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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하는 개발자 May 05. 2022

개발자들의 예술작품, 게임

코드로 창조되는 세계

원래 필자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게임 속 세계와 이야기들을 좋아하지만 게임을 함으로써 파생되는 게임을 하는 데 개인이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에 대하여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 게임 이용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희석시킨 장르의 게임이 있다. 이전에도 그렇고 현재도 매력적이라 여기는 생각이 불변하지 않을 만큼 필자를 끌어당기는 장르, 바로 오픈 월드 판타지 게임이다. 


판타지 게임의 매력은 현실적인 그래픽으로 구현된 비현실성에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체력적 한계와 물리적 한계로 마음껏 공간을 뛰어다닐 수 없으나, 인간이 상상한 대로 가상의 세계 속에서 구현한 규칙과 질서 그리고 공간.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했던 요인들이 가상 세계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현함으로써 아주 넓은 들판을 뛰어다니는 것도, 생명의 지장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몬스터들을 검으로 베어낼 수 있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류는 현실 세계에서 가능하지 못한 행위와 현상들을 소설의 형태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후 이상과 상상의 추상적인 형태를 넘어 IT기술을 통해 직접 판타지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함으로써 간접적인 체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진보한 IT의 기술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메타버스를 창조해내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창조된 것이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다. 이것이 IT기술의 힘이며, 게임의 매력이다. 


어느 날 유튜브 광고에 한 캐릭터가 1인칭 시점으로 자유롭게 도시를 날아다니고 건물의 외벽을 올라타는 높은 자유도를 지닌 게임의 플레이 장면을 보았다. 단순히 시간낭비와 같다고 생각했던 게임이라는 여가를 무언가에 홀린 듯 다운로드하기 시작한 시점은 그때부터였다. 약 7년 동안 게임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필자가 '오랜만에 게임을 해볼까-' 하는 마음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게임와 담을 쌓은 후 오랜 기간의 공백 기간을 두고  플레이한 게임은 예상했던 퀄리티를 훨씬 넘어서는 유희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마지막으로 플레이했던 게임이라고는 간단한 2D 게임과 3D 달리기 게임이 마지막이었던 본인이 10여 년 동안 무서운 수치로 진보한 게임 개발이라는 IT분야를 우습게 봤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필자도 모르는 새에 개발 과정에서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변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되는 툴(tool)의 진화, 폭포 쏟아지듯 빠르게 창조되는 새로운 기술들은 자연스레 전체적인 게임의 퀄리티도 동시에 높였던 것이다.


다운로드하던 당시 필요한 디스크의 용량은 20GB를 웃돌았다. 원신과 같은 오픈월드 게임은 고화질의 텍스처와 이미지, 넓은 월드로 인해 대용량을 필요로 하기에 다운로드하는 과정에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게임 그래픽은 정교함을 동반하며, 섬세하게 구현된 그래픽은 그 게임을 직관적으로 보이게 하는 중요한 디자인적 요소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구동시키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pc 환경이 요구된다. 원신은 다운로드한 후에도 티바트라는 가상 월드에 접속하기 위한 로딩 시간이 매번 따로 필요하다. 대개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서 십 초 단위로 로딩을 하고서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개발자들이 게이머들의 기다림을 감수하고서라도 로딩의 과정을 제거하지 않은 이유는 오류 없는 깔끔한 그래픽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이유에서다.


원신을 플레이하면서 전공생으로서 발견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심어진 단서를 찾아 나아가야 한다. 보물상자나 편지, 특정 npc에 입력된 대사들은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환경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게임 내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는 특정 npc의 모델링은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 npc의 대사는 어떠한지, 각 대사마다 인물의 손동작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npc에 성우의 음성을 덧입혀 데이터의 형태로 저장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다.


