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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밝음 Oct 07. 2020

우리 집에는 소비 요정님이 산다

랑콤 압솔뤼 루즈, 실바니안 쵸코와플, 광천김 카카오프렌즈, 곰표 밀맥주







우리 집에는 소비의 요정님이 산다. 쇼핑몰 핫딜은 귀신처럼 찾아내고, 11번가 VIP 등급을 유지하시며, 쿠폰은 빠짐없이 찾아내는 능력자 요정님이 산다. 요일별 특가 스케줄도 꿰고 있어 식품은 무슨 요일, 전자 제품은 무슨 요일... 사는 날도 정해주신다. 


요정님의 쿠폰과 핫딜 검색 능력 덕분에 나는 쇼핑에서 손을 뗐다. 이제는 로그인도 잘 안 함. 휴면계정 되었다고.. 오래간만에 쇼핑 좀 하려고 했더니 다시 인증해야 한단다. 


우리 집 쇼핑의 요정님은 핫딜에 약하다. 할인율이 크고 품절이 임박한 제품을 요정님은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또 전기 파리채, 무선 선풍기, 카카오 광천김, 과자, 핸드크림... 쇼핑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어느 한곳으로 치우침이 없으시다. 


한 집에 요정님을 모시고 산다는 건 곧 매일 집으로 도착하는 택배를 감당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매주 재활용 쓰레기도 부지런히 내다 버려야 한다는 거)






지난주, 요정님이 선물하신 화장품이 도착했다. 이거 이름도 처음 들었다... 뭐라고?? '뗑 이돌 울트라 웨어' 란다. 파운데이션인 듯? 제형이 로션 같기도 하고, 자외선 차단제와 비비크림을 섞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본품인 파운데이션과 함께 박스에 함께 온 아이들이 좀 많다. 본품보다 사은품에 눈이 더 가는... 마스카라, 립스틱, 에센스가 알찬 구성으로 함께 도착했다. 



"그런데 파운데이션 색상은 어떻게 골랐어요? 찾기 어려웠을 텐데?"

"그냥 상품평 제일 많은 걸로 골랐어. 많이 쓰는 걸로 사면 되는 거 아냐?"

(역시... 쇼핑의 요정님. 나보다 더 낫군. 나도 모르는 파운데이션 색상도 찾아내다니...)








우리 집 쇼핑의 요정 님은 사은품에 특히 약하다. 장바구니 사은품을 위해 김도 박스로 쟁여두신다. 광천 김을 두 박스나 산 이유...!! 바로 장바구니 증정 때문이었다. 무려 카카오 프렌즈 장바구니... 라니. '그래, 김은 먹으면 되니까...'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쇼핑의 요정님이 친히(?) 증정하신 라이언 장바구니. 








실바니안 아기 동물... 초코와플. 


실바니안에서 아기동물 피규어를 담은 초코와플이 나왔다. 요정님은 신상에 약하다. 역시나 요정님은 핫하다는 실바니안 초코와플을 그냥 넘기지 않으셨다. 아기동물 9종 시리즈를 모두 모으겠다는 큰 꿈을 품고 초코와플을 박스로 주문. (우리 요정님은 박스 아니면 취급을 하지 않으신다) 실바니안 아기동물이 랜덤으로 들어있어서 9종을 모두 모으기가 힘들다는 후기를 읽고 처음부터 아예 박스로 사서 9종을 한 번에 모으려는 계산이었다.  


한 박스 모두 포장을 뜯고 와플과 실바니안을 분류하는 작업을 요정님과 함께했다. 두근두근 실바니안 개봉 시간. 한 박스를 모두 뜯었는데도 9종 중 7종만 나왔다. (똥 손 인증) 와... 이렇게 겹칠 수 있나? 쇼핑의 요정님도 뽑기는 어찌할 수 없나보다.


 포장을 뜯고 이 많은 와플을 언제 다 먹지? 했더니 벌써 다 먹고 없다.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 건가...










요즘 핫하다는 곰표. 밀가루만 있는 줄 알았더니???맥주가?? 


수제맥주 세븐브로이와 CU 편의점, 그리고 대한제분의 콜라보로 탄생했다는 곰표 밀맥주. 처음 출시 당시에는  물량이 없어서 구하지도 못할 정도였다니...  인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핫하다는 편의점 맥주도 요정님은 직접 구입해오셨다. 핫하다는 것도, 곰표에서 맥주도 나온다는 것도 요정님 아니었다면 영영 모르고 지나쳤을 소식이었다. (딱히 알아야 하는 뉴스도 아니지만...)







우리 집에는 쇼핑의 요정이 산다. 쇼핑의 요정님도 처음부터 쇼핑의 달인이었던 건 아니었다. 신혼 초 옥션에 빠져 싸다며 아무거나(털 빠지는 토끼털 모자, 중국산 티팟 세트 등) 사들이던 요정님은 쇼핑의 흑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집 소비 요정님 덕분에 나는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각자 맡은 분야가 달라졌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익숙해지까지 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는 매일 주식과 재테크 뉴스를 챙기고 쇼핑의 요정님은 핫딜과 쿠폰을 챙긴다. 


우리 집에는 쇼핑의 요정님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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