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 마코토의 <암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는 30가지 습관>에서 건진 문장이다. 평범하지만 비범한 말이다. 내가 암의 굴레에 매여 있었기에. 낮에 본 유튜브 영상에서 박학근 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암을 고치려고 애쓰지 말자. 즐겁게 살다 보면 낫지 않겠는가"
한번 뿐인 인생, 나답게 살자
암수술 후 1년 정도 지난 지금에서야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동안은 암을 종일토록 묵상했다. 다른 것을 할 엄두도 못 냈다. 춤명상도 하고 싶고,그림 그리기도 하고 싶었는데. 암치유가 먼저라는 생각에 그것들을 뒤로 미루고 1년을 지내왔다. 글쓰기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제야 뭔가 내가 미루어 두었던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에 한두번 요양차 9박 10일 영덕에 가기 때문에 일정을 잡기 어렵지만. 미술샘이 횟수로 레슨비를 받겠다고 했으니, 일러스트 수업을 받아볼까. 전화영어를 해볼까.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거기에 돈을 쓰지 못했다.나에게 인색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 나를 위해서 마음을 쓰고 돈을 쓰며, 잃어버린 욕구를 되찾아 채워가는 삶! 그것이 나답게 사는 삶일 거다. 생각만 해도 신바람이 난다.
숨쉬는 이 순간이 아름답다
콘토 마코토의 책을 읽으며 또 하나 내 마음속에 들어온 내용은?
"기아 상태에서는 뇌 내에 모르핀 상태의 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탈수에 의해 혈액이 졸아들어 의식이 희미해진다. 호흡이 나빠져서 산소 부족 상태가 되면 탄산가스가 쌓이는데 이것 역시 마약 작용이 있다. 즉 죽음은 기분 좋게 깜빡 조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의 이행이다. 본래 이러한 자연의 구조가 갖춰져 있다"
죽음이 기분 좋게 깜빡 조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저 세상으로의 여행이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죽음에 대한 나의 무지와 배타적인 마음이 걷히는 순간이다. 죽음 하면 떠오르는 어두운 이미지, 부정적 정서에서 헤어 나올 수 있다면, 평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옆지기가 다시 만든 더덕무침. 새콤 달콤 매콤함에 향긋함까지!
그래도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잊지않기를. 설 연휴 동안 옆지기의 말과 행동으로 마음 상하는 일이 많았다. 오늘(24일)은 더덕이 화근이었다. 더덕 무침을 하려는 그에게 양껏 다하지 말고 반만 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내키는 대로 더덕을 물에 담가 껍질을 다 벗겨놓았다. 양이 상당했다. 누가 그 많은 것을 다 먹을까 싶었다. 껍질을 까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보관하며 나눠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를 타박했다. 내 말은 왜 그렇게 안 듣느냐고. 결국 반은 깐 채로 냉장보관하기로 하고, 반만 더덕무침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맛있지. 그의 요리 솜씨가 갑자기 좋아진 건가. 향긋하고, 새콤하고, 매콤하고, 달콤하기까지. 두 남자(그와 둘째아이)가 남김없이 몽땅 비빔밥에 넣어 먹어치우고 말았다. 내일 점심, 저녁에도 먹어야 되는데. 결국 나의 비굴한(?) 요청에그가 남은 더덕을 다시 한번 무치게 되었다는. 날개를 단듯 가볍게. 오늘은 그의 승!
내가 틀릴 수도 있구나. 약간의 반성 모드. 그리고 의구심도 생긴다. 왜 내 말을 듣지 않냐고그를 구박만 했는데, 나도 그의 말을 안 듣는 건 아닌지. 앞으로 그의 말과 행동에 날을 세우는 만큼 나의 말과 행동에도 민감해야겠다. 인간관계, 일방적일 리 없다. 그가 나의 거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오늘에서야 하게 된다. 기특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