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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캥거루 Sep 18. 2021

취업깡패 화공 대학원생이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 (5)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

본 글은 이전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취업깡패 화공 대학원생이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 (4) 보러 가기




- 내게 맞는 회사를 결정하기 위한 질문


-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가?

-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 그리고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

- 기업의 제품/서비스가 고객의 필요를 잘 채워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스스로 매출을 내고 지수적 성장을 이루겠는가?



3. 도메인이 내 관심사와 부합하는가? 그리고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


2) 성장 가능한 산업인가?


 이전 글에서 다룬 관심사만큼 중요한 것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그 산업에 속한 기업의 성장률과 긴밀한 관계가 있으니까. 하향 산업이나 정체된 산업에 속해 있다면, 기업은 생존을 위해 상대적으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창업 초기의 회사는 노력 여하와 무관하게 생존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회사를 결정할 때,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필히 타진해봐야 한다. 


 첫 입사 기업(A기업)이었던 '교육 콘텐츠 스타트업'을 기준으로 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교육업도 상당히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던 산업이다. ST UNITAS, YBM, 메가스터디 등 일부 대기업이 꽉 잡고 있었고 그 아래로 필요에 따른 특정 분야에 특화된 기업들이 줄지어 있는 모양새였다. 그런 업계를 겨냥한 스타트업이 있다? 그 당시 나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입사를 결심했을까? 나로 하여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가능성이 있겠다'라고 느끼게 한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IT 분야의 교육을 콘텐츠로 하고 있었다.>


 IT 영역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적은 없지만, 앞서 더 큰 관심을 받던 BT/NT에서 IT 쪽으로 관심이 넘어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심에 따라 자연히 산업이 성숙하며 대한민국에서도 IT 직군이 점차 세분화되려는 조짐이 보였다. 가령, 과거에는 디자이너라고 하면 심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정도로 이해했다. 몇 없던 UX/UI 디자이너 양성 교육들도 원페이지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일부 선구적인 분들 외에는 대한민국 전반적으로 직군 이해도가 부족한 탓이었다. UX/UI에 대한 개념이 주목받고 사용자 경험(UX)을 설계하는 것이 화면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받아들여지며 변화가 일었다. 사용자 경험은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며,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영역임을 알게 된 것이다. UX/UI 디자인을 예로 들었지만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비롯한 다른 IT 직군도 마찬가지로 점차 성숙하고 세분화되었다. 산업 전반적으로 IT 직군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고, 사람을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뽑아야 할 정당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내게 확신을 주었다. '이거 되겠다!' 교육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겠다는 확신, 성장을 일으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었다. 단기간에 새로운 전문 툴이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등장하고 경쟁하는 것 또한 그 흐름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보편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5년에서 길게는 10년, 교육 트렌드나 흐름면에서 앞선 경험을 한다는 점도 확신을 주는 근거가 되었다. 미국에서 앞서 정착한 세분화된 IT 전문직군이 우리나라에도 곧 적용될 터였다.


 기존에 IT 분야의 교육기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계점은 명확했다. 너무 트렌드를 탄다는 점, 나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학계도 동일한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 어떤 기술이 뜬다고 하면 정부가 편중하여 예산 편성을 하는 등 편향된 지지를 보이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너도나도 달려든다. 그 대표적인 예가 3D 프린팅 기술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중요한 기술이고 응용처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불과 5-6년 전,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정부가 밀어주던 관심은 다 어디로 갔는가? 들려오는 풍문으로 반짝 밀어주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지원을 삭감하거나 끊어버리는 생태계는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인격화된다면 그 사람의 귀는 정말 얇을 것이다. A기업은 이에 흔들리지 않을 만한 기준이 있었다. 정체된 교육산업에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자체적인 기준을 갖고 앞서 움직인 덕에 기반을 다져둘 수 있었고, 추후에 찾아온 트렌드의 물살을 타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A기업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는 아래에서 소개하겠다.)


 <둘째, 교육이 가진 시장성과 콘텐츠의 힘>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교육열을 가진 나라다. A기업이 메인 타깃으로 생각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는 유년기에 IMF를 거치며 내재된 불안감과 부모의 바람으로 인한 교육열로 무한 경쟁을 체감하며 자라온 세대다. 성인이 되고 직장인이 되었지만, 멈춰 서면 도태될 것 같고 남들보다 더 역량을 길러 성장하겠다는 갈망이 내재되어 있다. 스스로를 부족하다 여겨 끊임없이 성장하려고 하는 우리들의 특성을 들여다보았을 때 시장성은 충분했다. 더욱이 A기업은 특정 분야에만 집중한 기업들과 달리, 대부분의 IT 직군을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도 강점이 있었다. 넓은 포지션을 소화하는 기업이 유일무이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 안정성이 확보되고 확장성 또한 지녔다고 판단했다.


 앞서 A기업이 흔들리지 않을 만한 사업적인 기준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비지원 교육은 지양하고 자체 콘텐츠로 승부한다'는 것이 그 기준이었다. 국비지원을 시행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편하다. 대부분의 금액을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에 고객은 더 저렴한 금액으로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 기업은 모객을 하기 수월하고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국비지원을 받으면 그만큼 정부의 간섭이나 의존도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의 변덕이 매출에 직결된다는 지점이 그렇다. 그리고 현업 실무의 탁월한 사람 대신 정부가 지정한 기준에 따라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강사로 모셔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커리큘럼도 마찬가지로 컨펌을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된 조사와 이해도를 바탕으로 컨펌되지 않다 보니 기업의 교육 콘텐츠 경쟁력은 차별성을 잃고 약화될 수밖에 없다. 즉, 국비지원 교육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체적인 커리큘럼과 뛰어난 강사진을 통해 기존 교육과 다른 차별화된 교육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만, 생존과 매출이 중요한 스타트업으로서는 굉장한 포부가 아닐 수 없다.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위험부담은 있었지만 포부에 담긴 '변화의 가능성'은 나를 뜨겁게 하기 충분했다. 콘텐츠가 가진 힘은 앞서 성장한 IT 기업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모여들고 파급력도 크다. 교육 콘텐츠를 통해 공교육의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요약하면 성장 가능한 산업인지 파악하기 위해 내가 보았던 것은 다음과 같다.

- 산업의 흐름과 들어맞는 사업 제품을 팔고 있는가?

- 시장성이 충분한가? 기업이 시스템과 환경 등에 제약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성장을 설계할 수 있는가?

- 기업의 성장이 산업의 성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충분히 하기 전에는 나를 괴롭혔던 본질적인 염려가 있었다. '공교육이 아닌 이상, 교육 콘텐츠 사업으로 사교육을 조장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을 거듭하면서 기업에 들어가 내가 이루고 싶은 바와 포부가 생겨났고 스스로 얻은 해답은 다음과 같았다. 공교육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면, 그리고 공교육을 단번에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교육 콘텐츠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의 대안을 만들어보자. 기업의 끝이, 사업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있는 동안은 이 기준을 붙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회사를 선택하기 전에 성장 가능한 산업에 속해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시길 바란다. 나처럼 고민해왔던 다른 염려도 해결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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