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매우 매력적인 예술의 발현이자 표상이다. 답답한 시공간 속에서의 음악의 존재는 무미건조한 삶의 순간에 향수를 뿌려 향을 음미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는 음악을 감상하며 사색의 시간을 즐기고 그 가치를 귀히 여긴다. 누군가는 관람자로서 영화를 감상하며 들리는 배경음악이 뇌리에 남겨질 만큼 영화의 특정 장면을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하곤 한다. 필자도 삶의 순간순간마다 마음을 나눈 음악을 천천히 떠올리며 삶의 특정한 순간 혹은 특정한 배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그때 상황과 잘 어우러지는 음악이 떠오르기도 한다. 잠시 머무는 공간 혹은 어딘가를 거니는 짧은 시간이라도 그 속에서 음악을 통해 삶에 배경음악이 재생되는 순간을 향유한다.
필자에게 음악이 주는 의미는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형언할 정도로 음악의 존재적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음악이라는 광활한 카테고리의 안에는 각각의 고유한 색을 띠는 세상들이 비춰져 있다. 매일 걷는 가로수 길도 늘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된 음의 선율과 함께할 때 평범한 길도 피아노 선율이 깃든 아름다운 거리가 되는 듯한 좋은 착각,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아도 높은 음색의 맑은 하늘을 연상케하는 선율을 듣노라면 존재하는 세상 또한 음악을 듣는 필자와 감정을 공유하는 듯한 배경이자 객체가 된다. 그것이 필자에게 있어 음악이 주는 형용할 수 없는 가치의 크기다.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던 그들의 음악을 완벽하게 재현한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스마트폰 스피커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과 길을 걸으며 이어폰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현대 과학이 선물한 크나큰 축복이다. 현재는 무덤에 묻힌 고전 클래식을 주도했던 작곡가들의 예술을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번거로운 일도 아니며 낯선 일도 아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다. 아름다운 세미 클래식을 감상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필자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만날 수 있는, 니콜로 파가니니의 연주를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몇 백년 전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념에 잠기곤 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뀐지는 오래지나지 않았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자면 애석하게도 예술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들이 생존했던 과거에는 이어폰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았던 몇 백년 전이라는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파를 출력할 전자기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음악을 녹음하고 파일의 형태로 저장하기 위한 mp3라는 확장자명이 존재할 이유도 없었으며, 그럴 만한 IT기술도 구축되지 않았다.
데이터로 담긴 소리는 영화, 드라마, 심지어 웹툰을 보면서도 전용 플레이리스트로 저장될 정도로 음악은 삶과 매우 밀접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영향력을 미치는 음악이라는 존재가 나의 데이터 파일로 저장이 되어 우리의 귀로 들릴 수 있게끔 출력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mp3는 소리를 포함한 컴퓨터 파일을 압축한 파일로, WAV음악파일이나 CD에 비해 사람이 들을 때 차이가 미미한 부분을 제거해 데이터 크기를 작게 만든 오디오 파일이다. MP3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압축의 원리에 대한 이해도 필요로 한다. MP3파일이 출력되는 과정에서의 핵심은 MICOM, DSP, 코덱이라 볼 수 있다. MICOM은 입출력기능을, DSP는 연산작용을, 코덱은 압축신호를 풀어 재생하는 역할을 한다. MP3 음악파일은 사람들이 들을 때 영향이 가지 않을 정도의 음질로 압축된 파일이기에 압축된 파일을 풀어서 감상하기 위해 파일을 풀어주는 코덱을 이용한다. 압축신호를 풀어 데이터화된 음악이 스피커 또는 이어폰으로 재생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러한 전기 전자 및 소프트웨어지식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히 지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하고 필자는 사유해본다.
악기의 소리를 데이터화하여 녹음할 수 있게 되면서 아날로그 신호로 전환하여 앰프와 스피커를 통해 출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정통 피아노를 각색하여 음량 조절이 가능한 신디사이저와 같은 디지털 피아노의 탄생, 무게가 가볍지 않은 첼로를 대신하여 연주할 수 있는 디지털 첼로 등 정통 악기만큼 가용성이 버금가고 훨씬 가벼운 악기도 등장하게 되었다. 음악계에서의 IT의 영향은 다양한 악기들을 동시에 연주하고 합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까지 이어지게 된다. 가상의 악기를 시범연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작곡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이더라도 독창적 감성과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다면 작곡이 가능하기에 진입장벽도 낮추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은 일반인 작곡가 혹은 가수들도 언제든 그들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악기의 음을 덧입히는 등의 창조적 예술을 발현하면서 새로운 장르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감히 말하건대 필자는 음악의 데이터화는 문화예술적인 혁명이라 여길 만큼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본다. 어느 곳을 가도 음악이 함께 한다. 그 음악은 지금은 볼 수 없는 몇 백년 전의 거장이라 불리는 예술가들이 남기고 간 곡을 재현한 클래식이 될 수도 있고, 이전에는 들어볼 수 없었던 가슴 뛰게 만드는 현대적인 음악일 수도 있고, 아주 고운 음색을 지닌 가수들의 목으로부터 나오는 청아한 목소리일 수도 있다. 음악과 IT가 접합하게 된 것은 무미건조한 현대인의 삶에서 데이터 과학이 선물한 하나의 마법이 아닐까. 이제 클래식을 포함한 다양한 음악은 특권층만 누릴 수 있었던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닌, 지구에 사는 모두가 IT기기를 소유하고만 있어도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의 꽃이 되었다. 예술가들이 살아있던 생생한 도시 속에서 거장들의 연주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더라도, 현재 숨쉬고 있는 많은 가수들의 화려한 공연을 직접 보러 가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이어폰을 꽂고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데이터화된 파일과 무수히 꽃피는 네트워크를 통하여 우리는 예술가들을 만난다. 앞으로도 필자를 가슴설레게 할 음악과 그 음악을 창조한 예술가들의 세계를 플랫폼이라는 공간 속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