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비스커스 Nov 15. 2024

알몸둥이

프리랜서

대출 만기가 다가오고,

더 이상 만기 연장이 안되고,

난 반드시 이사를 가야 한다.

이 참에 집을 사야 한다.

가난하기에, 저리 대출이 되는 걸로 안다.

그래서 사이트에 들어가 소득을 치고 대출 가능액을 알아보았다.


마침, 지금 전셋집과 비슷한 가격의 매물이 나왔다.

외떨어진 빌라라 내 맘에도 들었다.

주변에 편의점 하나 없다.

당연히 버스도 없다.


그 집을 계약하고, 은행을 찾았는데

대출이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산정되었다.

어.....계약금 날리는 건가?

머리가 하얘졌다.

지금 받고 있는 전세자금대출의 20프로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났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살고 있는 집도 내놨는데.....


그때, 은행원이 건조한 목소리로 건강보험료로 산정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내가 예상한 금액보다 20로 정도 적은 금액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마치 동아줄을 잡은 기분이었다.

나머지 금액은 어떻게든 구하면 된다 고 생각했다.

처음 대출액수에 당황한 내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대기의자에 앉아 있던 아내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 상황을 아내에게 얘기하며, 우린 햄버거를 먹었다.

아내나 나나 입으로 먹었는지 코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런치매뉴는 아무거나 되는 줄 알았는데, 내가 고른 두 개는 모두 제외품목이었다.

일이란 게, 정말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 다시 계산해 보니(은행원이 말한 나의 소득)

여전히 내가 처음 받은 대출예정금액과 같았다.

소득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직업이 문제였다.

프리랜서.....언제 백수가 될 지 모르는 사람.


세상과 부딪혀 보니, 내가 알몸둥이란 걸 깨달았다.

날카로운 가시들이 온 몸을 찔러댔다.

얇은 거적 하나 걸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게 될까.....

어쩜 배짱이의 숙명이자 대가일지 모른 단 생각을 했다.


아내가 tv를 보며 얘기한다.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하지 않나?'

'그건  폼이지. 자신들은 고결하다는 위선이고'


애국심이 사라진다.

인간애가 사라진다.

모두 철없는 나의 착각이었다.

똑똑한 이들은 애국심이나 인간애가 애초에 없다.

있다고 우기는 사람들은 세뇌당한 거다.



작가의 이전글 난 좋아하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