예를 들어 한 명의 플레이어가 있다고 가정하자. 원신의 플레이어는 월드 레벨, 모험 등급, 닉네임, 성별, uid, 프로필 소개, 보유한 캐릭터 그 외 등등의 데이터를 지닌다. 이러한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이 필요할 것이며, 플레이어가 이용하기 위한 캐릭터의 정보를 담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테이블도 필요할 것이다. 여러 캐릭터를 보유하여 조종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설정 타입은 다르다. 캐릭터별로는 캐릭터의 레벨, 총 HP, 스태미나 수치, 공격력, 방어력, 치명타 확률, 치명타 피해 수치, 원소 타입, 호감도 그 외 등등을 설정해야 한다. 개발 용어에서 '클래스'는 상태와 행위를 갖는 자바의 기본 단위이자 객체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모든 각 수치에 합당한 변수 이름과 클래스의 이름을 설정하게 된다. 


이외에도 몬스터를 향해 칼을 베는 디테일한 효과음과 모션, 벽의 형태를 띤 특정 구조물에 닿을 때 캐릭터의 등반 모션,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무한대의 체력, 일정 시간 달릴 수 있는 스태미나의 수치, 공격 시 특정 원소에 반응하여 추가 효과를 내는 구체적인 수치, 공격을 당할 시 일정량의 대미지만큼 HP가 소모되는 수치, 아이템을 저장하는 행위, 맵의 일정 경계선을 넘어가면 그에 맞는 배경음악이 출력되는 로직의 구현 등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매우 당연하고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임의 플레이 과정 속에서 메서드로 구현되는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 캐릭터가 동작함으로써 거쳐가는 코드의 줄의 개수를 가히 가늠할 수 있을까? 


앞서 플레이어의 정보와 캐릭터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첨언하자면 하나의 데이터 베이스 테이블 내에서 모든 정보가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를 모델링하기 위한 개체-관계 모델(Entity Relationship Model)을 ERD라 부른다. 이는 구조화된 데이터를 부르는 일련의 표현이다. 데이터 모델링 또한 설계도를 도식화해서 보았을 때 마치 거미줄과 같이 얽힌 듯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저장하는 정보,  게이머들이 게임 속 캐릭터와 플레이어 본인에 대한 정보가 얽혀 저장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정교함'이다. 


하나의 게임이 창조되는 과정에서 IT의 모든 지식이 총동원된다.  오픈 월드라는 광활한 대지를 담기 위하여 요구되는 데이터는 가히 측정할 수 없다. 특정 지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이어폰을 통해 귀에 들려지는 각기 다른 음악, 그 음악과 가상세계가 접합함으로써 상황에 부합하는 연출을 낼 수 있다. 텍스트와 음성의 배합으로 이루어낸 스토리는 하나의 캐릭터에 마치 인격을 부여한 듯 캐릭터가 말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리적으로 직접 거닐 수 없는 지역을 창조해내는 구축의 능력은 개발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와 같이 섬세한 구현이 요구되는 게임이라는 단어 하나에 세부적인 it지식의 잔가지들과 아주 다양한 개발자원이 소모된다. 작은 시작에서부터 완성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오류들이 발생하고 이를 수정해나가는데서 다이아몬드를 제련하는듯한 섬세한 노력이 가미되는 것이다. 하나의 게임을 제작하는 데 있어 만들어진 세계와 내가 하나 되게 해주는 음악, 세계를 보는 화면의 디자인, 주인공이 되게 해주는 듯한 몰입감을 지닌 스토리 등 세세한 부분을 신경 쓴다. 그러한 기술의 집합체가 바로 게임이다. 즉 개발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현시대의 게임의 위상은 수많은 it기술을 통해 창조된 하나의 예술작품에 비유해도 괜찮다. 수많은 판타지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은 단순히 알고리즘으로 짜인 전투를 즐기는 것을 넘어 거대한 메타버스의 세계를 즐긴다. 현실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의 개체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판타지 월드에서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는 게임이 단순히 사람들에게 재미만을 제공하는 하나의 오락의 위치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후로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IT의 지식들이 어떻게 복리효과를 이루어 사람들에게 어떤 인문학적인 가치를 제공하는지에 대하여 사유해보게 되었다. IT와 인문학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우리의 생활에는 it가 어떻게 스며들었는가. 너무나도 자연스레 스며든 노트북 속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확장 해나가게 될까?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게임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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