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비스커스 Oct 16. 2024

아들과 사위

비데

어제는 처가에 갔다.

장모님이 사골을 고아놨으니, 가저가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내와 난 서울로 향했다.


가는 도중, 장모님한테 전화가 왔다.

아내와 통화를 하다, 나를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은 나에게 장모님이 말씀하셨다.

'비데 달 줄 알아?'

'네. 해 본 적은 있죠'

'비데가 고장났어. 두 개 다 바꿔야 해.'

'알겠습니다.'


나는 집에 설치한 비데의 기억을 되짚어 봤다.

달긴 했는데, 어떻게 했더라.

일단 드라이버가 필요하겠지?

장모님이 변기 청소를 좀 해 놓으셨으면 좋겠는데.


'장모님한테, 변기 좀 닦아 놓으라고 말씀드려. 아님 당신이 좀 닦던가'

'내가 왜?!'

'그래도 당신 가족 똥이잖아. 덜 더럽지 않겠어. 동생과 조카와 엄마 똥인데'

'싫어!'


천상 내가 닦아야 하나, 고민하며 서울로 향했다.


'엄마는 왜 아들한테 시키지 왜 꼭 우리한테 전화하나 몰라'


아내는 투덜댔다.


'말하기 어려운 가 보지. 내가 편한가봐. 당신 동생은 못한다고 생각하시던가,'

'아들은 그런 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우리가 편하긴 뭘 편해. 글만 쓴 당신이 똥손인건 세상이 다 아는데.'


난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우린 서울로 향했고, 장모님은 옷을 다 차려입고, 가방까지 메시고 서 계셨다.

우린 앉지도 않고 동네 가게로 향했다.

세 가게를 돌았는데, 가격이 다 달랐다.

더 웃긴 건, 별로 팔 생각이 없어 보였다는 거다.

돈을 잘 버는 모양이었다.

그 중 제일 싼 가게를 골라 계약했다.

아내는 장모님이 거래를 잘 할거라 기대했다. 할머니의 힘이라나.

4천원 깎았다. 50만원을 쓰면서.

아내는 아예 이 일에 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내는 인터넷으로 제품을 검색했다.

제일 싼 게, 두 개 40만원이었다.

그래도 난 좋았다.

똥을 닦아도 되지 않으니.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의 유일한 사위는 재미교포다.

엄마는 사위와 제대로 된 대화를 아예 나눠본 적이 없다.

어려운 것을 넘어서, 아예 남이었다.

누나는 미국으로 시집을 갔다.

(내가 볼때, 인생 망쳤다)

작은 엄마가 주선했다.

엄마는 선보러 가는 누나를 붙잡지 않았다.

엄마는 평생 누나를 그리워 했다.

다만 돌아가시기 전엔 그렇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움 조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