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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Apr 24. 2022

[동심찾기] 다시 뭉친 네 명, 바람 트레킹

화전별곡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풍경


7월 1일 

7번 화전별곡길 바래길 트레킹


다시 돌아온 근과 함께 문, 류와 함께한 바래길.

오늘의 도보여행은  진지하고 수더분한 느낌이었다. 백패킹과 도보여행을 컨셉으로 각자가 하고 싶은 결과물을 내고 싶었다. 근은 음악, 문은 드로잉으로, 류는 기록으로, 나는 사진으로. 그러기 위해선 남해를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걷기 초반엔 컨디션이 너무  좋았지만,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래길을 걷기 시작했다)






마을 곳곳을  살펴보면, 역사와 유래를 배울  있다. 시작은 도보여행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마을을 지나갈 때면 버스 정류장이나  표지판에 마을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런 것들을 수집하기 위해 도보 여행을 떠났다.





매번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라는 데. 우리 팀을 보고 하는 말이 분명하다. 요즘 오후 2시는 햇볕이 가장 세서, 걷기 가장 힘든 시간대였다. 게으른 우리는 늘 애매하게 일어나 점심을 먹고, 2시가 되어서야 걷기 시작하는 어리숙한 팀이었다.





뜨거운 아스팔트는 없지만,  대지로부터 올라오는 열의 온도와 내리쬐는 햇빛을 감당할 수 있는 남해인은 없을 것이다. 물로 적신 손수건을 얼굴에 덮고, 짧은 챙 모자를 쓰고 그렇게 묵묵히 걸었다.





천하를 따라서 바래길 걷기.




멋진 배경을 가진 귀여운 , 이름 모를 신기한 풀을 만났다.  자아가 있는 것처럼 길게 구불구불 뻗어 있던 .





 시간 반이 조금 넘어갔을 쯤일까. 류의 피로한 얼굴을 슬쩍 보게 되었고, 애들한테 ‘ 힘들어한다..!’라고 소리쳤다. 류는 다급한 몸과 달리 느긋한 말투로 답했다. ‘ 힘들어괜찮아라고.누가 봐도  괜찮은 목소리였기에 우리는 모두 웃음이 났다.





류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금세 무언가를 저버릴  같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오기를 부려서라도 완수해내는 사람이었다. 처음음 만났을  했던 해양레저도 그랬다.  때마다 서핑보드에 매달려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자 ’ 내가  이거 타고 만다..’라며 읊조리던 류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간 동안 집요한 근성 덕분에, 류는 결국 서핑보드를 클리어하고 말았고, 그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오들오들 떨면서 물을 빠져나가던 류의 뒷모습을 나는 기억한다. 아니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미친  같은 반전 매력에 우리는 모두 빠져버렸다.




백패킹팀의 부제는 사실 ‘류의 교’였다. 류를 따르는 신자들이 셋이나 되니까 이 팀은 절대 사라질 수 없다. 류의 오기를 눈치채고, 우리는 도로 가쪽에 철썩 앉아 변명의 말을 건넸다. ‘덕분에 쉴 수 있어!’ 체력이 좋은 근과 문은 정말 변명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나도 류처럼 자잘한 오기를 부리고 있었다. 류와 나는 체력이 비슷하다고 겨루고(?) 있기에 잠깐의 휴식이 꼭 필요했다.






다시 정비하고 걷기.

우리의 1 도착지는 바람흔적 미술관!





그곳에 거의 다 왔다는 이정표가 나왔다. 내산 마을이 나왔다.





보호수 아래 정자에는 ‘무더위 쉼터’라고 적혀 있었다.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반가웠다. 혼자였다면 잠시 이곳에서 누웠겠지만, 우리는 쉬지 않고 미술관으로 걸어갔다. 안녕 그늘!




바람에 날리는 털이 꼭 브러시로 칠한 것 같았다.




중간에서 세모점빵 가게를 만났다. 귀여운 빨간 버스와 세모 지붕이 우리를 반겼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아까 그 마을에도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이곳에서 먹을 줄 알고 그냥 넘어왔었다. 이렇게 또 가벼운 후회가 지나가고….. 아쉬운 대로 사진을 찍었다. 사실 나는 그다지 큰 감흥은 없었는 데 몇 명이 좋아해서 문을 닫아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길을 걷다가 보라색 바람개비가 나왔다. 오늘 문의 착장과 잘 어울려서 한 컷 찍어줬다. 자색고구마 룩!




