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다 막혔다.
사실 난 글을 꾸준히 쓰지 못한다.
머리에 쥐가 나고 허리도 아프다.
솔직히 평생 삐뚤어진 자세로 앉아 있었던 거 같다.
우리집은 당연히 외곽이라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까지 가려면, 걸어야 한다.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그 거리가 그 거리다.
답답해서 운동삼아 걸었다.
가는 도중, 개똥을 세 번 봤다.
난 이런 거에 아주 약하다.
걸어가면 생각했다.
다시 회귀할 수 있으면 난 어떻게 살까?
미래를 다 아는데.
어떻게 돈 버는 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아는데.
갑자기 두려움이 없어졌다.
처음엔 날 조금이라도 괴롭힌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맞서야지 했다.
그러다 그냥 그대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라진 거 없이. 다만 웃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순간이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벅에서 오늘의 커피를 시켰다
시원하게 마시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중년 여성 셋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굉장히 나름 특이한 복장이었다.
눈에 띄었다.
4050대로 보이는데, 아주 짧은 정장 반바지에 테닝한 피부였다.
난 혼자였기에, 창가에 앉았다.
그녀들은 곧 일어나 나갔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그녀들이 보였다.
두 사람은 벤츠, bmw suv에 올랐다.
가장 수수해 보였던 여자는 한국제 중형차에 탔다.
그들은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헤어졌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 했다.
참고로 난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
베버리힐스 폴로라고 폴로 짝퉁 비슷한 티를 입은 채.
난 걸어오며 내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당당하자. 결국 회귀한다면 난 당당할 것이다. 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당당하자.
70에 회귀했다 치자.
그녀들을 보자, 내 아내가 생각났다.
미안했다.
그녀들의 고민은 아마 남편이 바람피지 않을까 이지 않나 싶다.
아님 혹시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지 않을까 하는 정도?
억측해 본다.
다른 고민, 걱정은 없을 거 같았다.
나와 아내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