라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그렇다보니 '잘하고 있는 브랜드'라는 기준을 정하기가 가장 어렵다. 매출은(본인피셜) 좀 저조하더라도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브랜드를 잘한다고 할 것인가, 디자인 뿐 아니라 매출로 실력을 증명하는 곳을 잘한다고 할 것인가. 물론 디자인적으로 훌륭하다는 건 나만의 기준일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패션어워드에서 수상을 한 디자이너와 그들이 전개하는 브랜드가 국내에 정말 많다보니, 나는 둘 다 잘한다고 평가하고 싶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해외에서나마, 업계에서나마 입소문 난 잘하고 있는, 좋은 한국패션브랜드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어서 쓰고있는게 이 글 아니겠는가. 최대한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다.


물론 내가 언급하지 않더라도 굳건히 잘하고 있고 국내외로 인정받고 있는, 실제로 매출로 보여주는 브랜드도 많다. 국내외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로는 (업계 사람들에겐 뻔하겠지만) 준지와 우영미, 그리고 아더에러, 젠틀몬스터 등이 있겠다. 전자는 파리패션위크에 서는 브랜드기도 하다. 이처럼 4대패션위크에 선 브랜드라는 것도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고 정말 잘하는 브랜드가 많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금전이나 다른부분으로도 설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에 참 애매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이들처럼 '꾸준히' 서 오는건 다른 맥락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바이어들이 패션브랜드를 볼 때 기준 중 하나가 '한두시즌 하다가 없어질 브랜드는 아닌지'이기 때문에. 그렇게 평가하기에 지금의 우영미나 준지는 전개한지 오래된 브랜드이기는 하다. 아무튼, 나는 단순히 4대컬렉션에 참가한다 뿐만 아니라, '꾸준히' 참가하는 브랜드를 잘한다고 평가하고 싶고, 신진브랜드 중에서는 4대패션위크를 주관하는 패션사무국측에서 초청해서 컬렉션을 선보였던 브랜드를 '잘한다'고 말하고 싶다.


기자 초창기 시절, 서울컬렉션에 첫 참가하는 브랜드를 취재할 때 어떤 브랜드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서울패션위크에 서야 디자이너브랜드로 인정해주는 것 같다"고 느꼈다는 것. 그분 말씀의 의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이 글을 쓸 때 강렬히 떠오른다는건 난 이렇게 받아들였나 보다. "디자이너브랜드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 네이버 스토어팜이 아닌 네이버 디자이너윈도우로 진입해 시즌 컬렉션 테마를 보여주고, 브랜드 히스토리를 들려준다 하더라도 진짜 '브랜드'로 인정받으려면, 시즌 컬렉션을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여야 한다고. 어쩌면 지금 4대컬렉션과 서울컬렉션에 서는 디자이너들도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워낙 브랜드마다 사정이 다르다보니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짧은 몇년 새 이 공식도 바뀐 것 같다. 이제는 서울패션위크에 서지 않더라도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루트로 본인 브랜드를 선보임으로써 '디자이너브랜드' 가 아닌 '브랜드' 자체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디자이너브랜드라는 키워드로 디자이너의 창의성, 가치를 부여하기보다는 요새는 인플루언서가 전개하는 브랜드가 인기를 얻으며 그 인플루언서를 더 집중하거나, 혹은 디자이너가 누군진 몰라도 브랜드 자체의 이름이나 특정 아이템으로 기억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고태용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비욘드클로젯'의 개 맨투맨'으로 기억했다면 요새는 '기준(kijun) 미니백'으로 기억한다는 거다, '기준'의 '김현우 디자이너' 보다는 '기준' 자체로 사람들이 기억하고, 아이코닉한 미니백 자체로 사람들이 기억한다는 것. 이는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브랜드 스토리보다도 더 '이미지'에 집중되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실 본질은 똑같다.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될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게 어떻게든 잘 알려지면 된다는 것.


좋은 브랜드, 잘하는 브랜드는 너무 많다. 특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다수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나는 그게 안타까웠기 때문에 이 글을 시작했다. 다음 글에서는 그런 좋은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채널을 소개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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