바람미술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미술관에서는 여러 전시가 하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전시였다.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일까 생각했는데 또 그렇진 않았다. 오히려 기술적인 느낌이 강했달까. 내 취향은 기이한 느낌도 좋아해서 나쁘지 않았다. 특이했던 점은 무인 전시관이었다. 구경 온 몇 분을 제외하고는 직원이 아무도 없었다. 물론 매점도. 역시나 여기서도 뭔가를 사 먹을 수 없어서 실망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바람미술관 이름에 맞지 않게 딱히 바람이 불지 않았다. 전망도 그냥 그랬다. 이곳에 온 이유는 남해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 인데, 그런 충족할만한 마음이 들진 않았다. 그냥 그런 마음을 안고 다시 길로 향했다.





바람미술관 초입에서 바래길을 걷는 남자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짧은 만남을 뒤로 한채 각자가 헤어졌었다. 재밌게도 다시 길을 걷다가 두 분을 마주치게 되었다. 우연히 장소가 같아서 같이 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두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남해가 고향인 분과 그의 고향에 놀러 와 바래길을 걷는 미국에서 온 친구분. 재밌는 만남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이었다. 편백나무를 워낙 좋아해서 기대가 되었다. 아저씨들이 쿨하게 입장표를 사주셨다. 우리는 매점에서 산 두 병의 물로 보답했다. 어떤 인사 없이 자연스럽게 헤어진 뒤 편맥나무 아래 정자에서 오랜 휴식을 취했다.


정자에 앉아 남해에서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근은 자신의 작업을 위해 남해에 남고 싶어 했다. 나도 나답게 살기 위해서 남해로 오고 싶었다.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이 아무 연고도 없는 시골에 이사를 오는  쉬운 일은 아닌  같다.


남해는 교통편이 최악이다. 차가 없으면 자유롭게 다닐  없었다. 버스를 타도 시간대를  맞춰야 하고, 환승을 해야 하거나 아예  가는 경우도 많았다.  약국이나 병원도 문제다. 도시와는 다르게 그런 것들이 열악한 환경이다. 한두 가지만 놓고 봐도 여행과 산다는 문제는 너무 달랐다.


머리 싸매고 고민한다고 해도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도시에서 살아도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엄청난 월세비와 교통체증, 빽빽한 아파트에 몸살을 앓은 적이 많았으니까. 왜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지 못했는가에 대한 자책을 취준생일 땐 수도 없이 했었다. 스트레스가 점점 쌓였을 땐, 시골에 작은 연고조차 없음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도시, 시골 둘 중 어디에 살고 싶은 걸까. 그냥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살고 싶다가 아니라 가기 싫다가 좀 더 명확한 생각일지도. 도시에 가기 싫어서 남해에 남기로. 그리고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기로.



많은 이야기를 정자에 두고, 우리는 편백나무숲에 가지 않아도   같은 결론에 이르렸다 정자 주변에도 이미 충분한 나무가 있고, 그늘과 쉼이 있었다. 모두가 동의했고 우리는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우리를 무시하고 그냥 가셨나 싶었다. 다른 분한테 연락을 하려던 참에, 택시가 도착했다.


다시 우리의 회식 장소. 뚱이네 석갈비에 들려서 오겹살을 배불리 먹었다.  왔다는 우리를 보고 사장님은 웃으며 정을 내어주셨다. 고기 서비스를 염치없이 받아먹으면서 회포를 풀었다.








오늘의 도보여행 코스

7번 화전별곡길 (남파랑길 40코스)

소요시간: 약 5시간

걷는 경로:  꽃내 숙소 -> 봉화 -> 내산 -> 바람흔적미술관 -> 편백자연휴양림 -> 삼동면 -> 저녁밥 뚱이네





[남해바래길 코스 정보]

*7번 화전별곡길 (남파랑길 40코스)
거리: 17km
소요시간: 약 6시간
난이도: 별 3/5
걷는 경로: 물건마을 <-> 독일마을 <-> 봉화 <-> 내산 <-> 바람흔적미술관 <-> 나비생태공원 <-> 편백숲임도 <-> 천하마을

출처: 남해바래길 어플







오늘의 에필로그


항상 앞서가던 근이가 변했다.

우리가 사진을 찍느라 늦으면 멀리서 쳐다만 보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뒤를 돌아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우리를 찍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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