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몸명상을 하다, 도중에 중단하고 어싱길로 향한다. 잠깐 바깥공기를 쐬고 싶다는 이유로.. 그런데 속마음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발이 저절로 알밤을 향해 가고 있지 않은가. 아람 번 초록색 밤송이 속에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밤알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덜 여문 어린 밤들은 연한 빛깔로 환하게 웃기까지.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알밤들이 손짓하여 부른다. 나도! 나도! 외면하기 어려워 하나하나 줍다 보면 윗도리 아랫도리 주머니 네 개가 다람쥐 볼처럼 불룩해지는 지경에 이른다. 그 모습이 부끄러워 겉옷에 싸서 한 보따리 들고 돌아왔더라는. 지난 6월 너울너울 밤꽃이 피고, 비릿한 향기를 풍겼던 밤나무! 이 가을에 알밤으로 이토록 나를 홀릴 줄이야.
모양과 색깔뿐이랴. 맛은 어떻고. 날 것으로 먹으면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신선한 맛. 푹 쪄서 먹으면 크림처럼 부드럽고 구수한 맛. 구워서 먹으면 겉은 빠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향기로운 맛.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별미 중에 별미다. 그래서 한없이 먹다 보면 혈당을 올리는 위험한(?) 과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혈당 피크를 조심해야 하는 암환자는 어떻게 먹어야 하지?
생명의 에너지로 가득한 알밤
모든 식물의 씨앗이 그러하듯 밤알은 생명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한다. 밤나무의 싹을 내고 뿌리를 내려 자생력을 기를 때까지 영양분을 공급하는 생명의 젖줄인 셈이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밤은 완전식품이라 할 수 있다.
우스개 소리로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시어머니를 미워하는 며느리가 있었단다.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조언하기를,
"날마다 밤 한 알씩 드려보세요. 그러면 시어머니가 빨리 돌아가실 거예요."
그 며느리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날마다 지극정성으로 시어머니에게 밤 한알씩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어머니가 점점 살이 오르며 더 건강해지는 게 아닌가. 결국 그녀는 효부로 소문이 나고, 자연스럽게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좋아졌더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암환자도 이렇게나 좋은 밤을 양껏 먹어도 되는 걸까?
보통크기의 밤 한 알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살펴보면 단백질이 0.25g, 지방이 0.06g이다. 그에 비해 탄수화물은 3.64g으로 압도적이다. 포도당이 암의 에너지원이라는 관점에서 밤을 많이 먹는 것은 암환자에게 불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어쩌지?
암환우라면 꼭 먹어야 할 이것
식물은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씨앗이 영글 때까지 강한 맛과 향으로 동물들의 접근을 차단한다. 그런데 밤나무는 좀 색다른 방법을 쓴다. 일단 가시로 철통 같은 방어막을 형성하고, 때가 되면 밤송이를 열어 씨앗을 땅에 떨어뜨리는 전략을 쓴다.
거기다 동물들이 알밤의 속살을 먹으려면 갈 길이 멀다. 단단한 껍질을 까고 연한 갈색의 속껍질을 벗겨내야 한다. 밤은 3중 보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암환자라면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떫은맛이 나는갈색의 속껍질, 율피다. 그 떫은맛은 탄닌 성분이다. 피부미용에 좋다는데... 암환자는 꼭 이 속껍질을 먹어야 할 이유가 있다. 식물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는 맛과 향은 동물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너희들 이것 먹으면 임신이 잘 안 될 거야. 자손을 남기려면 먹지 마!"
이재형 원장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암은 '잘못된 임신'이다. 빠르게 분열하고 증식하는 암세포가 임신초기의 배아 세포랑 닮아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암세포의 분열과 증식을 막으려면, 암환자는 어떤 맛을 즐겨 먹어야 할까. 식물들이 자기 보호를 위해 장착한 떫은맛, 신맛, 쓴맛, 매운맛을 먹는게 답이다.이 맛은 항암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율피는 떫은맛이다. 그럼 암환자는 속살은 버리고 율피만 따로 씹어 먹어야 할까. 와, 생각만으로 입안이 떫어진다. 예쁘게 깐 알밤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율피는 잘 말려서 차로 끓여 마시면 어떨까? 속살을 먹고 싶다면 햇빛에 잘 말려 율피랑 함께 먹는 것도 좋다. 덜 떫어서 먹을만하다. 그 외 항암에 좋은 율피의 탄닌 성분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섭취할 수 있을까 궁리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