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가치 있는 인생을 위해 브랜드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인문학은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인간이 가졌던 사상과 생각의 흔적, 향유해 온 문화와 예술, 역사를 통해 인간 가치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자, 경험과 인식을 통해 인간 중심의 가치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마케팅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인문학적 사유를 더해갈수록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케팅이라는 녀석이 점점 불편한 존재처럼 비치는 걸 느낍니다. 아무래도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인간 존엄보다는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고, 화려한 위상 이면에는 불평등과 분배 문제, 환경 파괴, 맹목적 이익 추구, 능력 제일주의, 소비 중심의 가치관, 사회적 연대의 해체, 과도한 경쟁처럼 인간을 점점 수단과 도구로 여기는 부작용을 남겼기 때문일 겁니다. 그 가운데서 마케팅은 자본주의의 동력인 소비를 이끌고, 경쟁을 촉진하고, 상업적 목적의 문화와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선봉대 역할을 자처합니다.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마케팅을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표현합니다.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색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인문학적 가치를 강조하는 책을 읽을 때면 마케팅은 과도한 소비주의의 주된 비판 대상이자, 환경 문제와 불평등, 심지어 우리가 도시 속에서 경험하는 주의력 문제의 원인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케팅이 그저 무례하고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문제나 일으키는 천덕꾸러기 패거리처럼 비치는 것에 사실 좀 속상하긴 합니다. 마케팅은 어떻게 해야 인간 고유의 가치와 공존하며, 더 나은 인생을 사는데 기여할 수 있을까 꽤 오랜 시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인문학이 추구하는 가치 안에서 브랜드와 마케팅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본래 더 나은 삶의 가치를 위해 시간과 돈 그리고 에너지를 쓰는 것일 텐데, 왜 그 모든 노력이 소비라는 현상으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본래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만들게 되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고민 그리고 나름의 노력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비즈니스의 메커니즘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중심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삶의 매 순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변화를 갈망합니다. 그리고 변화의 핵심이 되는 것을 욕망하고 시도합니다. 그러한 욕망은 누군가의 크고 작은 꿈이자, 행복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반면, 브랜드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바로 그 욕망에 대한 문제해결 의지에서 탄생합니다.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고객과 브랜드의 '서로를 향한 열망이 서로에게 닿았을 때' 비로소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입니다. 너무나 인간적이고 또 가치 중심적이라는 점에서 마케팅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무엇이 마케팅을 이렇게 진절머리 나는 문제아처럼 만들었을까요? 저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더 쉽고 편한 방법만 찾아온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고객은 삶의 유한함을 극복하기 위해 매 순간을 더 가치 있는 것들로 채우고자 하고, 브랜드는 그 과정에서 고객의 필요나 원한다고 생각하는 문제 해결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그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경쟁과 방해물과 커뮤니케이션의 미숙함이 있습니다. 마치 주변에 살고 있었지만 끝내 말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서로가 이상형인 모쏠 남여'와 같습니다. 서로를 찾는 방법에도 미숙하고, 만난다고 하더라도 상대의 무엇을 존중하고, 또 때로는 어떻게 헌신해야 하는지 감을 잘 못 잡습니다. 그저 자신의 기준에서 좋은 것을 본인의 감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들이밀기에 바쁩니다. 그러고는 좋지 못한 결과에 진심을 몰라준다며 서운해합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편안함에서 좋음을 느끼고, 편안함은 익숙함에서 옵니다. 즉, 노출의 빈도와 연관성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기업이 진정성과 고객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도, 단순히 많이 보여주고, 약간의 재미를 더하고, 시야를 가리며 정신을 쏙 빼놓는 방식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쉽고 단순하면서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광고와 마케팅이 무분별하게 늘어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매출 효과도 있었을 테고요. 하지만 이제 그런 방식마저 한계에 다다른 거 같습니다. 도심 어디를 둘러봐도 더 이상 광고 계좌가 들어서지 않은 곳이 없고, 우리가 외부의 다양한 사물을 관찰할 여유까지 빼앗아 가면서 점점 더 형식적이고 획일적인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숨어있는 소소하지만 다양한 즐거움과 다채로운 경험 그리고 여러 가지 삶의 방식에 기여해야 할 브랜드가 점점 형식적이고 편협한 방식으로만 생존하려는 거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뉴스레터를 통해 브랜드의 본질, 사업의 본질, 문제해결의 본질을 다시금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동시에 인문학의 가치 안에서 브랜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자 합니다. 고객은 브랜드를 통해 만족도 높은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브랜드는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좁지만 깊이 있고, 동시에 서로 다른 의미와 매력을 가진 세계로 연결해주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마케팅 트렌드나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기가 막힌 스킬보다는 우리가 관찰하는 현상 이면의 욕망,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고객 가치, 욕망과 가치를 연결하는 진정성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다뤄볼 예정입니다. 물론 매출은 중요합니다. 사업이니까요. 하지만 많이 파는 기술이나, 트렌드라는 파도의 힘으로 저 앞까지 순식간에 질주하는 마케팅은 이미 많은 분이 이야기합니다.
저는 고객과 브랜드가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비즈니스의 본질이자, 인문학 가치를 추구하는 마케팅을 주제로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마케팅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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