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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atre Romance Dec 28. 2023

'모두' 환영받는 곳

모두예술극장

지난 10월, 서울 서대문구에 새로운 극장이 들어섰다. 바로 대한민국의 첫 장애공연 예술장인  '모두예술극장'이다. 충정로에 위치한 구세군빌딩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이 극장은 '모두예술극장'이라는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누구나,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고, 모든 형태의 예술이 모이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장애예술인들의 창작, 육성, 교류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물리적으로 제약 없는 환경을 구축하고 서비스 전반에도 장애 예술인 및 관객들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한다.

ⓒSungyeon Park

모두예술극장은 개관과 함께 개관페스티벌을 열었다. 크게 국내초청, 해외초청, 기획프로그램을 통해 다양성을 포용하며 동시대적 가치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이고 '모두예술주간'을 통해 장애예술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의 강연 및 포럼, 라운드테이블, 워크숍, 전시 및 연계토크 등을 마련했다. 그동안 활발하지 못했던 장애예술에 대한 정의, 동시대의 미학적, 사회적, 실천적 이슈들을 수면 위로 올리며 모두예술극장은 문을 활짝 열었다.

ⓒSungyeon Park
ⓒSungyeon Park
ⓒSungyeon Park

극장은 지하철 충정로역과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외부에서 극장 건물 안으로 입장했지만, 지하철 7번 출구와 극장 건물의 지하가 연결되어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모두예술극장은 극장 1개와 그 외의 부대시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극장의 1층에는 3개의 연습실이 있고 2층에는 극장, 그리고 3층에는 미팅룸과 모두스튜디오가 있다. 모두스튜디오는 다목적 창작 스튜디오로 소규모 공연이나 세미나, 워크숍, 행사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Sungyeon Park

극장 건물 2층 로비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티켓박스가 보인다. 매표소에서 바로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이라는 것을 알리듯 높낮이가 다른 데스크가 보였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두 가지 높이의 데스크를 설치해 둔 것이다. 그 옆에는 물품보관소와 라운지가 있었다. 공연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겠지만 문자 통역 시스템이나 히어링 루프(청취보조 시스템), 음성해설이나 통역을 위한 기기들을 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극장 내 모든 공간은 휠체어 이동이 용이하도록 단차를 없앴다. 또한 대부분의 안내 표지판에는 점자 안내판과 음성안내가 있었으며 점자 블록과 안전 손잡이도 있었다.  

ⓒSungyeon Park
ⓒSungyeon Park
ⓒSungyeon Park

극장과 라운지 옆에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남/여 장애인 화장실이 극장 입구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고, 그 뒤로는 가족화장실, 그 뒤로 남/여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로 가는 통로는 휠체어가 이동하기 용이하게 매우 널찍했고, 특히 중간쯤 양쪽에서 휠체어가 올 경우를 대비해 널찍한 포켓도 마련되어 있었다. 가족화장실 부분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장애아동을 둔 가족단위의 관객이 극장에 왔을 때 매우 용이하게 사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정말 적절한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수유실 또한 구비되어 있어 유아를 동반한 관객도 매우 편리하게 극장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듯했다.

출처: 모두예술극장(http://moduarttheater.or.kr/space/stage/)

극장은 수납식 객석을 보유한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이었다. 무대, 객석의 크기나 위치, 구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극장으로 무용, 음악, 다원,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커버할 수 있는 곳으로 운영된다. 기본적으로 구비된 서랍식 객석은 총 209석이며, 그 외에 2층 발코니를 활용하면 50석 정도가 가용 가능하다고 한다. 휠체어석은 기본적으로 서랍식 객석 맨 앞쪽에 위치할 수 있는 듯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은 서랍식 객석을 사용하지 않는 형태일 때만 휠체어석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필자가 일하는 극장은 오래전에 지어진 극장이기에  접근성 부분에서 건물 자체의 제약이 많다. 그래서 접근성 매니저를 겸하는 하우스매니저는 접근성과 휠체어석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많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객에게도 객석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에 휠체어석의 위치를 개선하고 휠체어석 이용 관객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공연이 없는 기간에 극장 공사를 감행하면서까지 휠체어석의 위치를 옮기는 등 노력을 했었다. 그렇기에 극장을 함께 방문한 하우스매니저는 모두예술극장이 운영할 휠체어석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휠체어석을 이용해야 하는 관객의 선택 폭은 결국 맨 앞 줄이라는 한정적인 옵션밖에 없고 그 외에 별다른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 듯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출처: 모두예술극장 (http://moduarttheater.or.kr/space/stage/)

하지만 정말 유의미한 시설이라고 생각되었던 부분도 있었다. 바로 객석 2층과 기술 조정실 또한 무단차 공간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극장들은 기술 조정실이나 오퍼레이터실에 크고 작은 단차가 있다. 이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한 뼘의 단차가 아니라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질 터이다. 현재 내가 일하는 곳에서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는 극장의 오퍼레이터실 또한 3-4개의 계단을 올라서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런 장벽을 없앴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극장 외에 분장실, 연습실 공간과 모두스튜디오까지 극장 내 모든 부대시설은 휠체어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단차를 없애고 장애인용 화장실이 별도로 구비되어 있다

모두예술극장이 대한민국 최초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만큼,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관객이 어려움 없이 창작 활동과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환경 및 편의시설을 갖추는 탄탄한 접근성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공연별로 상이하게 운영되겠지만, 공연 및 프로그램이 운영될 때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며 이동지원 등 극장 이용 전반에 대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수어통역, 자막, 음성해설, 촉각투어 등을 도입하여 장애 유형별 특화 공연을 제작하고, 릴랙스드 퍼포먼스 공연 등 더 많은 장애인이 공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작품을 개발하여 선보일 예정이라 한다.


 모두예술극장의 접근성 정책은 주로 이동제한이 있는 장애인, 시각장애 혹은 저시력 장애, 청각장애 혹은 난청, 자폐 스펙트럼 장애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다. 모두예술극장이라고 모든 장애유형이나 모든 이를 위한 접근성을 커버하기에는 물론 한계가 존재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하며, 또 여러 장애유형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터이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접근성 서비스는 예매나 온라인 홍보물 등의 서비스에서도 제공받을 수 있음은 물론 극장으로의 공간 이동이나 편의시설, 직원 배치 등 물리적, 인적 서비스로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장애 예술인들의 창제작을 위한 공연 전문 스태프 지원 까지도 가능하며 장애예술인에게 연습실 및 공연장 등 공간우선대관, 사용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니 장애예술인들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ungyeon Park

국내 최초의 장애예술인 표준 극장이 이제야 지어진 점은 안타깝게 생각되겠지만, 지금이라도 이러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공공의 지원 덕에 안정적으로 물리적인 장벽이 없는 표준 시설이 만들어졌으니 접근성 매뉴얼이나 교육 작업까지 선행해 나간다면 다른 극장들 또한 좋은 선례를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일하는 단체에서도 비교적 선도적으로 배리어프리나 접근성 서비스들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는데, 종종 외부 민간단체들로부터 혹여 매뉴얼을 가지고 있냐는 문의를 받는다. 접근성 분야에서 매뉴얼까지 제작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거니와 전문성이 있다고 자신하지 못하는 부분들 때문에 이러한 요청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모두예술극장이 앞으로 이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모두예술극장이 앞으로 닦아나갈 길을 따라 모든 극장이 '모두'환영할 수 있는 극장으로 변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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