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OG vol.1
뉴스레터 <DLOG>는 사람과 브랜드,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다룹니다.
"인간 중심의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고객 가치와 소통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DLOG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는 브랜드의 여정을 탐구합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변화를 포착하고,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헌신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그것이 브랜드의 시대정신이라고 믿습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입니다.
동시에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요?
다행히 비즈니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변한 것은 선택의 주체인 사람, 정확히는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상황이 변했습니다.
우리의 선택 기준과 과정이 달라지면, 브랜드가 제공해야 할 가치도 이전과 달라야 합니다. 브랜드는 그들이 헌신하려는 고객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원하는 변화에 기여하려 할 때 선택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브랜드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고객에게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 정체성을 세워야 합니다. 고객의 욕망에 브랜드의 정체성이 닿지 못하면 미래는 없습니다.
<무엇이 브랜드의 미래를 만드는가?>
오늘 DLOG 주제입니다.
정말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는 게 매일 느껴집니다.
디지털에 꽤나 익숙한 세대지만 쏟아져 나오는 AI 기술을 뉴스로 따라가는 것도 벅차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요. 빠른 변화라는 것은 작게 나눠서 보면 크고 작은 패러다임과 주도권의 생명주기가 급속도로 단축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제 유행한 것이 오늘 시들해지고, 오늘의 비주류가 내일 급성장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안정보다는 혼란에, 지속적 성장보다는 변화에 가깝습니다.
혼란과 변화. 그 배경에는 저성장과 경쟁이 있습니다. 우리는 190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전 세계 평균 GDP가 4%대를 유지하는 초고도 성장기를 경험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당시 성장률을 '정상적인 경제 성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2,000년 경제사에서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이러한 생각을 '역사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환상에 가깝다'라고 표현합니다.
‘세계 총생산 성장률을 나타내는 곡선이 뜻하는 바는 이미 글로벌 성장을 보여주는 두 개의 벨 커브가 이미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하향곡선은 더욱 가파르게 하강하고 있다.’
- ⟪21세기 자본⟫ 127p -
20세기 후반의 경제 성장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때를 생각하며 지금의 저성장 국면이 무언가 경제적 장애물이 있고,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한정된 자원 대비 이미 경제 규모가 비대한 상황이기 때문에 2%대의 저성장이 유지된다고 하여도, 세계 경제 규모는 1세기 후에 7배 이상 커지게 됩니다. 그 정도의 성장을 전 지구적 자원과 환경이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지금도 무섭게 다가오는 기후변화와 자본주의 한계가 인류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잠시' 고도성장이 만들어준 블랙홀 같은 수요에 단순히 만들기만 해도 팔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단순히 더 싸게, 더 많이 만들어서는 환영받기 어려워졌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경제 규모 안에는 얼핏 펭귄무리처럼 보이는 엄청난 수의 경쟁자와 대체재가 끝없이 존재합니다.
첨단 기술은 해답이 될까요? 기술 차별화 역시 과거에 비해 기술 확산의 가속화와 기술 수명 주기의 단축으로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조 단위의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 조차 일 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고, 기술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종말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픈AI나 빅테크 기업에서 AI 제품을 하나 내놓을 때마다, 스타트업 1,000개는 문을 닫는 거 같다는 공포에 말이죠.
이제는 생산 자체가 답이 되지 않고, 비슷비슷한 수준의 경쟁자는 끝이 없고, 첨단 기술도 미래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작은 규모의 브랜드는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시장의 급성장이 수요를 이끌었습니다. 무엇이든 더 많이 필요했고, 별로여도 팔리는 시대였습니다. 구색만 갖춘 상품과 서비스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품질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습니다. 크고 작은 특장점마저도 대안이 차고 넘칩니다. 더 이상 필요한 게 없는 풍요가 일상인 시대입니다. 소비의 이유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동시에 소비의 기준까지 까다로워지니 기존의 방식으로는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단순히 유명한 브랜드, 광고를 많이 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필요(needs) 이상을 내포하는 가치관이 소비의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취향과 가치의 세계는 깊고 넓게 확장되었습니다. 개인이 향유하는 삶의 의미가 점점 세분화되고, 동시에 전문화되었습니다. 이제는 제품 자체가 아닌 주관적인 가치판단이 소비의 목적을 주도합니다.
