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OG vol.2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넘어 열망하고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는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는지 이해하며, 동시에 그 에너지를 이용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모두 에어비앤비를 아실겁니다. 비즈니스 카테고리는 숙박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만든 꿈같은 공간들을 보면 숙박 플랫폼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상상만 해봤던 마법 같은 일을 실제로 만들어 버렸거든요.
에어비앤비는 2024 여름 릴리즈 발표에서 '아이콘'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영화, 음악 등 즐겨 찾는 분야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환상적인 하룻밤을 제공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이날 발표에서 총 11개의 아이콘을 공개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업』 에 나온 바로 그 집! 8천 개가 넘는 풍선을 매달고 크레인으로 공중에 띄운 업 하우스입니다.
에어비앤비가 발표한 컬처 아이콘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잘 보여줍니다. 단순히 사람들의 필요(needs)를 충족하는 제품과 서비스로는 부족합니다. 소비를 넘어 경험의 소유를강하게 끌어 낼 수 있을 때, 브랜드에 대한 애정도 필요(needs) 이상의 수준으로 만들어 집니다.
이런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주로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만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불편 해소의 차원을 넘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상징의 영광을 차지합니다.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면, 반드시 고객의 근원적 욕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욕망은 이성적 판단의 합리성을 쉽게 뛰어넘는 감정입니다. 욕망하는 사람에게 욕망의 대상이란, 존재와 세계를 흔들고 효용을 무시하는 추구를 만들어 냅니다. 브랜드가 고객과의 관계를 오랫동안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객의 욕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브랜드가 우리에게 제안하는 가치는 승리입니다. 승리에 대한 욕망이 우리로 하여금 스포츠 브랜드를 통해 용기와 에너지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브랜드를 통해 발견한 허구의 세계를 통해 실제 세계에서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놀라운 셀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 개인의 기대가 향상된 성과로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
고객 역시 진짜로 무엇이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욕망에 이끌려 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욕망하는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오히려 필요(needs)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떻게 사람들의 욕망을 발견하고, 브랜드의 가치와 연결할 수 있을까요?
모든 브랜드가 고객의 욕망이 흐르는 방향의 길목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욕망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가격 합리성까지 무너뜨리는 강력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죠.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말했습니다. “마케팅이란 존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행위가 아니라, 팔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마케팅은 살 마음이 없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욕망 앞에 거절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내놓는 일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럴드 잘트만 교수는 더 나아가 그 욕망이 무의식에서 발현된다고 말합니다. "고객이 표현하는 욕구는 단 5%밖에 되지 않으며, 소비자 욕망의 95%는 무의식에서 발현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이 도대체 어떤 이유인지, 어떤 형태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강한 충동에 이끌린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형성하고 있는 강한 욕망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열심히 설득하고 팔아야만 겨우 몇 개 팔리는 낮은 수준의 마케팅밖에 할 수 없습니다. 팔지 않아도 스스로 사게 만드는 높은 수준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의식적 판단을 초월하는 감정과 무의식을 활용할 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 순간 느끼면서도 의식하지 못하는 욕망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인간의 욕망을 탐구하는 첫 번째 힌트는 ‘무의식’입니다. 무의식은 말 그대로 의식의 범위를 벗어난 영역을 의미합니다. 의식의 범주 안에서 언어를 통해 소통되는 이성으로는 무의식의 실체를 포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무의식의 동작 방식은 가장 근본적인 욕망의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욕망이란 '하고자 함'이고, 이는 250만 년 진화의 역사가 유전자에 남긴 생존 본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의식은 욕망의 매우 일부분밖에 설명하지 못합니다. 인간 행동의 근원적 이유는 무의식에 의해 결정되므로, 의식의 주인은 무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 결정은 대부분 감정이 결정합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어떤 행동에 대한 사유를 떠올리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입니다. 무의식이 모든 경험, 기억, 의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잠재된 정보까지 빠르게 통합하여 감정의 처리를 먼저 결정합니다. 그리고 의식이 무의식의 판단에 논리를 끌어들여 합리화합니다.
소비자의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동의 동기를 만들어낸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성이라는 수면 위의 빙산 조각이 아니라, 그 아래 숨겨진 거대한 무의식과 욕망 체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소비자 행동은 단지 표면적인 결과일 뿐 그 안에는 수백만 년 동안 확고하게 자리 잡은 진화심리적 욕망의 근원이 숨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하지 않은 경영자로 유명했습니다. ‘고객조차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구체적으로 모르고, 애플 제품을 보고 난 뒤에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처럼 인간이 갖는 인지능력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소비자가 상품을, 서비스를, 나아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행동의 기저에는 무의식이 깊게 관여합니다. 무의식이 동작하는 뇌의 변연계를 흔히 감정의 뇌라고 부릅니다. 무의식이 연산하고, 감정의 뇌가 자극을 받아 무언가를 원하게 되면 이성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의식의 강력한 메시지를 수용하고, 무의식의 판단을 합리화하는 근거를 찾습니다.
