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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Apr 24. 2022

[동심찾기] 우중산책, 달콤한 비 냄새, 무지개

물건마을에서 찾은 나의 발견  



우중산책, 달콤한 비 냄새, 무지개



7월 4일

산책을 떠났던 날.

물건마을에서 만난 자연의 냄새들을 기록하며.







숙소부터 물건마을까지 도보로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서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우비를 챙겼다. 꽃내에서부터 물건마을에 가는 길은 정말 예뻤다. 지금까지 걸었던 도보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있었다.





한적한 마을 길목에서 만난 귀여운 강아지.

무표정한 강아지에게 다가가니까

우리를 보고 점점 입을 벌리며 웃었다.

긴 꼬리가 내내 흔들렸다. 회색 털이 멋스러웠다.





산마루휴게소. 아주 작은 슈퍼처럼 보이는 이곳에도 강아지가 있었다. 너무 조용해서 마치 인형처럼 보였다. 바로 옆에 왈왈 짖으며 목줄 없는 개가 뛰어왔다. 겁에 질렸지만, 름이는 천천히 다가가 개를 쓰다듬었다. 개도 름을 바라봤다.






왼쪽 편에 색색의 나무들과 화려한 지붕들이 보였다. 물건마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물건마을 가는 길은  걸어가 봤으면 좋겠다. 버스나 차를 이용할 때보다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왼쪽 풍경이 아름다워서  길을 좋아하게 되었다.





독일마을 안쪽에도 귀여운 지붕과 풀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향기를 맡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좋았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풀잎도 좋았다. 쉽게 스쳐가는 것들을 재조명하는 시간이 특별했다.




이태리회관


근처 이태리회관에도 들렸다. 에스프레소 스탠딩 바였다. 원래 상주에서 가게를 하시다가 이곳에서 카페를 처음 차렸다고 하셨다.


처음 보는 비주얼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에스프레소 슬러시와 휘핑한 생크림이 올라간 ‘그라니따  카페  판나   시켰다. 그리고 따뜻한 카페  판나와 레몬 슬러시인 ‘그라니따  리모네 시켰다.


그라니따 알 카페 콘 판나는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더운 여름에 먹기 좋은 음료였다. 티라미슈도 같이 먹었다. 이태리회관에 처음 방문한다면 알카페 콘 판나와 티라미슈의 조합을 추천한다.





이태리회관 바로 앞에 ‘독일 빵집 갔다. 남해에서 맛있는 빵집이라는 소문이 자자해서 궁금했던 곳이다.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달인의 아우라…. 그리고 바글바글한 손님들. 로컬맛집의 냄새가 풍겼다.

가격은 비쌌다. 제일 잘 나가는 빵 두 개를 집었더니 이 만원이 나왔다.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 산책로를 걸었다.

도시에서 살 때 자주 갔던 숲길과 비슷했다.

결이 다른 나무들을 감상하면서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 나무의 종류가 많고 나이테 껍질이 멋있었다.





나무의 기운을 느끼는 름.

나무 하나하나 이름표를 살펴봤다.

비슷해 보여도 다 다른 종류인 게 신기했다.

몇 개는 맞출 수 있었지만, 아직 모르는 나무 이름이 너무 많았다.






같이 딸려오는 나무의 공기가 너무 좋았다.

물건마을의 정취와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꼈다.




 


숲길 안쪽을 걸으면 해안을 볼 수 있는 곳이 나왔다.

앉아 있기 좋은 터에 자리를 잡았다.






맹구 문은  돌멩이를 구경했고 우리 셋은 앉아서 쉬었다. 싱그러운 여름 내음이 가득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포장한 티라미슈와 빵을 먹었다.

무화과 치아바타와 슈톨렌. 가수 아이유 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진지한 맛이 나는 빵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입맛에는 단맛이 조금 덜 한 치아바타가 좋았다.  안에 재료가 풍부해서 가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지만, 그런 걸 다 따져봐도 좀 비싼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다음날 지금 무화과 치아바타가 다시 생각났다. 그 돈 주고 또 사 먹을까 싶었지만…. 또 먹게 될 것 같다.





호박색 눈을 가진 고양이가 다가왔다.

사람을 조심하는 듯했지만, 계속 우리 곁에 머물렀다.  한쪽이  감기지 않아서 윙크하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조금 슬퍼졌지만, 원래부터 그런 아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계속 주변을 머물면서 우리의 사진 모델이 되어주었다.


마지막에 작별할 때는 또다시 슬퍼져서 힘들었다. 그때 름이 담담하게 헤어지자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함께 걸어가면서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름은 동물을 위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사소한 말이 위로가 되었다. 남해의 길고양이 사정도 함께 나눴다.






비가 조금씩 내려서 카메라를 황급히 넣었다.

물건마을 산책길 안녕!





살들과 텁텁한 공기가 우비 속에 갇혀서 미끌거렸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오른쪽 풍경에는 여름 냄새가 났다.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정류장 안에서 보이는 시골 풍경.

도보 여행을 하면서 많이 봤던 파꽃.

 



 


골목길에 들어서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급하게 지붕 밑에서 쉬어갔다. 쉴 새 없이 비가 내렸다.

우비를 입고 있던 우리는 무서울  없었다. 내리는 빗방울을 뚫고 우중산책을 떠났다. 아무것도 아닌데도 재밌었다.  함께 신나는 노래를 불렀다.


진짜 행복하다! 누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모두가 웃었고 다시 신나게 걸었다.





숙소로 돌아와 친구가 만든 짬뽕을 먹었다.

 오는  짬뽕이라니!

빗속에서 산책하기. 꽤 낭만적인 도보여행!











오늘의 에필로그




'무지개다!'


바깥소리를 듣고 베란다로 나갔더니 쌍무지개가 펼쳐져 있었다. 단연컨대 그렇게 크고 진한 무지개는 처음 보는  같았다. 아주 어릴  내가 살던 도시가 개발이 되기 ,  옥상에서 반쪽짜리 무지개를  적이 있었다. 이후로  ‘무지개!’라고  만큼의 포물선은 보지 못했다.


남해에서, 그것도 가장 행복했던  무지개를 선물 받게 되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쌍무지개가 나타났다가 구름에 가려서 사라져 버렸다. 신기루 같은 무지개. 오늘을 잊을  있을까? 남해에 계속 남아야 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었다. 나중에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1년에 한두  이런 무지개를   있다고 한다.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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