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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벤더핑크 Jun 06. 2023

먹을 복 터진 어느 날

미각 뽀개기 2

직딩의 오감만족

[미각뽀개기 1편] 호모스위트


  오감 만족 중 가장 손쉬우면서도 즐겨하는 미각 자극하기! 혀 끝을 감싸는 한 줄기 영롱한 맛은 노예 생활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잊게 만들 정도로 강렬합니다. 그 어느 날보다 질과 양에서 미각 뽀개기에 충실했던 하루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원래 계획인 가덕도로 놀러 가 기본이 4인분인 식당에서 세 사람이 먹으면 푸짐하게 남을 듯한 점심식사와 브런치 식당에서 레몬 소로베를 먹었다면 더 완벽했을 조합이나, 아쉽게도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불발되었다. 대신 아침부터 쑥뜸과 침 일정으로 예열해 본다. 침치료받고 나니 마침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파와서 공원을 잠시 걸으려던 생각을 보류하고 곧장 브런치부터 먹으러 간다. 아무래도 동선이 가까운 광안리가 좋을 것 같아, 검색해서 찾아간 곳.


1단계: 아일드블루 브런치 에그인헬과 피자와 베스트 음료. 에그인 헬은 언제나 맛있고, 피자는 늘 아는 보통의 맛. 음식보다 광안대교 뷰에 정신이 팔려 눈으로 뷰를 먹는 기분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둘이서 먹기에 조금 양이 많아, 남은 피자 4조각 테익아웃해 왔다.


2단계: 원래는 홍차카페를 향할까 생각했었는데, 미리 예약해 둔 정형외과 병원 예약 시간에 빠듯할 듯하고 좀 전에 마친 브런치의 배가 아직 꺼지지 않아 그냥 광안리 동생네로 향했다. 아침부터 일어나 산책까지 마치니 배부름에 나른함까지 몰려와 동생네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잠깐 낮잠 후 병원으로 나서는 길, 엄마가 동생네에 있는 고등어와 김치로 뚝딱 만들어 주신 엄마표 고등어 김치찌개를 들고 나선다.


3단계: 치료 후, 저녁 약속으로 스파게티를 생각했다 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 가게 종업원의 말에 솔깃해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한 테이크와 관자오일파스타. 소스와 잘 어우러진 스테이크는 일단 말이 필요 없었다. 플레이팅에 세팅된 연장부터 일단 남다르다. 관자오일 파스타의 관자는 크기도 크고, 매콤하게 만들어 달라 요청한 소스도 맛있었다.  같이 시킨 무알코올 복숭아 사과 칵테일은 눈으로도 입으로도 마시기에 맛있었다. 서비스로 주신 수제 초콜릿은 입에서 살살 녹았고, 이름은 모르겠지만 무알코올 음료로 상큼 달콤한 첫맛으로 시작해 컵 위에 묻어있는 소금 알갱이들이 마지막에 씹히면서 단짠단짠으로 심심치 않은 식감까지 자아냈다. 수박에 설탕 찍어 먹으면 단맛이 느껴진다고 하듯, 신기한 맛에다가 나름 식감도 느껴지며 괜찮았다.

설탕가루로 긴 말 안한다. 먹어봐라 라고 적힌 문구와 남다른 연장들.
장미와 잘 어우러진 하트 모양 스트로우, 서비스로 주신 수제 초코릿과 무알콜 음료

4단계: 웬만한 유명 전포카페는 다 둘러본 나인데, 한동안 발길이 뜸했더니, 새롭게 생긴 큼지막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맞은편 쇼핑센터처럼 보이던 새로 지은 건물로 가까이 가니, 거대한 커피 머신이 보여 비로소 이곳의 정체가 카페임을 확인했다. 딸기, 파파야 등이 어우러진 허브티 비포선셋  차 달콤한 향이 좋았다.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훌쩍 9시가 넘어버려 구경가 보려던 탑층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


수영장 뷰를 보고 싶어 지나가는 길 낮에 다시 들러 달콤한 디저트도 테익아웃하며 낮뷰도 구경해보았다.


5단계: 영화관에서 카드사 무료 제공된 팝콘 세트를 받아 들고 후다닥 집으로 복귀!


  여의치 않았던 상황과 용량 한계로 다소 절제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쓰나미 같았던 끝없던 먹방이 단 하루 사이에 일어났다는 것! 아이돌 못지않은 먹방 스케줄로 가득한 뿌듯한 하루.


   그렇게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피자와 엄마표 고등어 김치찌개, 그리고 팝콘 세트까지 양손 무겁게 챙겨 들고 집에 오니, 피곤했지만, 한 손 가득 그리고 배속 가득 며칠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을 것 같은 마음으로 비록 노예의 삶을 살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마치 혀끝의 미각의 여운이라도 된 것처럼 배에서 온종일 머무르는 포만감으로 노예생활을 한번 재충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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