고객은 이제 자신의 가치관에 관심을 두지 않는 브랜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물질적 결핍에 의존하는 소비가 아니라, 의미와 고유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모든 게 풍요로워 더 이상 기회라고는 보이지 않는 시장. 저성장과 무한 경쟁. 이 상황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고, 성장하고, 고객의 삶을 표현하는 상징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행인 것은 비즈니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고객의 문제해결. 언제나 그랬듯이 브랜드의 운명을 결정짓는 힘과 답은 고객이 가지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인간 중심의 가치에 다시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래야만 선택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브랜드가 생존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선택이라는 것을 어떻게 결정할까요? 과거에는 단순한 결핍이 필요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다릅니다. 주관적 욕망이 감정을 발현시키고,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에 도움을 얻기 위해 선택합니다. 단순히 더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다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과 자아를 확장하는 변화까지 고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하고 고유한 인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도, 브랜드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지와 기대를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품이 주는 기능적 효용보다 추구하는 자아 정체성, 취미, 무드, 자존감, 삶의 방향이 소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송길영 작가의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에서 의미 소비를 언급합니다.
'구매는 그 브랜드가 말하는 가치에 대한 동조이고, 콘텐츠의 수용은 지적 취향에 대한 선언이며, 특정인을 팔로우하는 것은 연대에 대한 증명이 되니 이 행위들은 결국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세상에 천명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다'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는 거죠.'
- ⟪그냥 하지 말라⟫ 234p -
브랜드는 이제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 지적 취향,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활용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까이 가고자 하는 고객에 대한 이해. 소비자 이전에 삶을 유지하고 개척해 나가는 한 인간으로서 갖는 문화인류학적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 브랜드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풍요로운 시대에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은 소수에게 지극히 보편적이며, 다수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경향을 가집니다. 모두에게 공감될 수 없는, 소수의 정체성을 표명하는 브랜드는 그들의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브랜드는 스스로 존재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에 맞는 진정성 있는 소통을 쌓아갈 때 그들의 고객에게 수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를 위한 헌신과 디테일을 쌓아갈 것인지 대상을 정의하고, 그들의 욕망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 집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내밀한 그들의 취향을 이해하고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극히 인간 중심적입니다. 언어로 쉽게 분류하거나 규정하기 힘든 무드와 감성. 그것을 하나의 공감대로 엮어가는 미묘하고 섬세한 작업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정의이며, 그들이 어떤 삶의 모습을 꿈꾸는지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정의한 고객의 '삶의 방향', '영감을 주고자 하는 정신', '공감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요소'를 제안할 수 있을 때 브랜드는 수많은 경쟁자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고객의 욕망을 관통하는 가치에서 브랜드 코어를 발견할 수 있고, 브랜드 코어에서 브랜드 요소가 도출됩니다. 브랜드 요소는 개별적으로, 때론 복합적으로 고객에게 전달되어 브랜드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형성합니다.
고객의 욕망이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의 함축. 이 모든 설계가 바람직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중심에 고객에 대한 인간 중심적 가치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브랜드 코어가 명확하면 나머지 모든 과정은 구현과 표현 그리고 전달의 문제일 뿐입니다. 물론 그마저도 노련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하지만, 핵심은 언제나 사람에 있습니다.
결국, 살아남는 브랜드는 사람들이 원하는 삶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 보여줘야 합니다. 함께 느끼고, 공감하면서 헌신하려는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에 담아야 합니다.
앞으로 <DLOG>는 인간 중심의 가치를 추구하며 사랑받고 성장하는 브랜드의 일면을 차근차근 다뤄보겠습니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추구하는 욕망의 방향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 욕망을 측정하고 발견하는 방법, 고객이 자신의 삶에서 욕망을 어떤 방식으로 충족하는지도 관찰해야 합니다. 브랜드가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하고, 제공해야 할 모든 가치는 바로 그 욕망 안에 있습니다.
어떤 욕망에 주목할 것인가. 욕망 충족을 돕기 위해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브랜드의 운명은 바로 거기서 결정됩니다.
이것이 곧 문제 해결이 되고, 전략이 되고,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이자 구매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