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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비스커스 Oct 17. 2024

발목을 삐었다.

잠이 안 온다.

목욕탕에 갔다. 

돈이 아까워. 1시간을 채우고 싶었다. 

막상 온탕에 들어가니, 답답했다. 

15분쯤 있다 냉탕으로 옮겼다.

냉탕은 차가웠지만, 사람이 없어 좋았다.

심장마비 걸려, 벌거벗은 채 실려 나갈까봐 

하반신만 담근 채, 서 있었다.

그렇게 10분이 넘으니, 또 지루했다. 


간혹 냉탕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방으로 물을 튀긴다. 

난 대신 왔다갔다한다. 

나름 아쿠아로빅이다. 

그러다 누가 들어오면, 가만히 서서 스트레칭을 한다.

어제는 한다리 서기를 했는데, 바닥이 타일이라 미끄러졌다. 

발목이 삐끗했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집에 왔는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프다. 

점점 더 아프다. 

스프레이 파스를 여러 번 뿌렸다. 

그만그만 했다. 버틸만 했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드는데, 잠이 안 온다. 

발목이 더 아프다. 

조심히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예전 처조카가 일본 여행 중 사온 동전파스를 세개 붙였다. 

그리고 소파에 누웠는데, 여전히 아프고 잠이 안 왔다.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아파서 잠이 안 오는지, 불안해서 잠이 안 오는 지 모르겠다.

결국 신경안정제를 한 알 먹었다. 

이게 물을 충분히 먹어야지, 혀에 남아있으면 아주 쓰다. 

그렇게 다시 소파에 누웠다. 


나도 지구의 일부인데, 우주의 일부인데, 죽으면 다시 하나가 되는데. 

뭐가 그렇게 무서울까?

문득, 화장으로 태워지는 게 아니라. 아무도 없는 땅바닥에서 썩어지길 바란다.

정말 하나가 되면, 덜 무서울 거 같다. 

그럼 초라한 내가, 지구와 우주가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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