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AI가 IT 제품과 산업에 가져올 변화 예측
블록체인, VR/AR, 메타버스... 다양한 신기술이 대두되고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도 여전히 기술에 회의적이었다. 다음 산업혁명을 일으킬 정도의 파급력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초과학은 지원하지 않은채 '해외에서 이게 뜬다더라' 하면 정부지원이나 연구비가 몰리는 고질적인 현상에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와 관심으로 불어가는 거품은 길어야 1년 정도 커지다가 터져버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자리엔 확고한 믿음과 끈기를 가진 진짜들이 남아 그들만의 싸움을 이어갔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달랐다. 다음 산업혁명이 있다면 그 핵심에 생성형 AI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작년 하반기에 망설임 없이 AI씬으로 뛰어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생성형 AI는 예상보다 빠르게 물 밀듯 밀려와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었다.
PC의 보급에 이어 인터넷의 시대가 열리며 네이버가 등장했던 것처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앱의 시대에 카카오가 부상한 것처럼 genAI 시대에 그에 걸맞는 AI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다만, 아직 비용 문제가 있으니 자체 LLM을 만드는 대신, 당장은 GPT api를 사용하더라도 비용 컨트롤을 해가며 뚜렷한 방향성을 띈 제품을 만든다면 과거 선배들이 누렸던 시장 선점의 영화를 누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인생을 더듬어 보았을 때, 실제로 IT산업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발전해왔다.
1. 우선 PC(Personal Computer)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PC의 보급과 함께 윈도우와 같은 OS의 약진이 있었다. 특히 GUI가 적용되면서 PC의 붐은 더욱 촉진되었고 OS 위에 시각적이며 직관적인 어플리케이션들이 생겨났다. 재미 요소일 뿐이었지만, 당시에 그저 컴퓨터를 켜서 바탕화면을 돌아다니는 캐릭터들을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PC의 보급과 기간이 어느 정도 겹쳤던 것 같은데, GUI가 적용된 Window OS를 접하던 시기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2. 인터넷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놀잇거리이자 백과사전이었다. 마치 게임을 하듯 몇시간이고 타고타고 들어가 내가 알고 싶었던 정보들을 탐색하고 연결지을 수 있었으니까.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가장 수혜를 받은 것은 이커머스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 기술을 잘 모르던 일반인들에게는 인터넷이란 무한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였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비약하자면 그 당시 내게 인터넷은 곧 검색엔진이었다. 초창기 네이버를 생각해보면, 데이터가 부족해 엉뚱한 답변이 나오곤 했는데, LLM이 일으키는 할루시네이션을 보고 있자면 그 당시가 떠오르곤 한다. 이후로 네이버는 나름의 전략을 통해 검색엔진으로서의 견고한 입지를 다지고 버티컬한 사업들로 규모를 키워갔다.
3. 이후 스마트폰의 센세이션한 등장이 있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웹에서 앱으로 영향력이 옮겨갔다고 생각한다. 앱스토어 초기를 생각하면 퀄리티가 부족한 앱들도 많고 생태계 자체가 정제되지 못한 모습이 보였지만, 새로운 기회를 간파하고 빠르게 입점한 이들은 훈풍을 타고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GPTs 초반에는 GPTs가 과거 앱마켓의 아성을 이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앱스토어 때만큼의 효과는 바라기 힘들 것 같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빠르게 대응한 수혜자가 카카오가 아닐까 싶다. 변화하는 흐름 속에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신속한 기술 개선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얻어낸 트래픽으로 다양한 버티컬한 사업을 일궈내었고,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규모를 키워 지금에 이르렀다.(퇴고를 할 때쯤, 놀라울 정도로 IT 역사를 잘 저술한 책을 발견했어요!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추천드립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까지 지나쳐 온 IT의 역사가 집약된 형태로써, genAI 제품의 역사에 반복 될 것이라 내다봤다.
과거 IT 산업에 있었던 새로운 파장과 Next Big Things을 이번에는 genAI라는 새로운 파장과 함께 반복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웹 기반의 생태계에 앱이라는 생태계가 치고 들어왔던 것처럼 genAI가 몰고올 생태계가 새로운 파장이 되어 영향력 있게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그러나 AI씬에 몸 담으며 고심한 결과, 앱에서 genAI로 넘어가는 형태는 아닐 것 같다는 쪽으로 생각이 변화되었다. 물론 perplexity와 같이 성공적으로 생성형 AI를 대표하는 제품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앱이 제품을 표현하는 하나의 토대로 보편화 되었듯이, 장기적으로는 genAI도 점차 하나의 표현 방식이자 토대가 되는 기술이 될 것 같다. AI 자체가 하나의 도메인으로 분류되는 것 대신 앱이 그러했듯이 여러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그러나 갈수록 보편화되어 기본값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즉, 생성형 AI를 대표하는 제품이 우후죽순 나와 시장을 점유하는 흐름보다는 기존의 앱/웹 서비스들이 genAI 기술을 탑재하여 시대 흐름에 맞게 올라서는 흐름이 지배적일 것이라는 예측을 해본다.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그와 더불어 토큰 당 비용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 사용자들로부터 use case를 발굴하고 보유하고 있는 user data에 LLM을 접목해 AI 시대에 적합한 모습으로 제품의 성장을 모색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