무의식이 늘 빠르고 강력한 이유는 오랜 기간 인류가 생존을 위해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빠른 판단은 빠른 행동을 만들어주고 위기의 순간에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었습니다. 감정적 판단은 의식 너머의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취합하고 분석하여 행동하게 합니다. 위험 상황을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오랜 시간 자리 잡은 진화심리적 특징이 우리가 가진 욕망의 근원을 설명합니다.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는<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 인간이 갖는 욕망의 3가지 범주를 림빅시스템(Limbic System)으로 설명합니다.
1. 지배 시스템(경쟁 승리 욕망)
2. 균형 시스템(위험 회피 욕망)
3. 자극 시스템(새로움 욕망)
지배 시스템은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욕망입니다. 생존을 위해 경쟁자를 이기고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며, 환경을 극복하고 타인보다 높게 올라서서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려는 권력욕이기도 합니다.
'경쟁 승리 욕망'은 소비자 행동에서 우월함을 느끼려는 본능과 연결됩니다. 한정판이나 희소성을 가진 제품, 실제 필요 이상의 높은 스펙을 가진 제품에 소유욕을 느끼는 모든 근본 동기는 바로 이 '경쟁 승리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욕망은 하이엔드 의류 브랜드나 슈퍼카처럼 남들과 구분되는 소비 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 카테고리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위험 회피 욕망'은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본능이므로 소비자 행동에서도 가장 강력한 행동 결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한마디로 안전을 향한 욕망인데,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조화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보편 성향을 만듭니다. 익숙할 때 편안함을 느끼고, 질서가 유지될 때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도 모두 '위험 회피 욕망'에 기반합니다. 공공장소에서 벽을 등지고 사람들을 시야에 두려는 심리, 뾰족한 물체나 파충류를 보면 경계심이 느껴지면서 소름까지 돋는 이유도 모두 안전과 생존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줬던 '위험 회피 욕망'이 관여한 결과입니다.
'새로움 욕망'은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호기심의 욕망입니다. 새로운 장소로의 여행, 새로운 음식, 예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됩니다. 유행과 기술 혁신, 트렌드도 '새로움 욕망'이 주도하는 현상입니다. '새로움 욕망'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빠른 적응과 모험이 필요했던 진화심리적 배경을 반영합니다.
소비자 행동의 개별성을 살펴보다 보면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해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 행동의 기저에는 진화의 과정에서 단단하게 자리 잡은 3가지 강력한 욕망 체계가 존재합니다.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의 림빅 시스템(Limbic System) 이론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균형 시스템(위험 회피 욕망)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두 번째로는 지배 시스템(경쟁 승리 욕망), 세 번째로는 자극 시스템(새로움 욕망)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브랜드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 세가지 욕망에 대한 충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브랜드의 디테일은 근원적인 욕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도록 설계되었을 때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람보르기니의 가야르도는 단순히 좋은 스포츠카여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출력 550마력, 최고 속도 330km/h의 강력한 성능이 지배 시스템(경쟁 승리 욕망)을, 독특한 디자인이 자극 시스템(새로움 욕망)을, 3억에 가까운 가격이 균형 시스템(위험 회피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에 무의식이 소유와 경험의 충동을 만든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고객이 선택하는 브랜드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3가지 근원적인 욕망이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브랜드는 감각적 실체, 언어, 브랜드 이미지, 경험 디테일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전략을 활용해 3가지 욕망에 접근해야 합니다. 브랜드는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을 건드렸을 때 감정을 움직이게 되고, 감정은 그들의 선택을 결정합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사유가 가능한 지성인이기 전에 250만 년을 악착같이 생존하고 적응해 온 동물입니다. 그러므로 브랜드가 선택받기 위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인간 본능에 대한 이해이며, 구체적으로는 무의식에서 발현되는 근원적 욕망입니다.
인간 본연의 감정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아는 것. 그것이 브랜드 가치의 출발점이며, 그 안에서 고객도 인지하지 못하는 강한 호감이 발현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상 모든 선택은 감정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뉴스레터 <DLOG>는 사람과 브랜드,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다룹니다.
"인간 중심의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고객 가치와 소통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DLOG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는 브랜드의 여정을 탐구합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변화를 포착하고,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헌신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그것이 브랜드의 시대정신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