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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캥거루 Nov 04. 2021

배민 앱 홈 화면은 어떤 맥락으로 개편되었을까?

배달의민족 앱 홈 화면이 11년 만에 바뀐 이유

 몇 차례의 실망과 맞물려 쿠팡이츠가 등장함에 따라 한동안 켜지 않던 배달의 민족(배민) 앱을 켰다. '오! 홈 화면이 깔끔하게 바뀌었잖아?' 잘 바꾸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이어 어떤 맥락에서 바꾸게 된 것이며 왜 이렇게 바꾸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우아한형제들이 11년 만에 홈 화면을 개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배민 앱 홈 화면의 어제와 오늘


"뭐 먹을까?"

 매 끼니마다 고민하며 던지는 질문이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을 때에도, 배달시켜 먹을 때에도 던지는 질문이다. 양분이 섭취되는 알약이 개발된다 해도 미각으로부터 주는 만족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도 인류는 평생 동일한 질문을 반복할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11년 동안 '사용자가 배달음식을 시키는 상황에서 하게 되는 사고의 첫 단계'에 집중했다. "뭐 먹을까?" 즉, “어떤 음식을 배달시킬까?”라는 근본적인 필요를 기반으로 음식 종류를 메인으로 가져와 디스플레이하였다. 이로써 사용자의 탐색(음식 선택)에 소요되는 리소스를 줄였고, '배민스러움'을 강조하며 사용자들이 ‘배달은 배민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힘썼다.


"어떻게 배달할까?"

 이전에는 생소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앱을 이용한 배달 주문 행위에 익숙하다. 백종원을 비롯해 여러 셰프들이 나오는 갖가지 예능 프로그램의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들과 이를 극대화하는 촬영기법들이 배달앱을 켜게 만들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팬데믹 상황은 배달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제는 배달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이 성숙해졌다. 사용자의 인식과 시장의 성숙은 같은 배달도 더 현명하게, 가성비를 따져서 하려는 사용자의 니즈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도 "어떻게 배달할까?"라는 배달의 목적과 방식에 집중하게 되었다. 배민 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동일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배달의민족 앱의 개편 전(좌) 개편 후(우) 홈 화면


과도기를 거쳐 개편된 홈 화면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배민 앱의 홈 화면은 혼란을 겪는 듯했다. 초기 의도(뭐 먹을까?) 유지와 새로운 서비스(예_B마트, 배민원 등) 노출 간의 끝나지 않는 저울질은 서비스와 음식 메뉴가 혼재된 홈 화면을 낳았다. 그룹핑을 신경 쓰지 않은 채, 한 공간에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버튼이 섞여 있다 보니 사용자는 혼란스럽고 불편했다.(사실 이것마저도 배민 스타일이라고 퉁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홈 화면에 내세울 만한 서비스가 수적으로도 충분해졌다. 각 서비스가 사업적으로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 경쟁업체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우리가 지금 보는 서비스 위주로 말끔하게 개편한 홈 화면이다.

 생각해보면 사용자 여정의 첫 단계인 홈 화면에서 음식 메뉴가 섞여있는 구조로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온전하게 검증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과장하자면, 새로운 서비스가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엉뚱하게도 음식 메뉴와 경쟁을 하고 있던 셈이니까 말이다.


홈 화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홈 화면은 노른자 땅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보는 페이지인만큼 노출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홈 화면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고 홈 화면 관련된 이슈는 관심도 간섭도 많다. 때로는 사업적으로 힘을 싣고 싶은 내용을 배치하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홈 화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근 홈 화면에 대해 고민을 했던 터라 이번 배민 앱 홈 개편을 보며 든 생각이 있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이번에 정리된 내 생각은 뭐니 뭐니 해도 홈 화면의 주 기능은 "사용자가 탐색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홈 화면은 사용자의 여정이 시작되는 가장 대표적인 출발 지점이다. 그리고 기업의 목표는 매출을 내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최종 단계가 매출(사용자의 결제)로 이어지는 사용자 여정이 홈 화면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최대한 홈 화면의 영역을 이용해야 한다.


지표를 하나만 볼 수 있다면?


"각 서비스로부터 출발한 사용자의 여정이 얼마나 매출로 이어졌는가"

 물론 외부인에게 내부 지표를 보여줄리야 없겠지만, 홈 화면 관련하여 보고 싶은 지표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어떤 지표를 요구하면 좋을까? 내가 홈 화면 개편 프로젝트에 참여한 담당자라면, 배민 앱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들의 사업적 성공과 사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지표를 볼 것 같다.

 각 서비스 버튼의 클릭률이나 서비스를 클릭해 페이지가 전환된 비율, 이탈률이나 주로 이탈한 지점 등의 데이터도 중요하다. 그러나 클릭률이나 페이지 전환율에만 매몰되는 것은 근본적인 성공(사업의 성장)에 도달하기 위한 반쪽짜리 설계라고 생각한다.

 사업의 목적은 결국 '매출'이다. 그리고 홈 화면을 개편한 이유는 매출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 라인업을 사용자들에게 노출하고 사용을 유도하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서비스(배달, B마트, 쇼핑 라이브, 선물하기 등)가 얼마나 사용자의 행동을 끌어내고 있고, 얼마나 매출로 이어지는지 보아야 이번 개편이 잘 되었는지, 어떤 부분을 더 개선할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pick은 "서비스 별 구매전환율"이다. 이 지표로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려 진입한 사람들 중에 실제로 결제 행동을 한 비율을 볼 수 있다. (서비스 구매전환율 = 특정 서비스로 결제 한 횟수 / 특정 서비스 버튼 클릭 수) 다만, 구매전환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적인 서비스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서비스마다 결제 행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쇼핑라이브는 서로 다른 라이브의 물건을 따로 결제해야 하므로 서비스 진입 후 결제 횟수가 다른 서비스에 비해 클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매출 데이터를 함께 봐야 한다. 매출을 볼 때도 서비스 별 매출 총액만 볼 것이 아니라 객단가와 결제 횟수를 종합적으로 보아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사업 개발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PM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여전히 사업적인 관점으로 사례를 해석하는 것이 흥미롭다. 무대 위 공연을 보며 열광하지만, 무대 뒤(Behind the scene)에서 어떤 일들과 치열한 노력이 있었는지 우리는 다 알 수 없다. "Behind The Service" 이 매거진의 이름도 거기서 따왔다. 기술과 사업이 따로 놀지 않도록 하려면 PM으로서 사업을 보는 시각은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에, 서비스 뒤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맥락과 기획의도를 탐구하려 한다. 어쩌다 보니 줄이면 BTS인데.. BTS만큼 사랑받고 영향력 있는 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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